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댁에 갔다가 밍군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배방 장례식장에 들렀다.

밍군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천천히 주변을 거닐었는데,

그야 말로 닭장 같은 건물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아파트인지 아파트형 공장인지, 혹은 아직 건설 중이라 마무리가 덜 된 것인지

멀리서는 도저히 짐작이 불가능한 정도였는데, 다가서니 <삼정 그린 코아>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인지, 아파트라면 대체 한층에 세대가 얼마나 있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외양에

핸드폰을 두드려 검색하니 <삼정 그린 코아 아파트>가 맞다.

도저히 요즘 짓는 모양새의 아파트는 아닌지라, 근처에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있으니 독신자 숙소나 기숙사 같은

개념의 건물일까 싶어 좀 더 알아보니, 98년 서민 아파트를 표방해서 <초원 주택>으로 시작했다가

IMF를 맞아 부도 후 10여년 방치되어 있다가 삼정건설에서 인수하여 작년에 준공을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결혼 전에 처가댁을 오가다가 어렴풋이 초원주택 간판을 본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아마 그때도 여기다 저렇게 지으면 누가? 라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보통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주변 구시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기 마련인데...

이미 10년이 훨씬 전에 시작되어서일지, 서민 아파트를 표방해서일지 그것이 주는 압도적인 존재감과는 별개로

오히려 디스토피아적인 분리가 느껴졌다. (물론 입주해서 살고 계신 분께는 죄송스런 말이지만...-.-)

공교롭게도 아파트 단지와 구시가 사이에 철도 공사 소유의 토지가 가로지르면서 (용도가 거의 없을 것 같은)

육교가 하나 놓였고, 덕분에 그 둘의 경계는 더욱 극명하게 되어버렸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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