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말마다 이런 저런 일때문에 전시보러 간지도 오래 된듯 하여,

네오룩을 뒤져서 보고싶은 전시 목록을 뽑아 오전부터 한바퀴 둘러보았다..

(라고 해도 결국 광화문에 도착한건 정오쯤...)

 

이대일展 - <An Uninhabited Space>

 쿤스트독 프로젝트 스페이스 (노상에 놓여진 컨테이너 전시장이다)

 

"무인도를 동경한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열망은 때론 공간적 폐쇄성을 가져오게 한다. 더불어 패쇄된 공간 밖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이중적으로 다가온다. 수동적인 관계는 피하려 하고 일방적 관계에 대해 상상하는 것만을 원한다." - 작가 노트 中 -

 

패쇄된 공간에 대한 열망,  밖 세계에 대한 궁금증..... 그런데,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욕구>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가벼운 상상' - 박현진 개인展

갤러리 류가헌

 

갤러리 류가헌은 처음 가보았는데, 한옥을 개조한 크지는 않지만, 아늑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근처 한옥들이 이같은 개조를 통해 레스토랑 등으로 영업중인듯.

 

위 포스터에 실린 사진- <파스타>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개인적으론 딱 네오룩에 실린 사진-위 사진처럼 설치 위주의-들만 재미있었다. 아마 본인도 그 사진들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계획된 진부화 - 김지은展

브레인 팩토리

 

예사롭지 않은 테잎드로잉이 인상적이었다. Tyvek은 미국에서 흔히 건물 외벽 포장시에 쓰이는 재료라는데, 우리에겐 다소 생소할 것 같다. 놓여있던 지난 개인전의 도록을 보니, 재개발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온 듯 하다. 미국 유학후에 보여주는 작업이라 하니, 글로벌한 재개발의 정서를 보여주는걸까....

 

 

 

술화(述話)의 물화(物話) - 이준, 한유주, 남상원展

통의동 보안여관

 

소설가인 한유주가 글을 쓰고,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준이 시각으로 풀고, 작곡가 남상원이 음악을 푸는 공동작업. 입구에 2-30페이지는 될법한 페이퍼에 소설과 작업소개가 실려있었는데, 차마 자리에서 읽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아마 읽었더라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지만.

 

 각 방마다 놓인 프로젝터는 영상과 명암으로 각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실제 사물의 경계와 섞여지면서 굉장히 극적인 연출을 해내고 있었다. 물론 충격적인 연출과 별개로, 범인의 머리+짧은 시간 둘러보는 나로서는 내러티브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Down In Fukuoka With The Belarusian Bluse - 장영혜중공업展

갤러리 현대

 

통의동을 나와 경복궁을 가로질러 갤러리 현대.

웹아트로 유명한 장영혜중공업의 작업이 전시중이다. 웹이라는 친근한 공간이 전시장에서 이렇게 낯설어질 수도 있는거구나... 너른 전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 교차되는 단조로운 흑백의 글씨들. 19세기 시인인 랭보와 베를렌느의 스캔들 - 베를렌느가 연인(?)이던 랭보의 손목을 쏘아버린 사건의 진술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공간을 넘어 내용마저 낯설기만 하다.

 

 

과일채집-한운성展

갤러리 인

 

이전 작업들이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있는 과일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전시에 새로 선보이는 작업들은 크기도 매우 커졌고, 다소 무거운 느낌. 의미론을 떠나서 거칠고, 때로는 얇은 물감층에서 살아나는 디테일이  신기할 따름.

 

 

 

안젤름 라일(Anselm Reyle)展

국제갤러리

 

두꺼운 판매용 도록을 보니 1970년생, 나이 답지 않게 작업량이 상당하다.

1950-60년대의 추상회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는데, 무엇보다 과감함과 시원시원함이 느껴진다.

외국작가 + 국제갤러리라는 선입견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재료를 다루는데 있어 완성도 측면에서 뭔가 다른 <포스>를 풍기는 듯.

 

 

 

 

만들어진 풍경 - 양연화展

화봉갤러리

 

이미지는 네오룩 불펌(-.-) 이전의 창조자로서의 화가, 그리고 예술의 정체성의 문제에서 벗어나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간다. 깨알같은(어찌보면 약간 중국 풍의) 드로잉 작업과, 이전에 시도되었던 미술사적 맥락의 차용-패러디라기보다는 의미없는 패스티슈에 가까운-이 함께 선보이고 있다. 작가와 친구(?남편?) 단 두사람이 만들어낸 누드 이미지들을 깨알같이 붙여낸 노고에 감탄을.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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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의 Shoeaholic "Dream Girls"
20090104-20090123
갤러리 토포하우스



 네오룩에서 현재 진행중인 전시를 뒤적거리다 눈에 확 들어온 '하이힐' 그림들.
여성성, 소비, 욕망 등의 선정적인(?) 키워드를 달고 있으니, 냐궁이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기에,
필름도 현상 맡길 겸, 갤러리도 돌아볼 겸 잠시 인사동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100호, 혹은 그 이상의 커다란 캔버스에 가득찬 하이힐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니쉬등의 처리 없이 붓질과 매트한 느낌, 색상 조합만으로 하이힐의 반짝이는 느낌을 낸 것을 보면,
작가의 필력이 범상치 않음은 느껴지는데...(표면이 무척 균일해서 처음엔 에어브러쉬로 작업한게 아닐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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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스테이트 먼트와 그림을 번갈아 보며 스테이트먼트에서 강조한 '여성성'과 '욕망'에 대해 느껴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남자인 내게 '하이힐'을 보고 어떤 성정 상징이나 욕망을 느끼기는 무리인듯 했다.
아마 여성이라면 최소한 '가지고 싶다'정도는 느끼지 않았을까..


작업을 주욱 둘러보며 느낀 것은, 작가의 전략적인 모습이 무척 돋보이는 작업이라는 것.
스테이트먼트에 밝히고 있듯, 순수 예술과 광고 사이의 줄타기를 시도함으로써,
어설프게 순수 혹은 상업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뒀고,
'하이힐'이라는 (아마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소재를 등장시킴으로서,
(혹은 남자라면 백화점에서 가격표를 보고 신발이 뭐이리 비싼가 하고 한번쯤 당황했을만한..)
관객 혹은 사회로의 열려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림의 장르가 '오브제'로서 누군가의 집에 부담없이 걸만한 내용과 형식을 취하고 있고,
 실제로 금강제화의 후원을 받아 몇몇 작품들은 핸드백에 프린트되어 각 매장에 홍보될 예정이라니,
 작가의 기민한 전략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다만 이왕 금강제화가 아닌 구찌라든가의 좀 더 고급
 브랜드였다면, '소유욕'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보는 이를 자극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듯 순수와 상업 사이에서 양자를 모두 취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음에도,
개인적으로 보다 상업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까닭은,
작가가 '하이힐'로 드러내고자 하는 '여성성', '욕망', '소비'의 현상들이
그것들이 '왜?', '누구에 의해서?'라는 질문에는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굳이 '상업성'이나 줄타기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예술가도 먹고 살아야지. 땅파서 돈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결국 현대 예술과 자본의 굴레에서는,
 균형잡힌 줄타기라는 것은 명성과 부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중요한 수단이니 말이다.
다만, 이 '드림걸스'의 줄타기는 다소 소심해 보인다. 다음 작업에서는 후원사를 당혹스럽게 하더라도
좀 더 과감한 줄타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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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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