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문에 가면, 만두로 소문난 분식집이 두곳이 있다는데,
어느쪽이 원조인지 알 수 없다는 보영 만두보용 만두가 그 곳.
수원성을 한바퀴 돌면서 장안문을 들렀는데, 맛집을 놓칠수야 없지. 자 살펴봅시다.


왼편엔 보영만두, 오른편엔 보용만두.
가게 분위기나 간판, 그리고 여기서 보이는 규모로 봐서는 보용만두가 왠지 뿌리깊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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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길을 건너보니, 그 승부는 너무도 싱겁게 결정지어졌는데,
길에서 보이는 보영만두의 모습은 가게 뒷편이었던 것. 모퉁이를 돌아가니,
보영 만두로 길게 늘어선 줄. 반대로 보용만두는 사람이 없어 들어가기조차 뻘쭘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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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선 줄에 비해선 비교적 빨리(10분정도?) 입장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분식집이다보니 자리 회전이 엄청나게 빠른듯했다.
메뉴는 만두 및 쫄면이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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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 /김치만두 /찐만두 삼형제.
군만두 만두피가 튀겨진게 바삭하면서 딱딱하지 않은게 아주 제대로였다.
만두들의 맛은 가격이 아깝지 않을만큼 실하다는 인상.
만두 맛이야 특별할게 무어가 있겠소^^ 속이 꽉차면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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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쫄면. 안매운맛이나, 중간맛이나, 매운맛이나 다 똑같이 생겼는데,
양념자체가 틀린듯하다. 색도 똑같고 모양도 똑같은데...맵다..Y_Y
중간맛 시켜놓고, 다 먹었다간 요즘처럼 속이 좋지 않을 때에는
틀림없이 탈나겠다 싶어 절반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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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번외편으로...터질듯한 배를 움켜안고 보용만두를 향했다.
이렇게 늘어선 줄부터 짝퉁티가 날것 같으면 아얘 다른 이름을 짓지,
왜 하필 비슷하게 보용이라고 짓고 짝퉁티를 팍팍 내는걸까.
혹시 나름 맛에 대한 자신때문(!?)
너무 배가 불렀기 때문에, 군만두 하나만 시키려다가, 뻘쭘해서 김밥도 시켰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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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보용만두의 군만두인데...겉은 노릇하니 맛있어 보이는데...
사실 앞서도 말했듯, 만두 맛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맛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만두피가 겉만 태우고, 안은 눅눅한 밀가루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혹시 찐만두를 튀겼나?)
보영만두의 바삭한 군만두와는 내공이 다르다 는 결론.

수원가시면 지나다 한번 들러보시길^^
(그런데 장안문 근처에 맛집이 꽤나 많다..전복칼국수/갈비탕도 먹어봐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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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따로 포스팅하기는 너무 간단해서, 뽀나스로 충무로 진고개 소개.

충무로역에서 나와 구 명보극장쪽으로 향하다보면, 꽤나 오랜 전통의 가게가 있는데,가게 전면에 걸린 한자 및 궁서체 글씨 덕분에 얼핏  보면 중국집으로 착각하기 쉬운 진고개이다.진고개란 비만 오면 땅이 질척해서 다니기 힘들었던 충무로의 옛 이름이라는데...

 각설하고, 이곳의 주력은 한우를 이용한 불고기 및 구이,찜 요리들과, 아래 소개할 양념게장정식(\14,000)이다. 인터넷에는 어복쟁반(2인분에 4만원이 넘는다!)이라는 전골 요리로 유명하다고 알려져있다.

 간단한 식사류(냉면 및 백반 등)가 \7,000~\8,000원 대이고, 양념게장정식이나, 기타 요리들이 \14,000원에서 수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저렴한 집은 아니지만, 점심/저녁 꾸준히 손님들이 붐비는 걸 보면 개개의 가격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비교적 가격부담없이 맛볼 수 있는 요리가, 양념게장 정식과 갈비찜정식(\15,000)-나중에 꼭 먹어볼 생각-이다.)
(오늘 진고개에서 남희석 봤음-.- 머리가..티비에 나오는 사람치곤..크긴 컸음:) )

 양념게장 정식을 주문하면, 가격에 비해 다소 단촐한(?)식단에 황망할 수도 있는데, 밥한공기에 단촐한 밑반찬류 네덧가지와 양념게장 한마리가 덜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게는 손바닥 크기로 실해보이긴 한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게장을 맛보면, 잠시 가격을 놓고 좀더 고민을 하게 만드는데.... 향긋함과 매콤달콤함이 여느 식당에서 나오는 냉동 밑반찬 양념게장과는 격을 달리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비싸긴 비싸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게요리에 그닥 조예가 없는 나의 생각이고, 게장을 좋아하는 밍군은 매콤함에 연신 호호거리고, 눈물콧물이 흐르면서도 끝까지 한마리를 닦아내는걸 보니, 뛰어난 양념게장임에는 틀림없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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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을 낀 금토일 황금 연휴 - 였지만, 결국 토요일 오후에야 출발, 결과적으로
일요일 하루 급하게 광주 비엔날레를 둘러보고 왔다. 찜질방에서 잠을 제대로 못자서
컨디션이 엉망인 상태에서 강행군 하다가, 2주동안 골골 앓아 눕고 이제야 정리해서 올리게 되었다.



