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을 낀 금토일 황금 연휴 - 였지만, 결국 토요일 오후에야 출발, 결과적으로
일요일 하루 급하게 광주 비엔날레를 둘러보고 왔다. 찜질방에서 잠을 제대로 못자서
컨디션이 엉망인 상태에서 강행군 하다가, 2주동안 골골 앓아 눕고 이제야 정리해서 올리게 되었다.



2008 광주 비엔날레 [연례보고]
20080905-20081109
광주 비엔날레본관/시립미술관/의재미술관/대인시장/광주극장


신정아씨 덕분에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엔날레, 과연 무엇을 보여줄지.


올해 비엔날레는

 비엔날레 본관,
광주 시립 미술관
 의재 미술관
대인시장
광주극장


이렇게 다섯곳에서 나누어 진행되는데, 시간 관계상 대인시장은 도착한 날 저녁에 훑기만 했고,
비엔날레 본관과 시립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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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도착하니 7시가 다 된 시각, 실내 행사들을 둘러보기에는 늦은 시각인듯 하여, 대인 시장을 찾았다. 시장 천장에 걸려진 현수막을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늦은 시각 때문인지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카메라 들고 두리번 두리번 하는 무리의 사람들만이 여기 뭔가 있구나 알려주는 정도.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단)(작)] 일군의 젊은 작가들이 시장 속에서 자신들이 작업하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며 모인 공간이다. 10여평이나 될듯한 좁은 3층 건물에 자신들의 작업실을 마련해두었다. 낮에 왔으면 작가들이 관객들을 뭔가 재밌게도 해줄 법 했지만, 시간이 늦은 탓에 작가들은 귀가했고, 군데군데 놓여있는 작업들만 구경했다. 시장 속으로-삶의 공간-으로 들어오겠다는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그들의 작업(3층에 온통 하얗게 발라놓은 작업을 제외하고는)은 그것과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긴 했다. 


 몇몇 작가들은 시장 가게를 개조해서 자신만의 갤러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예술이라는 것도 시장 속에 묻어 놓으니 그냥 물건파는 가게랑 다를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막을 따라 따라 걷다보면, 지난 베이징 올림픽 특수를 단단하게 누리고 있는 장미란 벽화(셔터에 그려진)를 볼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장미란 옆에서 셔터를 드는 시늉을 해볼 듯^^. 한데, 셔터에 그려진 것이니 만큼 가게가 문을 열어 셔터를 올려버리면 작품을 못보게 될텐데... 아마도 빈 가게이렸다. 재래 시장의 몰락과, 그 자리에 재래 시장에 무언가 의미를 밝혀보겠다고 나타난 예술작품. 한데, 그 예술작품이 결국은 시장이 셔터를 내리고 있을 때에만 보여질 수 있다. 뭔가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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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질방에서 괴로운 하룻밤을 지새고, (정말 찜질방에서는 잠을 못자겠다..ㅠ.ㅠ)
비엔날레 본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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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작가만도 100여명이 넘는 방대한 규모이지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작업들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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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임 숀펠트 (Joachim Schoenfeldt, 남아공)
Sketch for Four Musicians(moo, roar, chee-ow, yeeeoh)
 아마도 전시관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자리덕을 톡톡히 본 작가가 아닐까 싶다. 브레멘의 악사를 모티브로 의사소통의 불완전함을 전달하려 했다는 작업. 원래는 계단모양의 단상에서 4명의 악사가 불협화음을 연주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유럽의 동화인 브레멘의 악사들의 동물들을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동물들로 치환한 것은 아마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인듯.


케리 제임스 마샬(Kerry James Marshall,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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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ythm Mastr: Every Beat of My Heart, 2008

작가가 설정한 흑인 슈퍼 영웅들의 모습을 담은 만화, 설치,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통해 미국에서 흑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작업들. 단일 작가로는 한스하케의 설치 작업과 더불어 비엔날레 본관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작가의 작업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청소년들과 함께 인형극을 상영하고, 작업도 같이 진행한다는 것(즉 작가의 일방통행적인 작업이 아니라는 것). 수잔 레이시가 말한 <뉴 장르 공공미술>과 궤를 같이 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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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Jina Park, 한국)
Moontan
사실 딱히 인상 깊지는 않았지만, 한국작가라서 넣었다. 선(sun)탠에서 따온 문(moon)탠이라는 제목들의 밤스냅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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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Eunji Cho, 한국)
진흙시_엑소더스
(신도시가 건설되는) 파주에서 훍 한덩이를 정사각형으로 도려내와, 전시 당일 전시장 벽에 흩뿌려짐으로서, "탈출"했다 라고 외치는, 다소 황망한 작업. 신도시, 타자, 탈출 등의 키워드를 조합하면 뭔가 할 말이 많을 것도 같은데..



한스하케(Hans Haacke, 독일)
내가 비엔날레를 찾은 제1의 목적. 한스하케의 작업을 볼 수 있다는 것. 새로 발표한 작업이 아닌, 기존 작업들을 옮겨놓은 것이라 다소 아쉽기는 했다. 총 4개 작업이 전시되었는데, <Wide White Flow>, 1958년(맞나?) 카셀 도큐먼트 사진들, 1971년 구겐하임에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전시가 취소되고 큐레이터는 해고당햇던 맨하탄의 부동산의 소유 관계를 다룬 작업, 1992년 미국 빈민정책을 비판한 Trickle up이다. 카셀 도큐먼트의 작품들을 보며 대체로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관객 사진들을 보면, 지금의 우리 비엔날레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도 지어지고, 책에서나 보던(그렇다고 실제로 본다고 크게 다를 것도 없는--;) 부동산 작업도 실제로 보게 되니 그저 감사할 따름. 그래도 역시 광주를 위한 작업이 없다는건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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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요(Jewyo Rhii, 한국)
환호하는 베어즈
아 이건 정말 모르겠다. 작가는 박이소의 절친한 친구라는데... 박이소 띄워주기의 선봉장이라도 되겠다고 결심한걸까? 작업들을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대여하고 돌려받고... 아 그래도 비엔날레급 작가인데..뭐가 있겠지.



