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일우재단에서 주최하는 사진 관련 세미나가 있었다.

올해가 세번째라는데 이렇게 쟁쟁하신(?)분들이 오시는데 왜 여태 몰랐을까..

주변에 누군가라도 귀띔해줬을텐데..홍보가 덜되었던지, 혹은 일우재단에서 대상으로 하는 청중들이

나와 내 주변사람들과 교집합이 없던지....

 

 일단 등장인물들이 만만치 않은 분들인데...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을 필두로 해서..

난조 후미오 모리미술관장, 디디에 오탱제 퐁피두센터 부관장, 그리고 크리스토퍼 필립스까지...

 

단순히 세미나를 위해 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 내막을 살펴보니,

일우재단에서 진행하는 올해의 작가상 심사위원으로 초대 받은 것이라 한다.

그렇다라면 비단 올해의 작가 수상자뿐 아니라 후보자들 모두 쟁쟁하신 분들의 눈에 한번 보여지는 셈이니

일우에서 맘먹고 제대로 한국 작가들을 서포팅해주는 셈이다. (내년이나 내후년엔 잘 준비해서 나도...-_-)

 

<The Judgement Seat of Photography, 1982, OCTOBER>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필립스의 강연이 가장 듣고 싶었으나...

건강이 안좋으셔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입원하셨단다..-_-

나도 오후엔 일정이 있어서 끝까지 듣지 못하고 마커스 하트만(핫제칸트 편집장)까지만 듣고 나왔다.

일단 들은 것 까지만 간략히 정리해두고자 한다.

 

오전반은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맞춰, 각 나라의 현대사진사를 조망해보는 순서쯤 되었다.

1. 싱가폴미술관장 탠 붕휘는 현대 사진의 상실과 그의 복권이라는 맥락에서 싱가폴 현대 사진을 조망했다.

기억에 남는 말은  "오늘날 젊은 작가들이 상실에 대한 작업을 할 때에, 사실 대부분은 그 상실된 것을 경험해보지도 못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이 그것을 재현해 낼때는 복권이 아니라 하나의 창조에 가깝다는 것."

탠붕휘씨는 인상부터 발표까지 상당히 비지니스맨같은 느낌.

 

2.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후기식민주의 시각에서 한국미술사 전반을 살폈는데....

(사실 사진쪽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1990년을 한국미술에서의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분기점으로 삼아

해방전-앵포르멜-흑백시대-민중미술 / 노마디즘, 혼성주의 로 주요 작가들을 소개했다.

사실 그닥 새로울 것은 없는...

 

3. 광동미술관장 왕 후앙셍이 오기로 되어있었으나, 대타로 다른 분이 오신듯 한데...상당히 긴장해서 발표를 진행했다.

중국 근/현대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음.. 검열때문일까 중국내에서 사진은 정말 20년은 뒤쳐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깊었던 것은 1930년대 유행한 픽토리얼(사진에 수묵화를 친다던가 하는)사진이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

 

4. 난조 후미오씨 역시 일본 근/현대 사진 그리고 아시아 현대 사진까지 소개를 했는데,

(사실 난조 후미오씨 역시 사진에 큰 조예가 있지는 않은듯 했다.)

익히 들었던 주요 작가로는 히로시 스기모토, 모리무라 야스마사, 아라키 노부요시...등..

90년대 들어 캐논에서 주최한 컴피티션이 사진계에 꽤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컴피티션을 통해

여성(소녀)작가들이 두각을 드러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5. 핫제 칸트의 국제부 편집장인 마커츠 하트만은 사진책의 현재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는데,

핫제 칸트쯤 되는 메이저(?) 출판사라도 권당 발행부수는 2-3000권 수준이라고 한다. (일부 영향력 있는 작가의 경우는 2-3만부 정도..)

재미있는 건 갤러리로부터의 주문이 늘고 있다는 것인데, 일종의 작가 홍보전략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핫제 칸트쯤 되는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다고 하면 잘은 몰라도 중요한 작가겠구나 싶을테니...

전자책의 발달로 급격히 사그라 들고 있는 소설 등의 타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장 가치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 의외로(?) 전망이 밝을 수도 있다는 예상.

 

 

오전반의 네분은 싱가폴/한국/중국/일본 - 아시아 미술시장을 좌우하실 분들일듯 하여 질문을 하나 드렸다.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아시아권 작가들을 보면 - 가장 최근의 김아타 역시도 - 매체의 사용이나, 시각화에 있어서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것에-오리엔탈리즘-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이는 기회인 동시에 한계라고 보이는데, 어찌 생각들하시는지?"

김홍희관장과 난조 후미오씨의 다소 상반된 답변.

김홍희 관장 : "사실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본다. 하지만 그것이 오리엔탈리즘이냐 아니냐..는 그것이 단순히 매체의 사용이나, 시각적인 측면을 넘어서

                   작가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보편성을 획득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난조 후미오 관장 : "앤디워홀이나, 잭슨폴록이 국제적인 스타일이 되었을 때, 사실 그것은 국제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히 "뉴욕 스타일"에 불과했다.

                         따라서 우리 작가들 역시 그것을 성공시켜서 국제적인 스타일로 만들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늘날 미술시장은 자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작가를 발굴하고, 국제 무대에 세울 때에, 그리고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큐레이터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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