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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9 이 단 - One Happy Family (20080509-20080525, 예술공간 헛) 3
이 단
One Happy Family
20080509 - 20080525
예술공간 헛(http://www.hut368.com)


마치 한여름 장마철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지만, '문화생활'에 대한 강박과 집착으로
집에서 가까운(그리고 최근 들어 부쩍 전시공간이 늘어난) 홍대앞으로 향했다.
그 첫번째 목적지. 이 단의 One Happy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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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가족에 대한, 그리고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는데, 가족사진을 모티브로 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그림들은 온통 붉은 색 배경과 검은 주인공들로 인해 다소 호러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One Happy Family라는 제목과 역설적인 분위기의 그림들. One Horro Family, 혹은,
한때 행복했던 가족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때 행복했던 가정을 영어로 간결하게 작문해보려다 실패..ㅠ.ㅠ)

하지만 이 역설로 인해 전달해주는 메세지는 더욱 분명해지는데,
가정이라는 것이 결코 우리 머릿속에 새겨진 이미지처럼 단란한거나 아름답거나,
모든 것이 해결되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
그보다는 아주 가끔, 아주 가끔 발생하는 갈등의 해소와 웃음을 제외하면,
집착과 구속과 권위와 강제와 억누름으로 실상 치열한 삶이 이루어지는
장소, 집단 중 하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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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듯 볼에 입을 맞추는 아버지와, 수줍어하는 어머니. 그러나 어머니의 표정을 살펴보면,
이모티콘으로 그리자면 ( -┏ ) 정도에 해당하는, 당혹스러운 표정이고,
아버지의 표정은 또한 얼마나 간교한가.
제목 '배신은 불법'이 드러내듯, 수십년을 함께하는 부부관계의 상당부분은
집착과 강박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쉽게 부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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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욕망으로 나를 낳으시고 나는 집착으로 그를 착취하니 위대한 모성이여 영원하라"
원형 목판에 그려진 그림의 측면에 씌인 저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성에 대해, 그리고 자식에 대해 저 글을 어떻게 부정하려 해 보아도, 결국 사실이 그러한 것을.
글귀를 읽으려 원형 목판 주위를(그림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빙글빙글 따라 돌자니,
어머니와 자식의 소용돌이에 한걸음씩 한걸음씩, 그 잔인한 관계에 한걸음씩 한걸음씩 내딛는 느낌이었다.

가족, 어머니, 아버지. 모성, 부성. 누구에게나 존재하는(혹은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위대하다, 특별하다 이야기 한다.
-그것도 매우 긍정적인, 자애와 사랑의 따스한 이미지로-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누구에게나 특별한 긍정적인 것.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는가?


예전 할머니/아버지/삼촌의 사진을 올리면서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http://nuguges.cafe24.com/tt/18  참조)

 TV 드라마, 소설, 영화 속에선 대체로 가족의 갈등과 긴장은 일말의 따스함과 웃음으로 매듭지어지지만,
가족, 현실 그대로의 가족이란, 혹은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가족이란,
결코 그렇게 감상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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