 

조동환&조해준(Donghwan Jo & Haejun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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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한 부자(아버지는 학교 선생님)의 작업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버지의 기억들을 한장씩 드로잉으로 그려낸 작업. 마치 '검정고무신' 만화를 보듯, 한국의 역사를 구체적인 개인의 경험을 통해 증언한다. 총체적(혹은 종합적인) 역사라는 것은 결코 설명될 수 없지만, 개인의 단편적인 역사들을 둘러보고 있자면, 어렴풋하게 전체적인 역사의 덩어리를 그려볼수 있다.



마이다다 민영순, 알랭 드수자, 압델라리 다로치(M"YDADAYong Soon Min, Allan deSou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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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delali Dahrouch)
Proposal for Projectory
 작동이 되고 있었다면 임팩트가 강렬한 작업이었을 텐데, 내구성(?)의 문제로 가동이 중지된 것이 아쉬웠던 작업. 작업은 팔레스타인출신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국경 너머로 돌을 던지는 사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가 돌을 던지는 개인적인 행위 이면에 존재하는 역사와, 돌이 국경을 넘어 떨어졌을 때 그것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피칭머신은 야구공을 아크릴판으로 쏘아 대고, 아크릴판 뒤쪽의 밀실 속의 관객들은 아크릴 판을 흠집내는 무시무시한 야구공의 위력과 갇힌 공간에서 증폭되는 파열음의 충격을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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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 아비디(Bani Abidi, 파키스탄)
From the Series Security Barriers A-L

파키스탄 출신의 작가는 주변에서 보이는 바리케이트를 카달로그처럼 하나씩 그려냈다. 그렇게 해서 그린 바리케이트 종류만도 십수가지. 작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그림에 나타난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방법의 바리케이트들과, 아주 약간의 세계뉴스에 대한 지식만으로도, 작가가 주변의 현실을 드러낸다. 드러나는 현실과 대조적인 단조로운 그림들이 묘한 긴장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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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스 파렐(Seamus Farrell, 영국)
중고차문으로 만든 UN 서클(UN Circle, In Recycled Car Doors)
UN을 회의장을 형상화한 작품. 중고차 문이 주는  삐걱거리는 느낌, 스산한 느낌, 용도 폐기된 느낌등이 다소 냉소적으로 다가오는데, 나의 받아들임과는 상반되게 희망적인 느낌으로 소개를 하는 도슨트. 작가는 정말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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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 Feria / (빈센트 + 페리아)
익스폴라토리움0.3(Expolartorium 0.3)

이번 전시를 통틀어 가장 부러운 작가'들'(부부)이 아니었을까? 세계를 누비며,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이 지구의 희망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설파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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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슬레이 자파(코소보)
칼린(Khaleen)
양탄자 하나로 세계의 권력과, 돈의 흐름을 명료하게 표현해냈다! 아프가니스탄의 양탄자 장인들은 이 카펫을 만들기 위해 약 5년의 시간을 소모한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단돈 100달러. 그리고 이작업이 미술관에 놓였을 때 붙여지는 가격은 아마도 그 수백, 수천배에 이를 것이다. 양탄자 장인들은 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본뜬 양탄자를 제작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비엔날레 관을 둘러보니 어느덧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물품보관소에 맡긴 가방과 외투를 찾으려니,
담당자분이 맡긴 시간을 보고는 "여태 여기만 계셨어요?" 놀라며 묻는다.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휘휘 한바퀴 둘러만 보고 가는게 보통인가보다.
(참고로 도슨트 따라 한번 돌고, 찬찬히 하나씩 보러 또 한바퀴 돌았음..)

시립 미술관에는 고든 마타 클락展과 대만 교류전이 있었는데..(바로크 거장전 같은건 관심 없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단연 고든 마타 클락이었다.

 고든 마타 클락(Gordon Matta-Clark)(1943-1978)은 비교적 최근에야 재조명받기 시작한 작가로 작년 휘트니 뮤지엄에서 "당신이 척도다"라는 제목으로 회고전이 열린 이후 관심이 급속도로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건축을 전공했던 그는 철거 예정인 건물에 들어가 건물들을 자르고 토막내어 감추어진 공간을 드러내고,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감추어진 공간을 드러낸다는 것은, 비단 표면적인 공간 뿐 아니라, 그 공간에 살고 있던 사람의 흔적, 나아가 그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는 빈곤의 문제와, 당시 이슈가 되고 있던 부동산 문제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1971년 한스하케가 맨하탄의 부동산에 대해 작업을 진행한것을 떠올려보라!)
 철거예정인 건물에서 단속반과 쫓기며, 또 아슬아슬한 구조물 위에서 곡예를 부리듯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에, 현재 그의 작업은 사진 및 영상물들, 그리고 아주 간혹가다 건물에서 도려낸 잔해들 정도만 남아있긴 하지만, 건물을 쪼개면서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내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기능하기를 바랐다는 점에서 고든 마타 클락에 대한 때늦은 주목은 이상할 것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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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비엔날레 도록 및 전시장의 설명은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혹은 지나치게 내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내 관점에서는 충분히 사회와 체제에 비판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작업들인데, 다소 작가의 내면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듯한 느낌들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ps2. 대충대충 통계로 보는 광주 비엔날레(대충 강조!)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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