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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주에 영화를 두편 이상씩 보고 있다. 삶이 피폐한 관계로 주로 현실을 도피하고자 가벼운 액션, 공포, SF위주로 감상중인데, 역시 이런 것들로 어느정도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한 뒤에야 조금 진지하게 고민이 될법한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해서 선택한 것이 '데어 윌 비 블러드'.

 영화에 대한 정보는 '미국 석유 업자 이야기'라는 것이 전부. 영화를 보기 전 많은 상상을 펼쳤더랬다. '시리아나'처럼 석유를 둘러싼 강대국의 음모를 드러내는 영화일까, 또는 일전의 '킹덤'처럼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궁극적으로는 석유업자의 성공스토리와 미국 만만세를 담은 비겁한 영화일까.

 아쉽게도(혹은 무척 다행으로!) 예상은 모두 빗나갔는데, 미국 근대를 배경으로 인간에 대한 불신과 증오, 그리고 탐욕으로 가득 찬 개인들의 이야기이다.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간단한 타이틀 자막과 함께 곧바로 이어지는 도입부. 신경질적인 바이올린 소리와 황량한 돌 산, 황금, 석유.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원숭이와 모노리스가 랑데뷰하고, 원숭이가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바로 그 장면에 대한 오마쥬일까. 역사는 그곳(황금, 석유)에서 시작되었다-라는. 평생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영화를 만들어왔던 스탠리 큐브릭에 대한 오마쥬는,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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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플레인뷰'는 사실상 연고도 없는 아들 하나를 제외하고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증오에 가득찬 인물이다. 막대한 매장량의 유정을 개발하기 위한 냉철한 그의 판단에는, 사실상 사람의 목숨도, 아들의 청력도, 동네 주민들의 인심도 관심사항이 아니다. 만약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면, 오로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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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인뷰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목자 '일라이 선데이'. 하지만,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일라이는 오로지 '신앙'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유정 개발의 조건으로 교회 건립, 교회 기부 등을 내세우고, 유정의 사고의 원인이 자신이 축도를 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결국 송유관 개발을 위해 일라이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 이르자, 플레인뷰는 일라이 앞에 무릎꿇고 자신의 아들을 부정한다-마치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정했던 것 과 같이-. 그리고 득의양양한 일라이의 미소.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역 최대규모의 유정을 혼자 일구어낸 플레인뷰.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엄청난 저택에서 살아가지만, 그의 노년은 스산하기만 하다. 믿었던 아들은 아버지의 바지폭을 거부하고 뛰쳐나가버렸다. 배신감에 몸부림치는 플레인뷰.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일라이.

 목회자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일라이이지만, 그가 플레인뷰를 찾아온 목적인 결국 '돈' 대공황의 나락은 목회자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돈'을 위해 플레인뷰 앞에서 '주님'을 부정하는 일라이. 마치 십수년전 플레인뷰가 아들을 부정했던 것 처럼. 플레인뷰의 복수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라이의 머리위에 떨어지는 볼링핀. 그리고 바닥을 적시는 선혈...

 유정에서 희생되는 인부들의 BLOOD....
 일라이가 외치는 주님의 보혈...BLOOD....
 땅아래 매장된 석유...BLOOD....
 단 하나의 핏줄 ...아들..BLOOD....
 그리고..마룻바닥을 흥건히 적시는 BLOOD.....

  그리고 플레인뷰는 읊조린다. "I'm Finished".

 한평생 그들의 삶을 점철했던 BLOOD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또 우리의 삶을 점철하는 BLOOD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영화는 나즈막히 대답을 던진다. 당신이 살아가는 한, "There will be Blood"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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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랑 다섯명이 보던 해프닝, 영통,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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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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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
(Art and celebrity  )
 
존A.워커| 홍옥숙 역| 현실문화연구| 2006.08.07 | 511p | ISBN : 899221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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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교양서(?)를 고를때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이, 저자와 출판사가 아닐까 싶다. 존.A.워커는 <대중매체시대의 예술 (열화당)>로 친숙한 사람이고, 현실문화연구는 꾸준히 알찬 책들(혹은 재미없는 책들!)을 출간하는 출판사.(개인적으론 <니코폴> 등의 유럽권 예술만화들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저자와 출판사를 보면 망설임이 없어야 하는데....
제목이 좀 수상하다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 라니.. 혹시나 해서 영어제목을 살펴보니 <Art and Celebrity>, 번역하자면, <예술과 명사>쯤. 아마도 독자들에게 보다 편하게 다가갈 요량으로 과장스런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책은 참으로 방대한 분량의 스타들과 예술가, 그리고 작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스타들의 예술 수집 취향에서, 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프리미티브적인) 스타들, 스타들을 소재로 삼는 예술가들, 예술계의 스타들, 무영영웅(일종의 리얼리즘적인)과 예술등을 195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망라하고 있다.
 
 모든 책이 그렇 듯, [아는 만큼 보이게 마련]인데, 주로 영미권 스타들과 예술, 예술가들의 관계를 조명하는 까닭에, 영미권 문화를 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일이 있었구나'수준의 이해로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았다. 이를테면 빈센트 프라이스나, 데니스 호퍼, 폴메카트니가 예술을 수집하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 보다는, 유인촌이 문화부 장관이 되었고, 정종철이 사진전을 열었더라 하는게 좀 더 피부로 와닿는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유명 스타들과 예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챕터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예술과 미술 시장, 그리고 예술가들의 관계, 예술가들이 스타를 소재삼아 활용하는 까닭등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지는데, 영미권 예술계의 지형도를 관통하는 존.A 워커의 방대한 수집 능력과 통찰력이 돋보인다.(허나 역시 그쪽 분야에 대한 내 배경이 부족한 까닭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부분까지 진행하면서, 나의 영미권 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감안하고라도, 어딘지 모르게 글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무명영웅'에 대한 단락에 접어들면서, 내 느낌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전작인 <대중매체시대의 예술>을 보면, 상당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대중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조명해 오다가, 다소 급진적인 시각으로 리얼리즘-참여적인 예술의 미래에 대해 피력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무명영웅'에 대한 단락은 <대중매체 시대의 예술>의 결론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덕분에 이 단락에 이르러서야 진행이 무척 힘차고, 비로소 저자가 하고 싶던 말을 던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냥 예술의 사회참여에 대해서 쬐끔 생각해보고 있는 개인적인 생각 탓일 수도 있겠다.
 
책은 주로 영미권을 배경으로 예술과 스타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예술계의 스타들과 미술 시장, 그리고 참여적성격의 예술황동까지 방대하게 소개하고 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소 거리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좋든 싫든, 현재 문화를 선도하는 곳은 영미권이고, 우리는 시차를 두고 그들을 쫓아가는 것이 사실이기에, 앞으로 우리 문화계의 예술과 스타의 관계가 나아갈 바에 대한 예언서, 내지는 참고서로서 존.A.워커의 탁월한 통찰과 더불어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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