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 기간중 한국으로의 마지막 방문.

가는 길부터 비행기가 캔슬되어 당혹스러움을 선사한 에어인디아는,

오는 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시간 연착을 선사해주었다.

에어인디아 기내 모니터는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워낙 빈번하지만,

모니터를 잘 어르고 달래어 The Whale을 시청했다.

영자막도 없어서 절반정도만 알아듣긴 했지만, 내용을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지금까지 보면 큰 이야기를 주로 그렸던 것 같은데,

욕망에 의해 파멸하는 인간상(레퀴엠포 드림, 블랙스완)

영생 혹은 영원으로의 회귀(파운틴)

혹은 종교 (노아, 마더)

이번영화에서는 소소한(?) 가족애를 다루면서 어깨에 힘좀 뺀 느낌이다.

 

주인공이 작문 교수라서 문학적인 부분들도 있는듯 해서,

내가 영문학을 좀 알았더라면 주옥 같은 대사들도 있을 것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참 좋았는데, 가족을 다룬 영화를 볼때마다,

항상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다.

영화에서는 (특히 죽음을 앞두고) 가족간의 모든 갈등이 봉합되는 것 처럼 그려지지만,

실제도 정말 그러할까? 배우들의 열연과 별개로 그 감정선들은 따라가기 조금 어려웠던 이유.

 

The Covenant.

전쟁영화에 가이리치 감독의 이름이 올라있어 궁금한 마음에 시청.

아프간 전쟁 중에 현지 통역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리얼리티는 많이 떨어져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미군이고 탈레반이고 백발백중 헤드샷에, 피아 식별이 안되는 상황에서 AC-130으로 근접 화력지원이라니...)

그래도 최근 가이리치 영화들에 비하면 스타일을 빼고 드라마를 넣은 변화를 보여준 영화.

 

결론 : 두 감독들의 두 감독답지 않은 영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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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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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훌륭한 영미권 영화도 많은데, 인도영화까지 챙겨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편!

 맞다.. 나는 영화에 있어선 일종의 문화 사대주의자다...!)

내가 아는 한 인도 영화들은 인도의 어두운 모습을 담으려하지 않는다.

검열등의 제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도의 관객들 자체도 

인도의 어두운 모습이 화면에 담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체로 "인도에 좋은 것들도 얼마나 많은데, 인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 라는 식.

 

인도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영화에는 멀리는 <시티오브조이, 1992>

가까이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8>정도가 있겠지만, 모두 영/미권에서 제작된 영화라서

이 두영화를 좋게 이야기 하는 인도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 <화이트 타이거>는 다소 흔하지 않은 인도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제작사를 보아도 미국/인도 반반이라, 어느정도 세계시장을 노린 영화라서

그런면에선 조금 자유로웠을 법 하다.

 

영화는 부잣집의 운전사로 일을하게 되는 "발람"이라는 청년의 성공기(?)를 다루는데,

나도 인도에서 운전사를 쓰고 있고, 집에 딸린 운전사들을 굉장히 흔하게 보기 때문에,

영화속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처지가 낯설지 않아서  소름이 돋았다.

(순딩이 우리 기사가 자꾸 떠올랐다...)

다만 영화에서 처럼 주인집을 배신한 기사 가족들을 그렇게 처리하는지는 다소 의문이긴 하다.

 

영화는 주인공의 나래이션을 빌어 소위 "뼈때리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대표적인 것이 닭장속의 닭에대한 비유. 곧 목이 따여 토막날 것을 알지만

달아나려하지도 반항하지도 않는 닭이 바로 인도 하층민들의 모습이라는 것.

 

영화는 종반부에 이르러 계몽적인 야심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크게 성공한 주인공의 회사 직원들이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관객들을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목적이 단순히 재미에 있지 않다는 것 - "깨어나라! 닭장에서 탈출하라" -을 보여준다.

외국인인 나의 시선으로 보면 체제 전복적인 선동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인도사람들이 나름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과연 인도 내부의 자생적인 시선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주위 인도 친구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조심히 물어보아야겠다..

 

그리고...기사한테 잘 해줘야겠다.....

 

 

덧. 인도 친구들에게 조심히..물어보았는데,

     주인집 마담 역으로 나오는 Priyanka Chopra는 인도에서도 꽤 유명한 배우란다.

