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일어나서 서두른다고 했는데, 결국 블루모스크 광장으로 나온 시각은 10분 늦은 8시 40분. 오늘 투어를 맡아주실 분은 “김지희”가이드님. 한데, 투어 인원이 딸랑 우리 둘뿐이다. 이때부터 우리 머릿속은 “투어를 빨리 끝내고 성소피아로?”라는 생각으로 핑핑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히포드롬 설명을 듣는 내내 이야기를 할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넌지시 말을 꺼냈다.
 
 “탁심광장은 빼도 좋으니까요..^^ 아야 소피아를 보면 어떨까요? 어제 보고 싶었는데 휴관이라서...”
 
 “아 그래요?, 어차피 공항 픽업 때문에 4시까지 여기로 와야 하니까..  그리고 돌마바흐체는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점심을 거르고, 바로 이쪽으로 와서 아야 소피아를 보면 되겠네요. 밥 한끼 보다는 하나라도 더 보는게 중요하죠?^^ 게다가 이번에 이스탄불이 세계 문화수도로 선정되면서, 아야소피아가 10년만에 보수를 위한 작업대를 아래로 내리면서, 돔의 가장자리의 네 천사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기도 해요. ”
 걱정과는 다르게 SO COOL 하게 일정까지 지도해주는 가이드님! 성소피아를 보고 이스탄불을 뜰 수 있겠구나!

 

 

히포드롬과 블루모스크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역시 가이드북에 의지해서 어리버리 다니는 것 보다, 확실한 설명을 들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어제는 히포드롬을 지나치면서도 “왠 오벨리스크?”, “지도에는 기둥이 세개 있다는데 두개 밖에 없네?” 하면서 뻔히 눈 앞에 보이는 기둥도 못보고 지나쳤는데, 이집트에서 갖고 온 것, 승전기념으로 무기 녹여 만든 것, 황동으로 씌워 있었으나, 십자군+베네치아 세력들에게 약탈당한 것 등, 하나하나 깃들어 있는 역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역사와 더불어 술탄아흐멧자미의 타일 하나가 200만원을 호가한다는 아주 세속적인(?) 사실까지^^

 

트램을 타고 에미눼니에 내려서 보스포러스해협 크루즈에 탑승(편도 15TL)했다. 해협에 인접해있는 아시아 지구 등의 건물들... 고급 별장들, 호텔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항해. 갑판위에는 구경하며 사진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 세계에서 3번째로 길(었?)다는 보스포러스 대교나, 고급 별장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호멧2세가 흑해에서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배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루멜리 히사르. 아마도 당시 콘스탄티노플을 향하던 배들에게, 해안쪽으로 보이는 하얀 성탑은 술탄에 대한 공포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예니퀘이 선착장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돌마바흐체로....
 돌마바흐체는 오스만 투르크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궁전으로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했고, 내부는 그 이상으로 화려하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자유 관람이 가능했는데, 관광객들의 훼손이 심하여, 시간에 맞춰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고, 사진 촬영도 금지란다. 5년전에 왔을 때 한번 둘러보는 건데, 그때 그냥 지나쳤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입구에서 맞이하는 시계탑부터 터키,혹은 동양의 향기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서양식 궁전이다.  20여분을 기다려 영어 투어를 따라 입장. 바닥이 상한다고, 신발에 비닐을 덧씌워서 입장시킨다. 손잡이 하나하나까지 온통 수입산인 화려한 내부, 영국 여왕이 선물했다는 4톤짜리 샹들리에, 등등....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창문밖으로 보이는 보스포러스해협의 전망이었다. 기가막힌 풍경을 보고 궁전을 지은 것인지, 궁전을 지어 기가막힌 풍경이 된 것인지...

 

돌마바흐체 궁전을 나오니 2시 반이 살짝 넘었다. 공항 픽업이 4시이니, 1시간 정도는 성소피아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가이드분은 자기 투어 내용이 아니라 경비처리가 되질 않아 성소피아를 함께 갈 수는 없고, 대신 이동하는 중에 성소피아에 대한 여러 설명을 해주었다. 블루모스크가 성소피아보다 돔을 크게 하려 하였으나, 결국 실패한 것에서부터, 최초의 내진설계, 완성까지 5년밖에 걸리지 않아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라는 것, 등등...

