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모 기업에서 그룹 이미지 광고로 다문화사랑 캠페인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미 농어촌은 한국인 신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참 시기 적절한 광고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 과연 십수년이 지났을 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될지 걱정스러운 생각도 든다.

 

특히나 우리처럼 나면서 죽을때까지 "한민족"을 강조하는 나라라면 더더욱...

 

십수년내에 커다란 사회 갈등의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무척 크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 광고를 보면서 내내 머리속에 떠다니는 작업이 있었는데,

 한스하케의 <독일 주민에게 DER BEVÖLKERUNG>이다.

 

 한스 하케는 소위 "정치적 예술"이라 분류되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작업을 하는데,

 

대체로 미술과 자본의 관계, 그리고 독일의 역사의식들에 대한 작업이다.

 

그중 <독일 주민에게>라는 작업은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2000년 찬반 양론 끝에

 

 독일 국회 건물에 설치된 것이다.

 

국회건물에 새겨진 &lt;독일 국민에게&gt;

한스하케의 &lt;주민에게&gt;

 

 

 자세한 내용은 김인혜(국립현대미술관학예연구사)씨의

 

 <한스 하케의 DER BEVOLKERUNG - : 미술과 정치, 서로 말걸다.>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빌헬름 2세 시절 독일 국회건물에 새겨진 "독일 국민에게"라는 글귀는 독일의 제국주의의 상징이며,

이후 나치가 사용했던 '국민', 혹은 '자국(게르만)민족'의 신비화에까지 닿아있는 글귀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적 맥락의 '국민'이라는 단어보다는 '주민'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스 하케의 주장이다. (유태인학살의 과거와 네오 나치 등의 게르만 중심주의가

 여전히 존재하는 독일이기에 더더욱 그러한 주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 벽에 새겨진 "국민에게"와 똑같은 글씨체로 "주민에게"를 써서 국회 안뜰에

화단을 꾸며놓은 것이었다.

 

 

 "국민"에 대한 한스 하케의 주장-"주민"-은, (비록 독일은 2차대전의 가해자라는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유별난 "민족"과 "국민"의 강조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월드컵 열기로 온 "국민"이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 "대~한 민국"을 외치는 요즘,

 

비록 60여년전에는 역사의 피해자였지만, 지금 우리는 어쩌면 이미, "민족'과 "국민"의

 

가해자가 되어가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스하케 작업에 대한 자료. (밍군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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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

17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 임시 공휴일이지만, 출근을 해야 하는지라
아침 일찍 6시가 되자마자 투표소를 찾았다. 그 시간 즈음 가면 내가 1등일 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알았건만, 벌써 3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가서 나오는 순간까지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책이 있었으니...

이제 소개할 주제 사라마구의 "눈 뜬 자들의 도시" 이다.

전작인 "눈 먼 자들의 도시" 부터 소개하는 것이 순서는 맞겠지만,
시국이 대선 시즌인지라, 권력에 대한 통렬한 우화인 이 책부터 소개를....

"선거날, 모두가 백지표를 던진다면?"

 사전에 서로간의 아무런 합의 없이, 어떠한 선동이나 음해도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백지표를 던진다면.. 과연 정치인들은, 권력은
어떻게 해야만 할까...

너무나도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설정이다.
무효표도 기권표도 아니고, 새하얀 백지표가 가득한 투표결과를 받아든
정치인의 백지표처럼 새하얀 얼굴을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가!

위정자들은, 정부는, 이 사태를 반국가적인 상황으로 규정하고, 도시를 버리고, 고립시키지만
도시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마치 그들이 떠나길 기다렸다는듯,
평소와 다름없이, 그리고 어떠한 합의도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시민들, 그리고 도시.
약올라하는 위정자들, 그리고 음모를 꾸미는 위정자들.


어릴적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국민', '주권', '의무', '권리'........
오늘도 여기저기서 '투표는 신성한 권리', '투표하지 않은 자는 나중에 왈가왈부하지 말라',
'의무를 다하고 주장하자', 등등 투표를 독려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한데, 언제부터서인가 과연 '국민', '주권' 등등의 것들이 우리가 배웠던 것처럼 '당연'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음모론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결국 권력을 쥔 사람들이
말장난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 통제사회니, 훈육사회니 하는 것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 걸까.
이 해답을 찾기 위해 재미도 지지리도 없는, 하지만 이 분야에 정통하다던 네그리의 '제국'을
읽었지만,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새롭게 쓴(아니 제대로 쓴?) 역사서일 뿐,
내게 어찌 행동하라고는 이야기 하지 못한다는 것.(그런면에서 영풍문고 세계사 책장에
'제국'이 꽂혀있는건 정말 정확한 분류였다.)

한데, 내노라하는 석학이 썼다는 인문서도 제시하지 못했던 '행동 강령'을,
어찌보면 '소설 나부랭이(라고 하기엔 그 무게는 너무 크지만)'가 내게 제시해주었다.
'자발적인' 시민 행동 - '국가(정부)'가 필요 없다라고 보여주는 것 - 그 어떤 선동도 없이.

물론 매우 이상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적어도 하나의 해답을
제시해주었다는 것이, 너무도 너무도 감사한 책. 땡큐 사라마구!

그래서 백지표를 던졌습니다.

그래서 백지표를 던졌습니다.



ps. 기호 0번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호0번 - 뽑을 사람 없음. 모두 물러나라.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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