     그런데 의외로 본 친구가 없다.... 연령대별로 5명 정도 물어보았는데,

     본적이 없다고 하는..다만 한 친구가 비슷한 류로 Skate girl을 추천해서

     시간내서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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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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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운동 영웅들을 다룬 영화들에는 드라마가 있기 마련이건만,

영화 <아이 토냐>에는 그런건 기대하지 말라는듯 경쾌하게 달려간다.

사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반-영웅에 가까울정도로 삐뚫어진 사람들뿐.

대체 피겨스케이팅 채점하는데 그것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심사위원의 입을 빌어 피겨스케이트 1인자도 갖지 못한 

"완전한 미국 가정(Wholesome American Family)"이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반문한다.

감각적인 편집과 적당히 냉소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영화.

실제 인물들과 주인공들의 싱크로도 보는 재미가 있다.

믿고 보는 마고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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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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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듯 다른 두 영화.

 

<하이라이프>

감독의 경력이 말해주듯(사실 영화 전에는 감독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따.)

농익은 편집과 보란듯이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해주리라는 마음은 알겠는데,

솔직히 성적인 욕망에 대해서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영화들은 그렇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사람의 여러 욕망중 하나인데,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밀어붙여야할까? 싶은 생각...

영화 속에 여러가지 상징적인 장치들이 있긴 한데,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마더급..해석능력이 필요....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까지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부럽다.

 

<보이저스>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고(?) 3대를 걸쳐 도착해야 하는 행성 정착 임무를 맡은 소년/소녀들.

고뇌하는 콜린 패럴이 잠시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아쉽게 퇴장하고...

이후는 폐쇄된 공간에서 분출하는 약간의 권력욕과 약간의 집단적 광기.....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서 잘 도착했더랍니다.

 

두 영화 모두 지구 외 행성 정착을 목표로 편도 여행을 떠난다는 소재도 동일하고,

폐쇄된 공간에서의 인간의 본성 / 혹은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비슷한데

접근방법과 결론은 전혀 다른 영화.

 

하이라이프는 필요이상으로 무겁고 내 갈 길 가는 영화라면,

보이저스는 조금 더 진지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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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NAS를 고를 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을듯 해서

고려 사항 및 간단한 후기를 남겨본다.

 

아마 가격대가 비슷하다보니 대부분 시놀로지 DS220J / 아이피타임 NAS2 Dual 두개를 고민하는것 같다.

 

구분 시놀로지 DS220J 아이피타임 NAS2 Dual
가격('21.6월기준) 198,000 169,000
베이수 2베이 2베이
CPU RTD1296 쿼드코어(1.4Ghz) Marvell 88F6820 듀얼코어
(1.6Ghz)
Ram 512MB 2GB
WOL 지원 미지원
트랜스코딩 부분적으로지원 미지원
NTFS 비공식지원 지원
DDNS 별도구성필요 제공

 

CPU나 이름값이나, 그리고 출시년도나 신제품인 DS220J가 매력적이긴 하다.

사실 아이피타임은 NAS2 DUAL이 나온지 만 3년이 넘었는데, 후속제품이 없어서

앞으로 NAS제품을 더 만들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제목에 적은대로 결국 아이피타임 NAS2 Dual을 선택했는데,

가장큰 이유는 로지는 하드디스크를 구성하려면 거의 무조건 포맷을 해야 하고,

NTFS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비공식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찾았으나.. 그렇게까지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기존에 구형 아이피타임 NAS2에서 하드를 그대로 옮기고 싶었는데, 

약 6TB에 달하는 데이터를 백업했다가 다시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계라는건 언제든지 고장이 날 수 있는건데... 시놀로지처럼 하드를

NAS 전용으로 만들어버리면  만약의 경우 바로 컴퓨터에 하드를 붙여서 데이터를

읽는 것 조차 어려워지면 곤란할 것 같은 생각도 있었다.

물론 내가 NAS를 거의 외장하드 개념으로 쓰고 있어서 보통 생각하는 NAS의 사용 시나리오와

다른 점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아이피타임은  ipdisk.co.kr이라는 DDNS를 기본적으로 제공해서

집 밖에서 NAS에 접속하기가 무척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기존에 사용하던 문제의 구형 NAS2. 애초에 구조적으로 발열로 인한 문제가 많은 모델이긴 하다.

