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일단 포스터에 대한 잔소리부터..

내가 영화를 보는 눈이 빼어나다거나, 감각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경우를 쭉 지켜볼때, 사람들이 혹평을 내어놓는 영화의 상당수는 포스터와 실제 영화간의 괴리가 상당했던 경우이다.

소위 포스터가 관객을 '낚는' 경우인데...

 '스펙터클 초거대작', '상상조차 하지 마라', '충격적인', '최강의 다이나믹', '전미 박스 오피스', 거장 '누구누구' 등의 과대포장식 문구로 영화의 본질을 호도해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자면,

<매트릭스>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 낸  또 다른 가상현실 - <브이 포 벤데타>
영화 역사를 흥분시킬 스펙터클 초거대작 - <우주전쟁>
<글라디에이터>감독이 창조한 새로운 신화 올랜도 볼룸 주연의 -
<킹덤 오브 헤븐>
그의 이름은 전설이 되고, 그의 인생은 역사가 되었다 -
<알렉산더>

 <미스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데, 일단,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먼데다가, 포스터의 분위기도 영화와는 완전 반대.

 어떻게든 관객을 모아(낚아)보려는 시도는 가상하긴 하지만, 좀 더 솔직하게 영화의 분위기를 전달해준다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배신감은 한결 덜해질텐데 말이다.

 이야기가 영화가 '별로'라는 것처럼 흐르는데, 단연코 근래 본 영화중 '수작'이다.
다만 포스터 덕분에 '낚인' 사람들이 많았을 거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고...
(네이버 리뷰를 보면 낚인 사람들의 울분을 절절히 느낄 수 있음...)

자 영화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나무가 뿌리째 뽑혀 스러질 정도의 유난한 폭풍이 지나간 한적한 마을. 다들 복구에 한창이고,
슈퍼마켓은 각종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때,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안개가 마을을 급습하고, 안개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사람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안개를 해치고 나갈 것인지, 슈퍼마켓에서 기다릴 것인지, 사람들은 분열하고,
이어지는 괴생물체의 습격에 '카모디'가 설파하는 종말론적 이야기는 점차 사람들을 장악하고,
상황은 점점 극단적인 행동(희생-제물)으로 치닫는다.

 안개속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집어 삼켜질 때, 개인적으로는 안개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으나, 여느 헐리웃 호러물답게, '차원을 넘어 온 이질적인 생물체들'을 친절히 보여준다.
(덕분에 포스터의 '블록버스터'에 낚인 관객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되고,
 이후 영화는 철저히 '심리극'으로서 관객의 희망을 외면해버린다.)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그 까닭은 영화속의 인물들이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을 지닌 영웅적인 인물이 아닌,
극한 상황에서 무기력하고, 동요하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 당신은 이 상황에서 누구를 따르겠는가?"
 "저 사람을 구해야 하는가?"
 "슈퍼마켓을 나가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영화는  다소 상식적이고, 다소 침착한 주인공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카모디'부인-그리고 집단의 광기-을
선택지의 양 극단으로 제시하는데, 언뜻 상식적인 선에서는 주인공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혹시...? 주인공의 판단이 틀리다면?'
'결과론적으로 카모디 부인의 판단이 맞다면?'

극한 상황과 불확실한 정보들을 두고 어떤 판단을 내리라 한다면, 선뜻 대답이 쉽지가 않다.

영화는 다소 과장스럽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두 선택을 비교하며, 주인공의 판단이 합리적이며,
영웅과도 같다고 설교하려는 듯 보이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낚시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본다.
집단적 광기에서 탈출한 주인공 무리들이 도달한 곳은 결국 죽음이었다.
극한 상황,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판단은, 그 무엇도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

 어느 미국 평론가는 '무서울 정도로 설교적인 영화'라고 혹평했다는데, 완전히 영화의 포인트에서
벗어난 평이다. 집단적 광기에 맞서는 영웅적 개인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인생사 타이밍'이라는 한 네티즌의 영화평이 핵심에 근접해 있달까.

ps. 황금가지에서 나온 <스티븐 킹 단편 소설집>에 원작  <미스트>가 실려있다.
   서점에 앉아서 1시간 정도면 여유있게 볼 수 있는 분량인데, 영화는 상당히 원작에 충실한 것으로 보임.

Posted by 냐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