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가본거'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08.05.19 이 단 - One Happy Family (20080509-20080525, 예술공간 헛) 3
  2. 2008.03.24 최원준, Undercooled, 20080305-20080323 4
  3. 2007.12.26 03 Into Drawing - 소마미술관 2
이 단
One Happy Family
20080509 - 20080525
예술공간 헛(http://www.hut368.com)


마치 한여름 장마철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지만, '문화생활'에 대한 강박과 집착으로
집에서 가까운(그리고 최근 들어 부쩍 전시공간이 늘어난) 홍대앞으로 향했다.
그 첫번째 목적지. 이 단의 One Happy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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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가족에 대한, 그리고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는데, 가족사진을 모티브로 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그림들은 온통 붉은 색 배경과 검은 주인공들로 인해 다소 호러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One Happy Family라는 제목과 역설적인 분위기의 그림들. One Horro Family, 혹은,
한때 행복했던 가족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때 행복했던 가정을 영어로 간결하게 작문해보려다 실패..ㅠ.ㅠ)

하지만 이 역설로 인해 전달해주는 메세지는 더욱 분명해지는데,
가정이라는 것이 결코 우리 머릿속에 새겨진 이미지처럼 단란한거나 아름답거나,
모든 것이 해결되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
그보다는 아주 가끔, 아주 가끔 발생하는 갈등의 해소와 웃음을 제외하면,
집착과 구속과 권위와 강제와 억누름으로 실상 치열한 삶이 이루어지는
장소, 집단 중 하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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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듯 볼에 입을 맞추는 아버지와, 수줍어하는 어머니. 그러나 어머니의 표정을 살펴보면,
이모티콘으로 그리자면 ( -┏ ) 정도에 해당하는, 당혹스러운 표정이고,
아버지의 표정은 또한 얼마나 간교한가.
제목 '배신은 불법'이 드러내듯, 수십년을 함께하는 부부관계의 상당부분은
집착과 강박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쉽게 부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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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욕망으로 나를 낳으시고 나는 집착으로 그를 착취하니 위대한 모성이여 영원하라"
원형 목판에 그려진 그림의 측면에 씌인 저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성에 대해, 그리고 자식에 대해 저 글을 어떻게 부정하려 해 보아도, 결국 사실이 그러한 것을.
글귀를 읽으려 원형 목판 주위를(그림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빙글빙글 따라 돌자니,
어머니와 자식의 소용돌이에 한걸음씩 한걸음씩, 그 잔인한 관계에 한걸음씩 한걸음씩 내딛는 느낌이었다.

가족, 어머니, 아버지. 모성, 부성. 누구에게나 존재하는(혹은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위대하다, 특별하다 이야기 한다.
-그것도 매우 긍정적인, 자애와 사랑의 따스한 이미지로-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누구에게나 특별한 긍정적인 것.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는가?


예전 할머니/아버지/삼촌의 사진을 올리면서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http://nuguges.cafe24.com/tt/18  참조)

 TV 드라마, 소설, 영화 속에선 대체로 가족의 갈등과 긴장은 일말의 따스함과 웃음으로 매듭지어지지만,
가족, 현실 그대로의 가족이란, 혹은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가족이란,
결코 그렇게 감상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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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cooled-스캔이왜이모냥..
 근래 토요일 출근이 잦은데다, 쉬는 날이면 무언가 일이 생기는 통에, 영화/공연/전시 등등 문화지수 '0'로 수렴하는 상태.

 밍군의 학교 보충 수업에 어정쩡하게 끼어들어, 대안공간 '풀'에서 최원준의 Undercooled展을 들렀다.

 작업의 컨셉은 '공간'이 가지는 의미의 변화, 작업설명을 들어보니 약 7-8년 동안 공간을 주제로 지속적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미아리 윤락촌의 과거에서 현재...지하철 공사 현장, 여의도 아래서 발견된, 지하벙커, 법원 등의 권력의 공간의 형태...등등..을, 작가 스스로 이야기 하듯 '증명사진' 찍듯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란다.

 이번 전시 'Undercooled'의 소재는 군사시설물들. 혹자는 아직도 '전쟁중'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미 전쟁의 위협따위는 망각해버린 상태. 과거 어느 시절에는 막강한 권력을 발휘하던 군대는, 오늘에 와서는 행여나 내리는 가랑잎에 맞을까(마치 말년 병장처럼) 몸사리는 집단이 되어버렸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했던 반대급부라면 반대급부랄터.