사실 내  NAS 용도는 거의 외장하드에 가까워서 (그리고 가끔 가뭄에 콩나듯 미디어 서버) 굉장히 라이트하게

쓰는데도 불구하고, A/S를 한번 받았었고, 그후로 약 3년? 뒤 인도에서 활동을 개시한지 약 두달여만에 결국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다. (가운데 초록색 콘덴서가 부풀어있다.)

 

하드를 NAS2 DUAL로 옮기고 장착하고 접속하자마자 기존 설정파일을 찾았다는 메세지가 뜬다.

컴퓨터에 설정파일 백업해놓은 것이 어디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수고를 덜었다.

 

그런데, 지난 모델이 발열로 워낙에 말이 많았던 탓인지, 

이번모델은 온데 구멍을 송송 뚫어놓았는데, 아무래도 먼지 유입이 걱정이 되기는 한다.

특히 인도에는 워낙 먼지가 많아서.... 그래서 뚜껑을 하나 만들어서 씌워주었다.

내려앉는 먼지는 좀 커버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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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달여의 한국일정을 마치고 인도로 돌아간다.

가족들은 좀 더 한국에서 볼일을 보기로 하고 혼자 돌아가는 여정에 부여받은 임무는 '책'

수하물 23kg 3개와 기내가방, 그리고 백팩까지 아이들 책으로 가득 채웠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도는 한적한 출국장에서 

공항 라운지를 무료 입장하여 홀로 즐기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인도로 돌아간다는 긴장 때문인지 아릿한 아랫배를 의식해서 부담스럽지 않게 끼니를 하고

1시간 반여를 무엇으로 때울까 하다 가방 속의 책을 끄집어 냈다.

 

'The Giver(기억전달자)'

 

동명의 영화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딱히 블로그에 글을 남기지 않은 것을 보면,

크게 임팩트는 없었던 모양이다.

 

책은 모든 것이 동질해진 미래의 어떤 사회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생의 시작에서 죽음까지 모든 것이 철저히 통제되고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12세가 되면 본인의 적성에 따라 정해진 직군을 배속받는다.

직업을 배정하는 의식은 공동체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행사로 여겨지는데,

주인공 조너선은 무슨 일인지 직업을 배정받지 못하고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을 느낀다.

 

탑승시간까지는 20여분 남았지만, 라운지에서 게이트까지 제법 거리가 있던 걸 기억해서

여유있게 라운지를 나서기로 했다. 텅빈 라운지에 교대로 식사를 하는 종업원들을 뒤로하고,

리셉션의 안내원에게 목례를 하고 라운지를 나섰다. 

기내용 가방에 책이 제법 묵직하게 든 탓에 끌면서 손잡이가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손목도 비틀리면서 아파오는 지라 무빙워크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게이트를 향해갔다.

내 뒤에 한눈에보아도 가방이 통통 튈만큼 가벼워보이는 사내가 있었는데, 나를 의식해서인지

무빙워크뒤에 한참을 서있다가, 이윽고 종종걸음으로 추월해갔다.  

 기종은 A350 neo, 좌석은 10D. 기내가방을 위로 올리는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듯 올리려 했으나,

아무래도 힘들어보였던 모양인지, 승무원이 도와주려 손을 댔다가 깜짝 놀라 눈이 마주쳤다.

겸연쩍인 미소를 지으며 짐짓 아무렇지 않은채 -그러면서 최대한 힘을주어- 선반을 닫았다.

  인도로 가는 길은 올때와 다르게 승무원들이 가벼운 복장으로 기내식까지 서비스를 해주었다.

 기내식이 없다고 생각하고 라운지에서 요기를 했건만, 주는걸 다 먹자니 아랫배가 불편해서

 기내식을 조금 남겼다. 

 아침에 콜밴을 타고 공항에 올땐 공항고속도에서 그렇게 졸리더니, 막상 비행기에선 피곤한듯 하면서

 딱히 눈붙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 <포드 vs 페라리>를 시청하고 멍하니 기내 모니터의 지도를 쳐다보다

다시 책을 꺼내들었다.