2008 광주 비엔날레 [연례보고]
20080905-20081109
광주 비엔날레본관/시립미술관/의재미술관/대인시장/광주극장


신정아씨 덕분에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엔날레, 과연 무엇을 보여줄지.


올해 비엔날레는

 비엔날레 본관,
광주 시립 미술관
 의재 미술관
대인시장
광주극장


이렇게 다섯곳에서 나누어 진행되는데, 시간 관계상 대인시장은 도착한 날 저녁에 훑기만 했고,
비엔날레 본관과 시립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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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도착하니 7시가 다 된 시각, 실내 행사들을 둘러보기에는 늦은 시각인듯 하여, 대인 시장을 찾았다. 시장 천장에 걸려진 현수막을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늦은 시각 때문인지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카메라 들고 두리번 두리번 하는 무리의 사람들만이 여기 뭔가 있구나 알려주는 정도.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단)(작)] 일군의 젊은 작가들이 시장 속에서 자신들이 작업하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며 모인 공간이다. 10여평이나 될듯한 좁은 3층 건물에 자신들의 작업실을 마련해두었다. 낮에 왔으면 작가들이 관객들을 뭔가 재밌게도 해줄 법 했지만, 시간이 늦은 탓에 작가들은 귀가했고, 군데군데 놓여있는 작업들만 구경했다. 시장 속으로-삶의 공간-으로 들어오겠다는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그들의 작업(3층에 온통 하얗게 발라놓은 작업을 제외하고는)은 그것과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긴 했다. 


 몇몇 작가들은 시장 가게를 개조해서 자신만의 갤러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예술이라는 것도 시장 속에 묻어 놓으니 그냥 물건파는 가게랑 다를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막을 따라 따라 걷다보면, 지난 베이징 올림픽 특수를 단단하게 누리고 있는 장미란 벽화(셔터에 그려진)를 볼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장미란 옆에서 셔터를 드는 시늉을 해볼 듯^^. 한데, 셔터에 그려진 것이니 만큼 가게가 문을 열어 셔터를 올려버리면 작품을 못보게 될텐데... 아마도 빈 가게이렸다. 재래 시장의 몰락과, 그 자리에 재래 시장에 무언가 의미를 밝혀보겠다고 나타난 예술작품. 한데, 그 예술작품이 결국은 시장이 셔터를 내리고 있을 때에만 보여질 수 있다. 뭔가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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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질방에서 괴로운 하룻밤을 지새고, (정말 찜질방에서는 잠을 못자겠다..ㅠ.ㅠ)
비엔날레 본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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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작가만도 100여명이 넘는 방대한 규모이지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작업들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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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임 숀펠트 (Joachim Schoenfeldt, 남아공)
Sketch for Four Musicians(moo, roar, chee-ow, yeeeoh)
 아마도 전시관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자리덕을 톡톡히 본 작가가 아닐까 싶다. 브레멘의 악사를 모티브로 의사소통의 불완전함을 전달하려 했다는 작업. 원래는 계단모양의 단상에서 4명의 악사가 불협화음을 연주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유럽의 동화인 브레멘의 악사들의 동물들을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동물들로 치환한 것은 아마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인듯.


케리 제임스 마샬(Kerry James Marshall,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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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ythm Mastr: Every Beat of My Heart, 2008

작가가 설정한 흑인 슈퍼 영웅들의 모습을 담은 만화, 설치,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통해 미국에서 흑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작업들. 단일 작가로는 한스하케의 설치 작업과 더불어 비엔날레 본관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작가의 작업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청소년들과 함께 인형극을 상영하고, 작업도 같이 진행한다는 것(즉 작가의 일방통행적인 작업이 아니라는 것). 수잔 레이시가 말한 <뉴 장르 공공미술>과 궤를 같이 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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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Jina Park, 한국)
Moontan
사실 딱히 인상 깊지는 않았지만, 한국작가라서 넣었다. 선(sun)탠에서 따온 문(moon)탠이라는 제목들의 밤스냅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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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Eunji Cho, 한국)
진흙시_엑소더스
(신도시가 건설되는) 파주에서 훍 한덩이를 정사각형으로 도려내와, 전시 당일 전시장 벽에 흩뿌려짐으로서, "탈출"했다 라고 외치는, 다소 황망한 작업. 신도시, 타자, 탈출 등의 키워드를 조합하면 뭔가 할 말이 많을 것도 같은데..



한스하케(Hans Haacke, 독일)
내가 비엔날레를 찾은 제1의 목적. 한스하케의 작업을 볼 수 있다는 것. 새로 발표한 작업이 아닌, 기존 작업들을 옮겨놓은 것이라 다소 아쉽기는 했다. 총 4개 작업이 전시되었는데, <Wide White Flow>, 1958년(맞나?) 카셀 도큐먼트 사진들, 1971년 구겐하임에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전시가 취소되고 큐레이터는 해고당햇던 맨하탄의 부동산의 소유 관계를 다룬 작업, 1992년 미국 빈민정책을 비판한 Trickle up이다. 카셀 도큐먼트의 작품들을 보며 대체로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관객 사진들을 보면, 지금의 우리 비엔날레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도 지어지고, 책에서나 보던(그렇다고 실제로 본다고 크게 다를 것도 없는--;) 부동산 작업도 실제로 보게 되니 그저 감사할 따름. 그래도 역시 광주를 위한 작업이 없다는건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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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요(Jewyo Rhii, 한국)
환호하는 베어즈
아 이건 정말 모르겠다. 작가는 박이소의 절친한 친구라는데... 박이소 띄워주기의 선봉장이라도 되겠다고 결심한걸까? 작업들을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대여하고 돌려받고... 아 그래도 비엔날레급 작가인데..뭐가 있겠지.



