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4동 산65번지. 두어달 전쯤 65억원대 재개발 로비가 드러나면서 시끄럽기도 했고,
대지주/건물주가 따로따로라는 특수한 상황때문에 이슈가 되는 곳이란다.

이곳의 상황을 아는대로 요약해보자면, 대지는 지덕사-양녕대군종친회 소유이고,
재개발을 노리고 들어온 투기성 무허가 건물주들이 조합을 만들어 2007년 동작구청으로부터
재개발 인가를 받아냈다. 한편 지덕사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건물주와 세입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재개발이 아니라, 자기 소유의 땅에 건물을 새로 짓는 '민간'재개발을 추진을 하기 위해서,
재개발 인가 취소 소송과 동시에 철거용역을 동원해 건물 철거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건물을 헐고 나대지로 만들어 버리면 '민간'재개발은 누워서 떡먹기가 되므로)


641번을 타고 대림아파트 앞에서 내려 시장을 거쳐 30여분을 걸어 올라갔다.
오르는 길가에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지나치며 엿들어보니,
대체로 재개발, 보상, 철거,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듯 했다.

길을 오르다보니, 어느 순간 담장이 있는 번듯한 3층 4층 집들이 사라지고,
'판자촌'을 연상케 하는 낮은 집들이 산등성이에 따닥따닥 몰려있다.
지적도에 표시나 될까 싶은, 이게 길이 맞을까 싶은 조악한 계단과 흙길이 그 사이로 얽혀있다.

군데군데 무너진 집들과, 흘러내리는 골재를 막기 위한 검은 그물들. 그리고 과격한 구호들.
지난 2월부터 지리하게 기습적으로 건물을 헐고, 몰아내기를 반복한 탓인지,
철거된 골재위의 검은 그물 사이사이로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좀 더 올라서 내려다보니, 풍경이 참 처참하다. 검은 그물과 드러난 붉은 흙들 사이로 보이는
아직도 남아있는 집들. 지난 여름 무성하게 자라난 풀들의 녹음이 무심하게만 느껴진다.





이미 사람이 떠나간 어느 집. 덩그러니 놓여진 아이들 장난감이 안스러운 가운데,
문 앞 마당에 던져놓은 검은 그물은, 이곳도 곧 헐어지고 말거라는 예고장처럼 느껴진다.



 살던 이들은 떠나가고, 살던 건물들도 허물어졌지만, 남아있는 이들은 어떻게든 지내고,
또 버텨내야 할 터. 무너져내린 건물을 따라, 심어놓은 화분과, 일궈놓은 텃밭, 검은 그물사이로
솟아나와 헝클어진 호박넝쿨들이 여기 사는 이들의 희망을, 의지를, 소망을...
그리고 그렇게 감내해야만 하는 잔인한 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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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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