 

  예상했겠지만, 그리고 영화를 보아서 알고 있었지만, 조너선은 "기억 보유자"가 되어 선대 기억보유자로부터

과거의 기억을 전달받아 기억하는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된다. 색과 소리, 음악에 대한 기억이 책에서 흥미롭게

나타나는데, 책속의 사회에서는 모든 차이를 부정하여 '색'과 '음'에 대한 개념을 지워버렸다. 조너선은 색에 대한

기억을 전수받고 나서야(그 이전에도 조금씩 보기는 했지만) 비로소 세상에 채워진 색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문득 아내와 잠깐 논쟁했었던 '문자매체' vs '시각매체'  떠올랐다. 당시 나는 영화 <Tenet>을 아내에게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었고, 시간의 역행과 순행의 합맞춤은 시각매체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역설했고,

아내는 책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핀잔을 주었더랬다. 색을 볼 수 없는 세상이라니, 그리고 그 안에서

부분적으로 색을 볼 수 있는 주인공이라니, 책은 참 쉽다. "모든 색이 동일하게 보이는 세상" 한마디면

그 복잡한 것들이 설명되어버리니 말이다. 작가가 구체적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상상하며 글을 적어내렸을지,

아니면 개념적으로 색이 없는 세상을 선언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외눈박이 세상에서 두눈을 뜬자는, 언제나 그렇듯 체제를 거부한다. 조너선과 선대 기억 전달자는 

공동체 사람들에게 과거의 기억을, 그리고 늘 있어왔지만 그들이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기억전달자가 기억을 갖고 사라져야 그 기억이 공동체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으로,

조너선은 급히 새로운 세계-아니 계획된 세계의 테두리 밖-로 나아간다.

 

비행기위 현위치를 표시하는 지도를 보니  낯설은 그러나 낯익은 지명들이 스쳐간다. "Viz..", "Bogu.."

그렇게 큰 도시들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지명을 표시해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이름이 주는 느낌은 분명하다.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는가 싶어 화장실에서 씨름을 해보았지만 별 성과는 없다.

책을 덮고 문득 인도의 '집'에 돌아가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올려보는데,

집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수가 없다. 

승무원들은 귀항편을 대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호복과 고글로 둘러싸고

흡사 외계로 향하는 듯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뱅갈루루에서 하이데라바드까지는 사정이 있어 회사 출장자(인도인)들과 함께 밤새 버스를 타야했다.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서 조금이라도 쉬고 업무를 보고싶은 내 마음과 다르게

고국 땅에 돌아와 마음이 푸근해보이는 현지인 친구들. 저녁을 먹고 가겠다 하여 한시간 남짓 출발이 늦어졌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어스름한 저녁 풍경. 왔구나 싶지만 또 낯설은 풍경들.

한국에서도 그랬더랬다. 그랬었나, 이랬었나 하는.

 

문득 옆자리에 앉은 직원에게 말을 건내 본다.

 

"한국에서도 내집이 아니라, 여행으로 다니다보니 편하지 않았고,

막상 인도에와서 보니 내 집이 잘 떠오르지 않아, 집에가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 세상에 내 집은 없는 느낌이네, 어디에도 속한 것 같지 않아"

 

알아들은 것인지, 자기 하고 싶은말만 하는지 다소 생뚱맞은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한국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저녁을 직접 해먹을 수 있어서 아주 편하게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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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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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모텐슨 주연의 가족 영화. 

 

6명의 자녀를 둔 부부 캐시와 레슬리는, 문명을 멀리한채 야생에서 자녀를 양육한다.

우울증에 걸린 레슬리는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아내와 엄마의 유언(화장을 해달라는)을 지키기 위한 6남매의 세상 구경과 해프닝이 주된 내용.

 

영화는 내내 따뜻한 시선으로 가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유쾌하게 그려내지만

캐시와 레슬리 부부가 꿈꾸었던 이상향에 대한 의문점은 가시지 않는다.

 

현대의 물질문명을 피해 깊은 산속으로 왔건만,

캐시 가족들이 보여주는 전인 교육의 모습은 대단하기만 하다.

1. 온가족이 강인한 체력과 극한에서의 자연에서의 생존능력을 획득하고

2. 해부학적 지식에 통달해있으며,

3. 예닐곱살 정도인 막내가 권리장전을 외우고 해석하고,

4. 중학생정도인 딸이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5. 맏아들 보는 자본론 및 사회주의 사상의 흐름을 독파했다.

6. 거기에 바하의 골드베르크 연주를 즐겨듣는 고상항 취향과

7. 분위기에 맞춰 즉흥 연주가 가능한 예술 감각은 덤.

 

이들 부부의 자녀 교육의 목적은 레슬리의 편지에도 나타나는데,

우리 아이들은 "철인(Philosopher King)"이라고 자랑한다.