 

조동환&조해준(Donghwan Jo & Haejun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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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한 부자(아버지는 학교 선생님)의 작업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버지의 기억들을 한장씩 드로잉으로 그려낸 작업. 마치 '검정고무신' 만화를 보듯, 한국의 역사를 구체적인 개인의 경험을 통해 증언한다. 총체적(혹은 종합적인) 역사라는 것은 결코 설명될 수 없지만, 개인의 단편적인 역사들을 둘러보고 있자면, 어렴풋하게 전체적인 역사의 덩어리를 그려볼수 있다.



마이다다 민영순, 알랭 드수자, 압델라리 다로치(M"YDADAYong Soon Min, Allan deSou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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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delali Dahrouch)
Proposal for Projectory
 작동이 되고 있었다면 임팩트가 강렬한 작업이었을 텐데, 내구성(?)의 문제로 가동이 중지된 것이 아쉬웠던 작업. 작업은 팔레스타인출신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국경 너머로 돌을 던지는 사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가 돌을 던지는 개인적인 행위 이면에 존재하는 역사와, 돌이 국경을 넘어 떨어졌을 때 그것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피칭머신은 야구공을 아크릴판으로 쏘아 대고, 아크릴판 뒤쪽의 밀실 속의 관객들은 아크릴 판을 흠집내는 무시무시한 야구공의 위력과 갇힌 공간에서 증폭되는 파열음의 충격을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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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 아비디(Bani Abidi, 파키스탄)
From the Series Security Barriers A-L

파키스탄 출신의 작가는 주변에서 보이는 바리케이트를 카달로그처럼 하나씩 그려냈다. 그렇게 해서 그린 바리케이트 종류만도 십수가지. 작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그림에 나타난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방법의 바리케이트들과, 아주 약간의 세계뉴스에 대한 지식만으로도, 작가가 주변의 현실을 드러낸다. 드러나는 현실과 대조적인 단조로운 그림들이 묘한 긴장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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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스 파렐(Seamus Farrell, 영국)
중고차문으로 만든 UN 서클(UN Circle, In Recycled Car Doors)
UN을 회의장을 형상화한 작품. 중고차 문이 주는  삐걱거리는 느낌, 스산한 느낌, 용도 폐기된 느낌등이 다소 냉소적으로 다가오는데, 나의 받아들임과는 상반되게 희망적인 느낌으로 소개를 하는 도슨트. 작가는 정말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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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 Feria / (빈센트 + 페리아)
익스폴라토리움0.3(Expolartorium 0.3)

이번 전시를 통틀어 가장 부러운 작가'들'(부부)이 아니었을까? 세계를 누비며,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이 지구의 희망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설파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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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슬레이 자파(코소보)
칼린(Khaleen)
양탄자 하나로 세계의 권력과, 돈의 흐름을 명료하게 표현해냈다! 아프가니스탄의 양탄자 장인들은 이 카펫을 만들기 위해 약 5년의 시간을 소모한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단돈 100달러. 그리고 이작업이 미술관에 놓였을 때 붙여지는 가격은 아마도 그 수백, 수천배에 이를 것이다. 양탄자 장인들은 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본뜬 양탄자를 제작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비엔날레 관을 둘러보니 어느덧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물품보관소에 맡긴 가방과 외투를 찾으려니,
담당자분이 맡긴 시간을 보고는 "여태 여기만 계셨어요?" 놀라며 묻는다.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휘휘 한바퀴 둘러만 보고 가는게 보통인가보다.
(참고로 도슨트 따라 한번 돌고, 찬찬히 하나씩 보러 또 한바퀴 돌았음..)

시립 미술관에는 고든 마타 클락展과 대만 교류전이 있었는데..(바로크 거장전 같은건 관심 없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단연 고든 마타 클락이었다.

 고든 마타 클락(Gordon Matta-Clark)(1943-1978)은 비교적 최근에야 재조명받기 시작한 작가로 작년 휘트니 뮤지엄에서 "당신이 척도다"라는 제목으로 회고전이 열린 이후 관심이 급속도로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건축을 전공했던 그는 철거 예정인 건물에 들어가 건물들을 자르고 토막내어 감추어진 공간을 드러내고,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감추어진 공간을 드러낸다는 것은, 비단 표면적인 공간 뿐 아니라, 그 공간에 살고 있던 사람의 흔적, 나아가 그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는 빈곤의 문제와, 당시 이슈가 되고 있던 부동산 문제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1971년 한스하케가 맨하탄의 부동산에 대해 작업을 진행한것을 떠올려보라!)
 철거예정인 건물에서 단속반과 쫓기며, 또 아슬아슬한 구조물 위에서 곡예를 부리듯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에, 현재 그의 작업은 사진 및 영상물들, 그리고 아주 간혹가다 건물에서 도려낸 잔해들 정도만 남아있긴 하지만, 건물을 쪼개면서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내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기능하기를 바랐다는 점에서 고든 마타 클락에 대한 때늦은 주목은 이상할 것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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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비엔날레 도록 및 전시장의 설명은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혹은 지나치게 내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내 관점에서는 충분히 사회와 체제에 비판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작업들인데, 다소 작가의 내면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듯한 느낌들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ps2. 대충대충 통계로 보는 광주 비엔날레(대충 강조!)
Posted by 냐궁
,

