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벌룬투어, 카파도키아, 데니즐리로.

 


 벌룬투어를 위해 새벽 5시 10분에 모닝콜을 한다는 호텔직원의 말에, 조금 일찍 준비할까 해서 5시 5분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건만, 정작 5시 30분에야 전화가 왔다. 5시 45분 픽업을 받아 투어 장소로 이동하는데, 여기저기서 벌룬이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슬슬 부풀고 있는 거대한 풍선들의 모습에 순간 원근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벌룬이 날아오를 장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빵과 차로 요기를 하고 있었고, 스텝들은 날아오를 채비에 풍선을 부풀리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벌룬 하나에 트레일러 차량 한대, 그리고 수명의 스텝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벌룬의 조종사 이름은 벨기에 출신의 "Geert". 다른 벌룬들이 하나 둘 떠오를 무렵, 드디어 우리의 벌룬이 바로 서고, 차례차례, 4등분 된 사각 바구니 각 구역마다 5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지상과 연결된 밧줄을 풀고, Geert가 밸브를 열어 가스를 태우자 말 그대로 '두둥실' 벌룬이 떠오른다! 미동도 없이 사뿐히 떠오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하나둘 연이어 떠오르는 벌룬들, 카파도키아의 아침 햇살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색색의 벌룬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초현실적'(혹은 유리창에 붙여놓은 병뚜껑?)이다. 

 

 

 

 

 Geert는 우리가 두루 경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벌룬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운전을 했다. 벌룬의 비행시간은 가스를 다 쓸때까지인데, 얼마나 오래 나느냐는 벌룬의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우스개소리로  "일본인은 2시간, 미국인은 1시간 반"이란다.ㅎ 떠오른 벌룬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무작정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탑승객들의 숙소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이었다. 즉, 숙소가 같은 지역 사람끼리 묶어서 탑승했다는 이야기.

 

 

 

 

 로즈 밸리로 다가서며, 바위를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벌룬을 가까이 접근시켜준다. 일부 벌룬들은 바구니가 암석에 가볍게 부딪히기도 하는 것 같았다. Geert의 말에 의하면 초보 조종사들이 종종 바위에 부딪치거나 엉뚱한 곳에 떨어져 발이 묶이기도 한다며, 엊그제도 한팀이 한나절 내내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는데..믿거나 말거나..


 

 

 벌룬이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오랜 세월 바람과 물에 갈라진 카파도키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벌룬은 서서히 위르깁을 향해 이동하고, 내려보니 포도농장들의 밭이랑 자국도 재미있는 패턴으로 나타난다. 아래선 트레일러들이 벌룬을 쫓느라 동으로 서로 달리기 시작했다. 몇몇 벌룬을 도로 위에 내리는 바람에 때아닌 교통정체(?)를 빛기도 했고, 또 몇몇 벌룬은 영 차량의 접근이 쉽지 않을 곳 같은 곳에 내리기도 했다.


 

 우리의 조종사 Geert는 능숙한 실력으로 위르깁 시내 근처의 공터에서, 트레일러 바로 위에 사뿐히 착륙 성공~!
간단한 샴페인 파티와 수료증(?) 수여 행사가 이어진다. 샴페인 준다고 넙죽 받아먹었다가, 도수가 꽤 되는듯...--; 두어시간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다.

 

 

 벌겋게 익은 얼굴로 숙소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지배인이 숙소가 마음에 들었냐고 묻길래 "엑설런트"를 외쳐줬다.
오늘 카파도키아 투어는 캐나다 노부부, 호주에서 온 할머니, 그리고 우리, 이렇게 다섯. 호주 할머니는 일반 호텔에 묶고 있었는데, 예약이 늦어 동굴 호텔에서 자지 못했다며, 나머지 일행들을 무척 부러워 했다.