 

주변 교육 관련하여 학교나 학원의 캐치프레이즈를 보면,

아이들의 인성이 어떻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어떻고, 진로가 어떻고...

온갖 미사어구를 붙이고 결국은 명문대 진학으로 끝나는 것을 자주 본다.

 

캐시/레슬리 부부도 물질문명을 멀리하고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었지만,

결국 엘리트인 본인들의 지적 우월에 대한 욕구만큼은 어쩌지 못했던 것 아닐까?

만약 그들의 가르침을 버거워하는 다소 능력이 부족한 자녀가

그중에 있었다고 하면 과연 두 부부는 어떤 입장을 취하였을지 궁금해진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엘리트주의와 능력주의의 견지에서 본다면,

(그리고 자녀들의 지적 능력이 두 부부에게서 유전된 것으로 보이는게 명백한 이상)

캐시 가족들이 꿈꾸는 이상향은 결국 자신들이 경멸하는 세계에 대한 또다른 극단의

엘리트주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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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음악과 부자의 갈등 해소와 로드무비와 로맨스를 곁들인...

 

종합선물세트는 항상 그렇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어릴적 그렇게 받고 싶었던...

 

 

제목인 코다크롬은 코닥에서 생산했던 리버설(슬라이드) 필름으로,

생생한 색으로 유명하여 많은 사진가들이 애용했다.

하지만 익히 알다시피, 디지탈에 밀려 필름은 설자리를 일어갔고,

결국 2009년 새산 종료 및 2010년 현상서비를 종료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저명한 사진가인-그러나 아버지로서는 0점인- 아버지와

아버지와 연을 끊고 지내던 아들이 함께

아버지의 마지막 코다크롬 필름을 현상하러가는 여정을 그린다.

 

영화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과, 

시대를 주름잡았던 필름의 마지막을 병치하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마지막 필름속에 담긴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따스한 시선과

그것을 바라보는 주인공 커플의 맺어짐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음의 상징일테고.

 

엔딩크레딧과 함께 영화는

코다크롬으로 찍었다며 이국의 풍경 사진들을 보여준다.

아마도 대부분이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으로 보이는데,

주로 인도와 티벳이 배경이다.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코다크롬의 단종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이야기 한다.

하지만 엔딩크레딧과 함께 지나가는 이국-하지만 내가 있는-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코다크롬의 종료는 사진의 짧은 역사를 돌아볼 때, 

[더이상 발견할 <새로운> 세계 없음]의 선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세계는 언제나 거기 있어왔었던 세계였었지만.

 

인도에는 이런 친구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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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The Devil All The Time>.

 

악(마)은 언제 어디에나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느낌이 살짝 다르다.)

 

영화는 종교와 성의 광기와 폭력, 그리고 복수에 대한 이야기.

 

극중에 찬송가가 나오는데, 곡조와 가사가 낯이 익다.

 

 

 

<Are You Washed In The blood>

 

Have you been to Jesus for the cleansing power?

Are you washed in the blood of the lamb?

Are you fully trusting in His grace this hour?

Are you washed in the blood of lamb?

 

[Chorus]

Are you washed in the blood,

In the sould cleansing blood of the Lamb?

Are your garments spotless?

Are they white as snow?

Are you washed in the blood of the Lamb?

 

 

찬송가 193장 <예수 십자가의 흘린 피로써>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지역 배정으로 기독교 재단 고등학교에 진학했었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박자에 맞춰 박수까지 쳐가며

하루에도 몇번씩 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노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피로 죄씻김을 한다는 섬뜩한 가사와 다르게,

노래가 꽤 뽕기가 있다. (영화에서도 컨트리송 느낌이다.)

 

교원 임용이 되려고 해도 교회를 다녀야했고,

교직원중 다수는 장로, 전도사, 목사 등등의 직함을 갖고 있었고,

학급임원이 되고자 해도 거짓으로라도 집근처 교회 이름을 적어내야했었다.

 

수업시간에 졸아도 마귀역사, 친구와 장난을 쳐도 마귀 역사...