인사동을 한바퀴 쭉 돌았다. 나름 '주요' 전시로 꼽을만한 곳들을 돌았는데...
모두 무료라서 좋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뭐..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
최근 눈이 너무 호사를 한 까닭인지, 심드렁 해져버렸나 보다.


지티쉬 칼랏(Jitish Kallat), Skinside Outside
20080828-20080924
아라리오 서울


1974년생, 무척이나 젊은 나이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 작가란다.
걱정어린 시선으로 담은 인도의 모습들이라는데....
내가 인도를 겪어보지 못한 탓인지,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무척이나
그럴듯하게 묘사해놓은 모래먼지를 빼고는 '글쌔...'
도록을 보니 다른 좋은 작업들이 많던데 이번 전시는 지나치게 형태를 지워버린
작업들만 전시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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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서 가장 임팩트 있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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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을 보니 이리 좋은 이미지도 있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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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대체적인 이미지




애니쉬 카푸어(Anish Kapoor)
20080903-20081005
국제갤러리


이 분은 이미 국제적으로 엄청 유명하신 분...이긴 한데, 사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대체로 미니멀한-재료의 속성을 드러내고자 하는-작업들인데...
간단히 찾아보니, 스케일을 빼고 이분을 이야기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강낭콩이라던가, 테이트 모던에 전시됐던 155m짜리 나팔이라던가..)
아쉽게도 이번 전시는 대체로 2m 안팎의 작업들. 반짝반짝 굴곡으로 반사해대는 철판, 수지들보다
투박하니 썰어놓은 밀랍(?) 덩어리가 더 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마도 그런 까닭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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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봉, Wet Psyche
20080829-20080929
국제갤러리


원로급 작가로 유명하신 분이라는데, 사실 나는 지난 KIAF에서 처음 알았다.
캔버스에 흑백으로 나무를 그리고(사진인듯?) 그 위에 반투명 아크릴을 띄우고,
안쪽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림으로써, 살짝 그림이 입체감이 있는듯한 안개낀 나무 풍경작업이
최근의 주력(?) 작품인듯 한데.... 사실 그 작업만 보고서는 '글쌔?' 싶었다.
사실 갠적으로 한국, 혹은 동양적 정서니, 여백의 미니 하는 호들갑을 좋아하지 않아서 더욱 그런듯 하다.
그래도, 오늘 인사동 한바퀴에서 뜻밖의 수확이라면 바로 이 전시였는데,
전시장 입구의 어항속을 헤엄쳐 다니는 책(!)이라던가,
독신자의 침대라는 레이저와 연기를 이용한 설치작업들이 회화작업들 보다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헤엄쳐 다니는 책..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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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번 전시에 대한 작가소개..가 있던데..(해외시장을 노려 신경써 만든듯)
솔직히 설명은 좀 깼다. 난 이런 설명들이 왜이리 닭살스럽지..--;


필립 퍼키스(Philip Perkis)
20080927-20081009
갤러리 온


서점의 사진코너에 가서 '사진 강의'를 찾으면 두권이 나온다.
한권은 그 유명한 바바라 런던의 두꺼운 책(사진학강의)이고, 한권은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한
필립퍼키스의 책(사진 강의 노트)이다.
대조되는 두께만큼이나, 내용도 상반되는데, 전자는 사진의 기술적인 모든 것을 담고자 하는 책이고,
후자는 기술적인 면 보다는 감상이나,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사실 전자는 책장만 몇번 넘겨봤고,
후자는 좀 읽다가 말았다. (사실 이런류는...좀 닭살스럽게 느껴져서...--;)
암튼 나름 유명하신 분의 사진전. 근래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잘나가는 예술 사진가들처럼
압도적인 크기와 퀄리티는 아니지만, 엽서보다 약간 큰 사이즈의 흑백 스냅 사진들이
나름 잊고 있던(?) 사진찍는 재미를 떠올리게 한다.
무료이고, 주변에 현대(두아트)/국제/금호 등등 쟁쟁한 갤러리들이 많으니,
사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가며 한번쯤 들러봐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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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ide
20080903-20081012
두아트(구 현대갤러리)


잘나가는(?) 신진 작가들에게 B-SIDE라는 주제를 던져 묶은 그룹전.
자신이 하던 작업과 다른 성격의 작업일 수도 있고, 묵혀둔-그러나 미공개 된- 시리즈일 수도 있고,
혹은 B-SIDE라는 주제에 맞춰 새로 제작된 작업일수도 있다....는데...
한겨레 신문 기사를 보니, 일단 작가들의 작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과연 이게 누구 작업일까 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아는 작가가 없어서....-.-
그래도 팔 수 있는 형태의 작업을 내놓은 사람들과,
도저히 팔수 없는(미술관 벽에 그려놓는다던가) 작업들을 한 사람의 대조는
살짝 미소를 머금게 하긴 했다.