 

성소피아 성당 입구에서 가이드분과 작별을 하고 입장. 성모, 예수, 요셉, 천사 등이 그려진 모자이크화와, 아랍어로 씌여진 둥근 원판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떨어지는 한줄기 빛줄기. 높은 둥근 돔에 반사되어 퍼지는 나즈막한 웅성거림. 부분부분 벗겨진 회칠, 드러난 모자이크들, 커다란 전체에서부터, 하나하나의 디테일-이슬람의 흔적들까지도 경이롭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공항 시간 때문에 한시간 밖에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Celal Sultan 호텔로 돌아왔다. 앞서 나이드신 벨보이는 팁을 준다 해도 물리치셨는데, 이번 젊은 벨보이는 계속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팁을 좀 바라는 눈치이다. 팁으로 1TL을 주고, 공항까지 픽업한 운전수에게는 5TL을 팁으로 주었다. 생각보다 넙죽넙죽 잘 받아간다.--;
 공항에서 토스트를 하나 시켜 놓고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며 밍군은 갑자기 역사에 대한 학구열이 불타올라 가이드북을 놓고 필기까지 해가며 열공이다. 이래서 현장 학습이 중요한건가..^^;

 

멀어지는 이스탄불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은 카파도키아-카이세리 공항.
 거의 간이건물을 연상케 하는 공항이라 당황스러웠는데, 연간 수십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신축중이니 양해해달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조치인가보다. 아마도 성지 순례를 하는 한국 분들도 제법 보이는 듯 하고... 기다려 짐을 찾는데... 모두들 짐을 찾아가는데, 어라.. 컨베이어는 멈췄는데, 우리 캐리어는 나오지 않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우리 짐은?”,

 “밖에서 호텔까지 픽업해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가버리면 어쩌지?”,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거의 100km라던데?”.......


 공항직원이 오더니 이름이랑, 항공편이랑 이것저것 묻더니, 옆건물에 가서 분실수속 하란다--;


 건물을 나서니 픽업운전수가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다가온다. 이미 다른 픽업 손님들의 이야기로 이미 짐을 잃어버린 것을 아는 듯 했다.  별일 아니라는 듯 수속하는 곳에서 이것 저것 묻고 호텔 주소를 적고 하더니 뭐라뭐라 하는데, 짐이 내일 아침에 온다는 것 같기도 하고, 짐을 찾으면 내일 아침에 가져다 준다는 것 같기도 하고….“내 짐을 찾았데요?” 라고 물어봤어야 하는데...당황한데다가 영어가 짧아서 묻지를 못했다..--;(나중에 알았지만, 짐을 찾아서 내일 아침에 가져다 준다는 이야기였다.)


 마음이 착찹하긴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긍정적인 마인드로(옷 없으면 사면 되고! 돈 없으면 카드 긁으면 되고--;) 나머지 일정을 즐기자고 속으로 되뇌이며 픽업 차량에 몸을 실었다. 밤하늘에 오리온자리는 쏟아질 것 처럼 빛나기만 하두만...ㅠ_ㅠ

 

 숙소는 Yunak Evleri (동네서는 그냥 유낙 호텔로 통하는듯 했다.) 위르깁에 위치한 동굴호텔, 쁘띠 호텔이었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깔끔했고, 느리긴 하지만 인터넷도 무료, 음악 감상실에서 CD를 갖고 와서 객실에서 틀며 무드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특이한 동굴호텔을 즐길 여유도 없이, 당장 내일 갈아입을 속옷도 없다는 생각에 영 찝찝하다. 라디에이터가 있었지만, 동굴 호텔이다보니 벽에서 살짝 냉기가 흐르는 듯도 해서, 화장실에 있던 전기 라디에이터를 침대 옆에 옮겨놓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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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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