 

친구들의 영향으로 7-80년대 Rock음악에 눈을 떠가던 내게

Sex pistols의 <Arnachy In the U.K>의 첫마디  "I am an anti-christ!" 가 

고등학교시절 내게 좌우명처럼 되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찬송가를 부를때마다 등장하는 예수는 모두 마귀로 은총이나 은혜는 모두 죄악으로

가사를 바꿔부르곤 했었고, 그모습을 본 독실한 친구(지금은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다)는

(타락한?)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기도 했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짧은 노래 한소절이지만

결국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종교를 빙자한 광기이든, 혹은 지극히 본능에 충실한 욕망이든,

 

자신이 저지른 죄는 자신의 피로 죄씻김을 할터이다.

 

다만, 어쩌다 심판자가 되어버린 주인공은 자신의 손에 묻힌 피를 어떻게 씻을 것인가..?

 

궁금증을 남기며 영화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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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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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영화.

 

마침 책꽂이에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이 보이고,

넷플릭스에 이안 감독의 <이성과 감성, 1995>가 보이길래,

소설을 읽고, 영화를 감상하였다.

 

우선 원제 <Sense and Sensibility>에서 Sense가 통상적으로 쓰이는 "지각"이 아니라

"이성"으로 번역된 것이 의아하여 찾아보니, "S"ense and "S"ensibility 로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처럼 제목에 묘를 더했다는 의견도 있고,

당대에는 문학적으로 "Sense"를 이성(Common Sense의 맥락에서의)의 문맥에서

많이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쪽이든, 영문학자들이 고민해서 내놓은 번역일테니 그렇다 치고..

 

소설과 영화의 비교는 조금 이따가 하도록 하고,

우선 소설을 읽으면서 책에 등자하는 시대적 윤리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들었다.

소설은 한마디로 하면 영국 중산층(젠트리..니 사실상 귀족) 자매의 결혼 대작전인데,

지적이며 사려깊은 언니인 "엘리너"와 감정적이고 열정적인 동생 "메리앤" 둘을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여기서 문제는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남자들인데, 하나같이 문제투성이인 남자들이다.

엘리너와 맺어지는 에드워드는 사정이야 어쨌든 양다리를 걸쳐 두 아녀자를 희롱하는 인물이고,

메리앤과 썸을 태웠던 존 윌러비는 바람둥이에 난봉꾼이며,

결국 메리앤과 이 되는 브랜든 대령은 품성으로는 더할나위 없는 인물이나, 

한때 사랑했던 여인의 사생아를 거두어 키우는 비밀을 품고 있다.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 남자들, 특히 에드워드와 윌러비에게 면죄부를 주는 과정인데,

에드워드는 양다리중 한명이었던 루시가 빈털털이가 된 에드워드를 버리는 속물적인 선택을 통하면서

자동으로 엘리너를 사랑할 수 있는 면죄부를 받게 되었고,

윌러비는 메리앤한테는 진심이었는데, 부득이한 현실때문에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었다는 식.

 

"통속적인 관념을 피하고자 하는 통속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정도의 결코 통속소설 치고는 꽤 지적이고

 다층적인 심리묘사가 넘쳐나는 책의 맥락으로 볼때, 단순히 젊은날의 실수나, 상대방의 배신, 혹은 순수했던 감정

따위로 위 남자들의 과오가 덮여질리 만무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지 않았을까 싶은데,

굳이 저 남자들에게 형식적으로라도 핑계거리를 주어야했던 까닭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사실 아연실색했던 장면은 윌러비의 고백을 전해 듣고 매리엔이 마음의 짐을 더는 - 윌러비를 용서하는- 장면.

물론 그런 고백 따위로 윌러비의 잘못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엘리너의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이런 점에서 볼때 확실히 엘리너는 작가의 분신인 느낌이 강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소설 같으면 엘리너와 브랜든 대령이 맺어지는 전개가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했다.

 

이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감독이 대만 출신의 이안감독인지라, 과연 서양의 고전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크게 모험하지 않는 방향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에드워드에게 면죄부를 주는 설정도 여전하고,

다만 윌러비가 내사랑은 메리앤 뿐이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삭제되었다.

아무리 원작에 있다지만, 아닌밤중에 찾아와 진심을 고백하고, 매리엔이 안도하고,

그리고 브랜든 대령과 결혼하는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화면에 옮기기는 매우 힘들었을듯.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충실히 묘사되고 있는

에드워드가 루시와 헤어졌다는 이야기에 기뻐 어쩔줄 모르는 엘리너...

만약 옆에 있었다면 한마디 속삭여 주고 싶은 한마디.

 

"이봐 엘리너, 당신은 좀 더 가치있는 사람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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