두아트 갤러리 홈피의 설명에는 상업갤러리에서 상업성을 뒤로 한, 이른바 음반의
실험적, 혹은 팬 서비스 차원의 B-SIDE를 모티프로 한 작업들을 유치하는데도
그 의의가 있다고 하는데..솔직히 말장난 같고....

잘나가는 신진작가의 비상업적 그룹전
→ 그룹전 안에 든 작가 = 잘나가는 작가
→참여 작가 이름값 상승
→B-SIDE 작업들이라도 내놓으면 팔리게 됨
->상업 갤러리의 이익

이라는 도식이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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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진은 다 퍼왔음..(별로 찍고 싶은 것들이 없거나, 혹은 못찍게 해서--; 도록도 부실..)

Posted by 냐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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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2008)
삼성동 COEX 태평양홀, 인도양홀
20080919-20080923

척클로즈,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에 이어 KIAF까지. 전시로 몰아치는 한주.
아트페어를 몇번 가본 적은 있지만, 대부분 국내 작가 위주였고, '국제'아트페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대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국내외 200여 갤러리가 참가한 대단한 규모.
갤러리당 2분씩 할애한다고 쳐도, 400분, 한바퀴 둘러보는데 6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갤러리들이 내어놓은 그림들을 보자니, 얼추 이번 아트페어에서 기대하는 바가 눈에 띄인다.
'미끼상품(?)' 혹은 과시용으로 앤디워홀, 크리스토, 리히텐슈타인 등 거장의 작품을 걸어놓고,
갤러리에서 밀어주는 작가의 작품의 판매를 노리는 갤러리들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이미 명성이 대단한 작가들의 작품만 걸어놓고,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는 갤러리들도 있다. 또 좁은 부스 공간에 갤러리 소속작가들을 빽빽하게 걸어놓고
한점이라도 팔리길 고대하는 약간 '없어 보이는' 갤러리들도 있고, 판매보다는 참여로 몸값을 높여보겠다는
의도인지, 도저히 팔수 없는 설치작품들도 부스를 가둑 채운 갤러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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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정받은 거장들의 작품만 팔아보겠다는 유로 갤러리



수많은 갤러리와 그 몇곱절 되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눈앞을 스쳐지나가기에,
작품당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수 초. 이미지가 강렬하거나, 특이하거나, 혹은 작가의 이름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가 되면 '아하' 하면서 작품을 좀 더 주의깊게 보는 정도이니,
예술작품의 의미따위는 되새길 시간이 없다. 그저 시각적인 충격과 거장의 '아우라'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격표를 보고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



예술작품들의 원래 맥락은 사라지고, 오로지 예술가의 명성에 의한
 '아우라'와 '가격'만이 이곳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요셉보이스는 살아 생전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그렇게 역설하고,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남기고 떠나갔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요셉보이스의 신문 꾸러미 한다발은,
이제, 수호성인의 성물이 되어,  가질 수 없다면,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볼까 하고,
갤러리 관계자에게 부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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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 성인의 성물(聖物)



대략 예닐곱시간을 강한 조명 아래서 작품들을 향해 쉴새 없이 눈알을 굴리다보니,
그리고, 머릿속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이미지의 향연에 전시 말미에는 정신적으로 거의
피폐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마침 안규철씨-독일에서 개념미술을 요상하게 공수해온 죄(?)로 종종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의 작업으로
'전망대'가 눈에 띈다. 전시에 피로한 눈을 높은 곳에서 풀 생각으로 위태위태한 전망대를 올랐다.
안규철씨 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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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클이 덜하긴 하지만, 안드레아 구르스키풍(風)이라는..


 ps. 어떻게 보면 미술시장에 대해 약간 삐딱하게 쓴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나같은 가난한 미술 애호가(-라기는 뭣하지만)에게는, 거장에서 신진작가들의 작품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는....예술의 맥락이니 어쩌니 해도...
       눈앞에 도록에서나 보던 거장들의 작품이 있다는데...그리고 잘나가는 신인작가라는데...
       들이대고 봐야지--;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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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아메리카거장전
20080726-20081109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중남미 하면 떠오르는 작가,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부부..문학이라면 보르헤스 정도..?
80년대 우리나라 민중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던 멕시코 벽화운동의 주역인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 하나로 미술관을 향했다.