 덕분에 작가가 밝히고 있듯, 불과 2-30년전만해도 촬영했더라면 어딘가로 잡혀갔을 법한 시설물들이지만, 이제는 어느 공사현장에서 성가신 장애물일 뿐이며, 어딘가에선 무성한 잡초들에 뒤덮여 있기도 하고, 또 어딘가에선 수십년간 쓰여지지 않은채, 광고판으로 위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과거의 어떤 목적에 의해 세워진 견고한 건축물-혹은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의미를 잃고 그저 그자리에 존재하는 일종의 '폐허미'를 잔잔한 시선으로 '감상'하는 것이 위 작업의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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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과거의 (혹은 현재 진행형인) 상처를 돌아보기 위해 목적성을 갖고 이와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작가가 밝히고 있듯, 애초에 어떤 목적을 갖고 시작한 아니었기에(작가도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과거 군사정권의 상처을 몸으로 느끼기엔 너무나 어린 지금의 2-30대이다), 사진이 전해주는 건조한 시선과, '아펐다고는 하더라 - 내지는 아팠었지?' 라는 내게는 너무나 엷은 상처의 공명 속에서, 한 때 굳건했던 콘트리트 덩어리들은 말 그대로 과냉각'undercooled'되어 이미 풍화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ps1. 브로셔를 스캔해서 올린 것이 저작권에 문제가 되려나....
ps2. 대안공간풀, 구기동에 있는데 찾아가기 좀 불편하다..
ps3. 미대생 위주의 작가와의 대화여서였을까. 예술인은 과연 이 세상의 마지막 순수인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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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Into Drawing
2007.11.29 - 2008.1.6
소마미술관

소마미술관 드로잉 공모전인 Into Drawing의 올해 세번째 전시.
(앞서 올해 01, 02 Into Drawing 전시가 있었다.)

갤러리킹의 디지털 확성기 전을 참가하면서 여차저차 알게된 송호은씨가 전시가 있기에
올림픽공원 내 소마 미술관을 찾았다.

"쉬지 않는 손 머물지 않는 정신"展(김주호, 이건용, 박현진) 이 1층에서 진행중이었는데,
이를테면 재야 원로(?)급 작가들의 작업인데, 가볍고 해학적인 김주호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이건용은 무척이나 낯익은 (마치 이우환과 안규태를 섞어놓은듯한) 이미지들이라 심심했고,
박현진은 소개글에 나와있듯 "항상 변화하는"모습을 보여주다보니, 작품에서 여엉 맥을 찾기 힘들었다.

각설하고, 오늘의 메인 이벤트인 03 Drawing 전.
송호은

송호은 "지구를 구하라" 시리즈 中


공모전으로 뽑힌 작가들인 만큼 다들 개성이 뚜렷하다고 느껴졌는데...
3인중 2인이 동양화 전공인 것은, 아무래도 드로잉의 간결한 맛을
살리기에는 동영화의 여백의 미(라고 하기엔 임태규씨 작업은 밀도가
상당해보이지만.)가 유용한 걸까..

송호은씨 작업은 손바닥 보다 약간 큰 소품 위주였는데,
장난감 박스나, 신발은 하나 갖다 놓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재치(라는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있고, 간결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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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규씨 작업은 왠지 낯이 익은데...(어디선가 분명히 봤다.
아마 송호은씨가 도록 보여주며 소개해줬을지도..)
일단 작품의 크기가 상당한데다가, 그 큰 한지 위를 먹선으로
쉴새없이 채운 밀도가 보는이를 압도할만 하다.
(설명에 따르면 에스키스도 없이 바로 먹으로 그린다는데...
찾다보니 얼굴에 눈 그리다 실패한 자국이 보였다..ㅎ)










이영빈씨 작업은..작업에 따라 "밀도"와 "여백"이 극과극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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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를 올리려면 이정도는!


하나씩 타일을 그려간 작업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분, 전에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때는 "여성성"을 중심으로 한 작업이었던듯 한데,
아마도 시립미술관어딘가에서 본 듯 한데...












이전엔 단순히 그림을 위한 준비작업에 불과했던 드로잉이 근래 하나의 장르로서 재조명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젠 드로잉이라는 것이 지면을 벗어나 오브제까지 포함하게 되어버려서 그 정의가 애매하긴 하지만,)
전시를 둘러보며 느껴지는 재미와 재치, 그리고 가벼움(?), 이런 것들이 드로잉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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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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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빈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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