 

 

 오늘의 첫 코스는 괴뢰메 오픈에어뮤지엄. 학교 다닐적 세계사 시간에 얼핏 들은 적 있는 중세 수도원 운동의 모태가 되는 곳이라 했다. 바위를 파내고 지은 동굴 교회들은 비잔틴 제국 시절부터 각각 수도원, 수녀원, 신학교 등으로 사용되었고, 오스만 제국 때까지도 기독교인들에 의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굴 교회의 입구와 내부가 좁고, 관광객들이 제법 몰린 관계로 줄을 서 인원을 나누어 입장시켰는데, 기다리며 지켜보니, 저 좁은 동굴에 어찌 저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사실 동굴 안은 조명이 좋지 못하고, 관광객들로 입구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가려 당시는 깨닫지 못했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화이트밸런스를 맞추다보니,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틴 프레스코화의 생생한 색상이  새삼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점심을 먹기 전 "버섯돌"마을 파샤바 마을을 들렀다. 나는 아무리 봐도 버섯 모양 같은데, 가이드는 계속 "동화속 굴뚝"이라고만 한다. 상대적으로 강한 용암층과, 연한 용암층의 풍화작용 차이에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카파도키아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기둥 하나에 굴뚝이 3개인 것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나.

 

 

 아바노스에서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고, 바로 붙어 있는 도자기 샵 쇼핑. 이곳 투어의 쇼핑은 동남아의 그것처럼 그렇게 강요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도자기 만드는 과정 시연과 자세한 설명 등이 있어 나름 볼만하다. 집안이 대를 이어 도자기를 만들며, 가문 별로 문양이 따로 있고, 히타이트문양은 국가적으로 지정된 공방에서만 만들수 있다는 등의 설명. 히타이트 문양이 그려진 고리 형태의 술병이 살짝 끌리긴 했지만, 손바닥 반만한 크기가 10만원이 넘는걸 보고 바로 포기. 캐나다 남편분은 술병이라는 말에 눈이 반짝 하시더니, 한참을 흥정해서 결국 제법 큰 사이즈의 술병과 술잔들을 구입했다.

 

 호주 할머니는 내가 도자기에 접근할때마다  "깨진다~ 깨진다~ 깨지면 카메라 맡기고 가야 할걸~" 하며 호들갑~

 

 

 도자기 흥정을 하느라 시간이 제법 흘러버렸다. 어제 투어도 그렇고, 오늘 투어도 그렇고, 오후 일정은 샵 들르는 것을 제외하면 다소 '날라리 일정'이다. 위르깁까지 돌아가면서, 경치가 좋은 곳 - 에센테페 파노라마, 우치히사르 등-에 들러 카파도키아의 경치를 바라보는 것.

 

 


 위르깁 터미널에 내리면서 가이드에게 데니즐리행 버스표를 받았다. 따로 돈을 내야 할 줄 알았는데, 이미 여행사 측에서 돈을 모두 지불한 모양. 위르깁에서 직행은 없고, 네브쉐히르까지 가서 갈아타야 하는데, 가이드는 6시 반까지 와서 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니, 정작 버스는 7시에 출발하는 바람에 터미널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아마도 늦을까봐 조바심에 일찍 오라고 했던 모양이다.

 

 

 기다리며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내일 일정이 힘들걸 생각하니, 새로운 식당을 개척하는 모험(?)을 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들렀던 키실리데르 피데에 들러 믹스드 케밥과 키말리 피자를 시켜 먹었다.

 


 

네브쉐히르에서 데니즐리행 버스가 저녁 8시에 출발. 데니즐리까지는 대략 10시간이 걸리니 새벽 6시에 도착한다는 결론. 여행 전에 알아봤을 때에는 7시 출발, 새벽 5시 도착이라, 파묵칼레까지의 퍼블릭 돌무쉬가 운행하는 7시까지 두시간 동안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6시 도착이면 다소 기다릴만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브쉐히르에서 출발하는 다른 버스는 좀더 신형에, 화장실까지 딸린 버스들도 있더만, 하필 우리가 탄 버스는 화장실도 없고, 의자도 좀 불편한 구형 버스다. 한국인 커플들도 서 넛 보인다. 내일을 위해 조금 일찍 잠을 청할까 했는데, 드라마에 뉴스에 10시무렵까지 계속 TV도 틀어주고, 조명도 켜있고, 차장도 이것저것 준다고 계속 돌아다니고 해서 원하는 만큼 잠을 이룰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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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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