지역 혹은 시기로 묶은 모듬전(?)이 크게크게 동강내서 전시를 기획하듯,
 이번 전시도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1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 - 벽화운동
#2 우리는 누구인가 -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
#3 나를 찾아서 - 개인의 세계와 초현실주의
#4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 - 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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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벽화운동의 주역 3인방은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떼 오로스코, 다빗 알파로 시케이로스.
애초에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된 벽화운동은 후기에 이르러서는 디에고 리베라는
미국에서의 활동과 정치권과 얽히며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고,
오로스코와 시케이로스는 파쇼적인 정권에 반대하며, 핍박받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냈다.
(즉 후기에는 결국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는 이야기. 민중운동의 운명인걸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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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는 다인종, 다문화, 천연자원이 키워드.
커피, 옥수수, 카카오 - 베네수엘라의 열매와 그 여신을 그렸다는 에우랄리오 톨레도 토바르(Eulalio Toledo Tovar)의 <나라의 열매들, Fruits of the Country>에서, 여신들이 비탄에 잠긴 것 같은 느낌을 받는건 왜일지.
전시실의 테마에 맞춰 희미해진 그림 각각의 맥락이 궁금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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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고야 떠올린 페르난도 보테로의 익살맞은 그림.
"어 저거 피카소?" 쿠바의 위프레도 람. 그런데 왜이리 그림이 눈에 익을까.
(실제로 피카소와 교류했다고 한다.)
베이컨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하코보 보르헤스의 <도박하는 여인 No.1>
앞서 1,2 전시실에 비해 점점 정신분열적으로 변해가는 그림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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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 그 자체였던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칼자국 그림.
이탈리아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르헨티나 출신이란다. (활동은 이탈리아에서)
옵아트는 베네수엘라가 강국이라는데..글쌔 여기 걸린 그림들만으로는 잘...


도록은 8,000원/30,000원 두종류가 있었는데,
작은 도록은 그림 몇장만 달랑 있어 구매할 가치를 못느꼈고,
그나마 내용이 충실한 큰 도록은 나오는 순간까지 구입을 고민했으나,
지나치게 버라이어티한 그림 목록과, 지나치게 개괄적인 설명에 그치고 있는 섹션별 에세이들로 해서
30,000을 투자하기는 부족한 감이 있어 포기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온라인 전시는 아래 링크에서 아주 상세하게 볼 수 있다.
(그림이 다 있는 것은 아님.)
http://culture.naver.com/culture/eventHtml.nhn?urlid=2008072500009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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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이나 간만의 포스팅. 그간 쌓인(?)이야기도 많지만, 지난 것들은 차차 정리되면 올려보도록 하고...
  뜻밖(?)의 긴 추석연휴 덕분에 평일 오전 시간을 내어 다녀온 성곡미술관- 척클로즈 판화전을 소개하기로 한다.

 
위대한 모험, 척 클로즈
성곡미술관
20080619 - 200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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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회화나, 사진에 조금 기웃거려 본 사람이라면 척 클로즈라는 이름은 몰라도, 왼쪽 그림인지 사진인지는 한번쯤 봤을 것이다. 이른바 사진보다 더 사진같은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의 창시자(라지만 후계자가 있는지는..?) 척 클로즈의 자화상이다.(본인은 자화상이라기보다 그냥 두상화-HEAD-라고 불렀다고..)

 관객을 압도하는 크기와 세밀함으로 정평이 나있는 작업이니, 책에 실린 조그만 삽화로는 그 감흥을 전혀 느낄수 없을터(지면으로는 그저 사진과 동일할 뿐--;), 이런 척 클로즈의 작업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 것이다!

 한데, 할인쿠폰을 받으러 성곡미술관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판화전"

이란다. 척 클로즈가 판화도 했었나?

자, 이하 전시 소개 들어간다.




 네이버에서 척 클로즈를 검색해보면 한줄이 등장한다. "1964년 예일대 판화과 조교'
그를 유명하게 한 것은 극사실적인 회화작업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판화에 몸담고 있었던 것.
그때부터 지금까지 판화에 대한 열정으로, 메조틴트 , 펄프 페이퍼, 스핏바이트 에칭, 리덕션 리놀륨(고무판화), 실크스크린, 일본식 목판화, 유럽식 목판화, 스크리블 에칭(부드러운 에칭)까지 그야말로 판화의 전 장르를 통틀어 종횡무진 활약한 작업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사용된 색상만 60여가지가 넘는 3미터 높이의 초대형 판화가 상상이 되시는가?
학창시절 어떤 식으로든 다색판화를 해본 사람이면 이해가 될 것이다. 8절 한장에 몇가지 색만 올리려고 해도,
색상이 겹치면서 색상이 틀어지고, 각 분판이 명확히 상하좌우에 맞춰들어가기도 쉬운일이 아니다.

목각 판화의 경우는 작업 하나를 위해 2년여가 걸릴정도라 하니, 그 작업의 난점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척 클로즈 혼자 그 고된 작업을 해내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당연지사.
게다가 척 클로즈는 1988년 척추장애를 앓으면서 사실상 반신불수의 몸이기까지 하다.

