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18 리키아 월드 / 패러글라이딩 / 집으로

 리조트가 고급(?)스럽다는 생각에 한참 위축되어 있었는데, 식사를 하면서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은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애들이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면서 음식 투정하고, 그릇도 깨고, 부모님들과 씨름하는 모습들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였고, 애들도 저러는데 우리도 뭐...라는 생각으로 점점 용기가 생겼다.
 

 

 식사는 두 곳의 레스토랑에서는 아침/점심/저녁에 뷔페식으로 숙박료에 포함되어 있고, 좀 더 고급 레스토랑은 예약료와 음식값을 따로 받는데, 얼핏 봤을 때 고급 레스토랑은 이용객이 거의 없는듯 했다. 뷔페식이지만, 즉석에서 요리를 해주는 코너도 많고, 과일, 샐러드, 이탈리안, 생선, 고기류에 후식까지 모두 맛이 괜찮았다.

 

 

 엊저녁에 예약한 패러글라이딩 시간은 11시 15분, 가이드북에 소개된 $100~120보다 다소 비싼 100유로(200TL)였기에 망설이긴 했지만, 여행 마지막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있는 비상금 50유로 정도를 남기고 신청했다.

 

 아침을 먹고 패러글라이딩 시간까지 리조트가 끼고 있는 전용(!) 해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른 시간이고, 바닷물이 차가워서인지, 한산한 모습이었다.(리조트가 비수기인 겨울에는 문을 닫고 4월부터 오픈하기 때문에, 비교적 이용객이 적은 까닭이기도 했다.)

 

 

 어제 저녁에 얼핏 보았을 땐 깨닫지 못했는데, 지중해의 바다는 참 맑고 파랗고, 푸르다. 그림이나, 사진속에서만 보던 파란 바다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해변을 잠깐 둘러보고, 패러글라이딩 픽업을 받았다. 픽업 트럭을 타고 뒷산을 한참 올라간다. 뒷산 높이가 자그마치 2000미터가 넘는다. 바닷가 바로 뒤에 위치한 2000미터짜리 산이라니. 울루데니즈가 세계 3대 활공장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가보다.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절벽아래로 2인 1조가 되어 바람을 기다리고, 타이밍에 맞춰 뛰어내리고 있다. 긴장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저런 연약한(?) 것에 몸을 맡기고 뛰어내릴 생각을 하니 가슴이 살짝 콩닥콩닥 했다--;

 

 이윽고 내차례가 되었고, 지시하는 대로 가방과 버클, 헬맷을 착용하고, 구령에 맞춰 힘껏 발을 굴렀다. 그리고 설마설마설마했는데...떴다!

 

 

 이륙장의 소란스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귓가를 쓸고 지나는 바람소리만 들려온다. 발아래 멀리 보이는 돌, 나무, 봉우리들. 갑자기 적막감이 몰려오고, 검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울루데니즈 시내와 해변이 보이고, 우리가 묶고 있는 리조트도 보인다.

 

 

 

 

 한데, 멋진 풍경과 더불어 나는 조금 고생을 해야 했는데, 내 체구에 비해 조종사가 몸집이 너무 작았던 것. 내가 조금 편하게 매달려 가고자 몸을 기대거나 다리를 내리면, 조종사가 무척 힘들어 했고, 덕분에 비행 내내 허리를 세우고, 다리는 끌어 올리고, 팔로는 줄을 꼭 감고 카메라를 조작해야 했다. 몸에 힘은 있는대로 들어가 있고, 카메라를 조작하려고 집중하다보니, 슬슬 멀미가 올라왔다..ㅠ_ㅠ

 

 

 바다쪽으로, 다시 해변쪽으로 천천히 커다란 원을 그려 활공하며 내려왔다. 바다의 푸른빛이 점점 짙어지고, 해변은 에메랄드 색으로 씌워져가고, 햇살에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허리, 팔, 다리도 점점 저려온다ㅠ_ㅠ

 

 

이런 나와 다르게 밍군은, 나보다 체구도 작은 데다가, 훨씬 체격이 큰 조종사와 내려오는 덕분에, 아주 편하게 동영상에 셀카까지 찍으면서 신나게 내려왔다고 한다--;

 

 

 비행중에 카메라와 캠코더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는데, 한 두 장 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 사람당 30유로라고 해서, 그냥 포기. 동영상은 차라리 밍군이 찍은 게 더 나아보였다.

 

 

 점심을 먹고 왠지 바닷물에 몸을 담궈야 진짜 신혼여행이 될 것 같은 기분에, 바닷물에 몸을 담궈보기로 했다. 바닷물이 차긴 했지만, 햇볕이 워낙 뜨겁고, 해변의 자갈은 뜨거운 지경이라 식히고 데우고를 반복하며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아침 점심 뷔페에서 배부르게 먹고, 패러글라이딩 하면서 멋진 풍경 보고, 신나게 물에서 놀다가 따뜻한 해변의 돌 위에서 몸을 덥히다 보니, 처음에 주눅들었던 마은은 간데 없고, 정말 제대로 놀러왔지 싶다.(그래, 우리는 심하게 긍정적인 커플인 것인지도!?)

 

 

 다음날,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11시쯤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까지 픽업시간을 물어보니 오후 4시반이란다. 울루데니즈나 페티예로 이동해서 둘러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여비도 빠듯하고, 들어오면서 봤다시피, 나가기도 만만치 않을 듯 하여 리조트를 둘러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음..사실은 체크아웃 하고, 식당가서 점심도 먹었다-.-)

 

 

 

 풋살 시합장, 테니스 코트, 비치발리볼 코트, 농구 코트, 미니골프까지 어지간한 운동은 즐길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잇었고,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은 까닭인지,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 공원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들 놀이공원의 화장실은 모두 어린이들 키에 맞춰서 세면대부터 변기까지 앙증맞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있어 귀여웠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오후 늦도록 해변의 그늘 밑에서 한가로운 신혼여행의 마지막을 보내다가, 픽업차량을 타고, 달라만 공항으로, 이스탄불로, 그리고 인천으로. (그날 아침에야 알았지만)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발 항공기들이 결항되었다는 소식에 혹시나 했지만, 다행히 이스탄불은 별 영향이 없는듯. 다만, 우리 앞에 있던 유럽 경유 대한항공편이 결항되어 긴급으로 태국을 경유하는 비행기가 내일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즐거운 터키 신혼여행은 끝이 나고...... 둘이 함께 할 머나먼 여정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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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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