 이 전시의 영문 부제 "과정과 협동작업(Process and Collaboration)"에 그 해답이 있는데,
척클로즈의 대규모-다장르의 판화작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사람들의 협업에 의한 결과물임을 소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이 책은 <과정과 협동작업>으로 제목을 지었다......최종 찍어낸 작품과 함께 판화의 진행단계에서 찍은 시험쇄를 보여줌으로써 화가의 결정과정에 대한 신비로움은 많이 벗겨질 것이다. "(전시 서문中-테리 술탄(기획자))

 척 클로즈 본인도, 최종 결과물은 결국 자신의 것이 되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 판화공(?)들의 아이디어와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와 같은 대규모 판화작업에는 협업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다는 데에는 다소 불만이 있지만 (척 클로즈 뒤의 수많은 판화공들-혹은 시다(!)들을 생각해보라!) 고독한 천재성의 예술이 아니라, 협업을 통한 공동의 창작과정임을 강조한다는 데에서, 그리고 전시의 목적이 예술가의 신비함-아우라를 벗기는데에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서 성곡미술관측의 무책임한 변조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묻지 않을수가 없다!
전시제목부터 "과정과 협동작업" => "위대한 모험" 으로 바꾸면서 이른바 "위대한 예술가"에 촛점을 옮겨갔고,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판화 예술의 아우라"를 강조하고 있는데다가,
3층의 척클로즈의 작업실 영상은 판화와 일절 관련 없는 회화작업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영상만 봐서는 척클로즈는 영락없이 회화작업만 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내내 판화작업에 대해 설명한 번역 도록 말미에 실린 촌평(?)은 더욱 생뚱맞은데, 척클로즈의 자화상에 대해 무의미화,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투쟁 따위의 말로 "위대한 척클로즈", 천재성의 위대한 화가 만들기에 급급할 뿐이다.

 물론 따지고 보자면, 그 수많은 협동작업들이 결국 '척 클로즈'의 이름-브랜드-으로 미술 시장에 선보이게 되는, 고귀한 예술가, 예술성을 획득해야만 그 가치를 부여받는 시장원리를 탓해야겠지만, (결국 척클로즈 본인도 이같은 혐의에서는 자유롭지 못한것이다!) 나름 예술계를 선도할만한 위치에 있는 큰 미술관에서, 원래 전시의 기획의도를 무시하고, "오오!! 위대한 예술가 척 클로즈!!"라고 찬양하며 신화 만들기에 몰두하는 것은,(성공적인 전시의 흥행을 위해서였다고 할지라도)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메조틴트 펄프 페이퍼 멀티플 스핏바이트에칭
리덕션 리놀륨 실크스크린 일본식 목판화
유럽식 목판화 스크리블 에칭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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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민미술관에서 5/16-8/17일까지 진행중인 FACTORY展
보름 전에 다녀왔지만, 이제사 정리해서 올리게 되었다.

강상훈, 구성수, 백승철, 이정록, 장용근

5명의 작가가 참여한 산업현장을 주제로 하는 그룹전이다.

서문을 보면 일전에 '새마을'이라는 제목으로 근대 생활이미지를
비슷한 작업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연장선 상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듯.

전시 감상은 아래 서문에 첨삭하는걸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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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에 보면 굉장한, 환상적인 따위의 감탄사를 잔뜩 적어놓았는데...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발견'해야만 하는 사진의 속성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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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갖는 관찰자, 방관자적 한계
그리고 뭔가 새로운 소재를 '발견'해야만 하는 속성
내게는 조금 냉소적으로 다가왔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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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앞 공사현장. 왠지 이 사진도 전시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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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회화 vs 사진의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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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정의가 애매하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같은 거장의 작품도 예술이고, '예술'이라는 단어가 있기 전에 그려졌던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도 예술이라 불러지고, 바로 이 순간, 강원도 노인이 그리는 모래로 그린 그림도 예술이라 일컬어지고, 청계천에 놓여진 생뚱맞은 플라스틱 소라모양 조형물도 예술이라고 불러진다. (개인적으로는 '예술가-직업적인 훈련을 받거나, 그 그룹에 인정받은 사람'에 의해 행해진 것이라고 정의내리고 있긴 하지만) 연일 소개되는 작품들이나,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예술 작품들을 보자면 '누구나 예술가', '그 무엇도 예술작품'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듯 하다.

 한편, '사진'이라는 매체도 예술의 견지에서 보자면 참으로 정체가 애매한 녀석인데, 사진 그 자체로 보자면 영상을 필름이나 디지털 등의 매체로 기록하는 장치이지만, 전문적인 훈련이 없이도(물론 전문적인 훈련이 무용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셔터를 누르면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대체 어디다 써먹을지 모르는(벽을,건물을 장식 하는 용도 이외에는?) 예술 작품과는 달리 보도, 일상의 기록-스냅, 상업 등과 같이 굳이 '예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물론 이 중에서도 도대체 써먹을 데가 없는 사진들을 추려 -예술 사진-이라 분류하기도 한다), 예술의 장르에 사진을 편입함에 있어 기존 회화나, 조각등의 순수미술계에서의 미묘한 긴장감(물론 이러한 까닭에는 취미 사진 가들이 '예술한답시고' 나대는 연유도 큰듯 하다. 직업적인 예술가들이 보기엔 얼마나 같잖겠는가)을 보자면 대체 사진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의문이 떠오른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과, 과정을 살펴보는 책이 이토우 도시하루의 <사진과 회화>, 마리안네 케스팅의 <사진의 독재>이다.
 
 두 책 모두 사진의 출현에서 오늘날까지 시간을 따라 사진과 예술의 관계를 탐색하는 구성면에서는 비슷하나, <사진과 회화>는 제목처럼 회화와 원근법에 좀 더 비중을 두고 논지를 끌어나가는 반면, <사진의 독재>에서는 사진과 대립하는 대상으로 회화뿐 아니라, 문예작품을 포함시키고, 사실/자연주의, 현실의 모방의 관점에서 논의를 끌어나가고 있다.

 <사진과 회화>는 르네상스에 이르러 완성된 선원근법을 이상적인 자연의 모습을 목표로, 자연의 불완전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개념으로 파악하고, 이후 '사진적 시각'으로 불리는 부분적인 시각의 원근법으로 변모해 왔음을 제시한다. 즉, 사진의 발생 이전에 이미 예술에 '사진적 시각'이 존재해 왔으며, 따라서 사진은 '예술의 사생아'가 아니라, '예술의 적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회화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단숨에 이뤄버린 사진을 회화(예술)는 어떻게든 배척할 수 밖에 없었으며, 보들레르의 표현을 빌어 인간 상상력의 고귀한 결과물인 회화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따라그리는 천박한 것(즉, 사진)이 아니라, 예술가의 상상력을 거쳐 자신만의 시각으로 이상화되어야 함을 목표로 함을 천명하였다. 따라서 '나는 천사를 보지 않았으므로 천사를 그릴 수 없다'라고 천명하며 극단적으로 시각적인 재현에 충실했던 쿠르베가 당시 살롱의 관계자들과 화가들에게 멸시를 받았던 것과 같은 이유로 사진은 예술의 적이 되었다.(아이러니 하게도, 화가들은 사진을 수집하고, 사진을 자료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때문에, 사진이 자신의 특성을 포기하고, 얼마든지 회화적인 표현이 가능함을 증명하려 했던 반동의 시기도 있었으나,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사진의 매체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일군의 작가들이 나타난다. (책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 등이 언급된다.) 해서 책은 회화와 사진은 대립의 관계가 아닌 형제로서 파악되어야 함을 밝히며, 정(회화)-반(사진)-합(예술의 상승) 식의 다소 나이브한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세기 초 사진과 회화의 관계를 밝히는데 뒤샹의 유작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몇 번 읽어보아도 도저히 그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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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사진의 독재>는 그 제목과 <예술의 모방에서 그 압도에 이르기까지>라는 과격한 제목이 제시하듯, [예술의 종말]에 대해서 언급한다.

 19말-20초에 있어서 사진과 예술의 대립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그 분석은 <사진과 회화>에서 나타난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예술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나가게 되고, '회화의 본질'과 같은 예술 자체를 주제로 삼는 예술들이 유행하게 된다. 보들레르, 카프카, 피란델로 등은 사진의 기술적 특징을 문제 삼아 사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는데, 도구 의존적이며,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강렬한 시각적 충격인 이 매체는 결과적으로 어떠한 것도 제시하지 않으며, 인간의 자율적 의지에 반하는 것이었다. 한편 사진은 사진대로, 기술적인 완성과 함께,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자 여러 시도를 하게 되는데, 앞서 언급했던 회화를 모방하는 사진등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라즐로 모흘리 나기나 로드첸코 등이 선보였던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는 새로운 시각, 극단적인 확대, 축소 사진,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하여 보여주는 등, 눈의 시각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며, 회화가 추구하고 있던 추상성을 따라잡는데에 이르렀다.

  회화는 회화대로, 사진을 극복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추상과 같은)를 하게 되는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속담처럼, 사진을 피하기 위해 사진을 알아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20세기 중반 팝아트에 이르면, 아얘 사진적 시각을 그대로 도입하여 '소격-낯설게 하기'시킴으로서 사진을 극복(사실은 압도당함)하고자 하는데, 2차원적인 현실의 모사를 넘어 아얘 3차원적으로 (물론 완전 비 실용적인) 사물을 모방하는 작업(올덴버그 등의)들까지 등장하게 된다. 척 클로즈는 사진을 그대로 확대 모사했고,(그의 작품 앞에 서면 사진과 다른 것은 그 압도적인 크기뿐이다!) 퍼포먼스나, 행위, 대지 미술가(크리스토퍼, 조지&길버트 등등..)들은 등등은 자신의 작업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처럼 사진이라는 매체는 예술을 압도하기에 이르렀으며, 예술품의 복제와 보급-즉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의 상실-에 사진이 미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사진이 예술 전반에 미친 영향은 실로 예술을 종말로 이끌고 있다고도 할만하다.

 마리안네 케스팅은 말미에 이르러 현대의 예술의 위기(사진을 피해 달아나고자 했으나 실패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는데, 칸딘스키가 언급한 예술의 의미-'다양한 면모로 나타나는 다기능성'- 즉 무용하기 때문에 뭔가 있어보인다는 -를 인용하며 예술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만이 이 국면을 극복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2013년 1월 23일 추가

사진이 회화의 적자라는 주장은 91년 MOMA의 사진분과 큐레이터로 취임한 Peter Galassi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1980년초 Peter Galassi가 조직한 <Before Photography: Painting and the Invention of Photography>전에서

Heinrich Schwarz의 영향을 받아 사진과 회화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Peter Galassi의 인터뷰를 참고.(naive youth한 시절의 이야기라고....ㅎㅎ)

http://lejournaldelaphotographie.com/entries/5566/peter-galassi-30-years-at-the-moma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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