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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7 위대한 모험, 척 클로즈(20080619-20080928,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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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이나 간만의 포스팅. 그간 쌓인(?)이야기도 많지만, 지난 것들은 차차 정리되면 올려보도록 하고...
  뜻밖(?)의 긴 추석연휴 덕분에 평일 오전 시간을 내어 다녀온 성곡미술관- 척클로즈 판화전을 소개하기로 한다.

 
위대한 모험, 척 클로즈
성곡미술관
20080619 - 200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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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회화나, 사진에 조금 기웃거려 본 사람이라면 척 클로즈라는 이름은 몰라도, 왼쪽 그림인지 사진인지는 한번쯤 봤을 것이다. 이른바 사진보다 더 사진같은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의 창시자(라지만 후계자가 있는지는..?) 척 클로즈의 자화상이다.(본인은 자화상이라기보다 그냥 두상화-HEAD-라고 불렀다고..)

 관객을 압도하는 크기와 세밀함으로 정평이 나있는 작업이니, 책에 실린 조그만 삽화로는 그 감흥을 전혀 느낄수 없을터(지면으로는 그저 사진과 동일할 뿐--;), 이런 척 클로즈의 작업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 것이다!

 한데, 할인쿠폰을 받으러 성곡미술관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판화전"

이란다. 척 클로즈가 판화도 했었나?

자, 이하 전시 소개 들어간다.




 네이버에서 척 클로즈를 검색해보면 한줄이 등장한다. "1964년 예일대 판화과 조교'
그를 유명하게 한 것은 극사실적인 회화작업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판화에 몸담고 있었던 것.
그때부터 지금까지 판화에 대한 열정으로, 메조틴트 , 펄프 페이퍼, 스핏바이트 에칭, 리덕션 리놀륨(고무판화), 실크스크린, 일본식 목판화, 유럽식 목판화, 스크리블 에칭(부드러운 에칭)까지 그야말로 판화의 전 장르를 통틀어 종횡무진 활약한 작업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사용된 색상만 60여가지가 넘는 3미터 높이의 초대형 판화가 상상이 되시는가?
학창시절 어떤 식으로든 다색판화를 해본 사람이면 이해가 될 것이다. 8절 한장에 몇가지 색만 올리려고 해도,
색상이 겹치면서 색상이 틀어지고, 각 분판이 명확히 상하좌우에 맞춰들어가기도 쉬운일이 아니다.

목각 판화의 경우는 작업 하나를 위해 2년여가 걸릴정도라 하니, 그 작업의 난점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척 클로즈 혼자 그 고된 작업을 해내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당연지사.
게다가 척 클로즈는 1988년 척추장애를 앓으면서 사실상 반신불수의 몸이기까지 하다.

 이 전시의 영문 부제 "과정과 협동작업(Process and Collaboration)"에 그 해답이 있는데,
척클로즈의 대규모-다장르의 판화작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사람들의 협업에 의한 결과물임을 소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이 책은 <과정과 협동작업>으로 제목을 지었다......최종 찍어낸 작품과 함께 판화의 진행단계에서 찍은 시험쇄를 보여줌으로써 화가의 결정과정에 대한 신비로움은 많이 벗겨질 것이다. "(전시 서문中-테리 술탄(기획자))

 척 클로즈 본인도, 최종 결과물은 결국 자신의 것이 되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 판화공(?)들의 아이디어와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와 같은 대규모 판화작업에는 협업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다는 데에는 다소 불만이 있지만 (척 클로즈 뒤의 수많은 판화공들-혹은 시다(!)들을 생각해보라!) 고독한 천재성의 예술이 아니라, 협업을 통한 공동의 창작과정임을 강조한다는 데에서, 그리고 전시의 목적이 예술가의 신비함-아우라를 벗기는데에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서 성곡미술관측의 무책임한 변조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묻지 않을수가 없다!
전시제목부터 "과정과 협동작업" => "위대한 모험" 으로 바꾸면서 이른바 "위대한 예술가"에 촛점을 옮겨갔고,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판화 예술의 아우라"를 강조하고 있는데다가,
3층의 척클로즈의 작업실 영상은 판화와 일절 관련 없는 회화작업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영상만 봐서는 척클로즈는 영락없이 회화작업만 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내내 판화작업에 대해 설명한 번역 도록 말미에 실린 촌평(?)은 더욱 생뚱맞은데, 척클로즈의 자화상에 대해 무의미화,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투쟁 따위의 말로 "위대한 척클로즈", 천재성의 위대한 화가 만들기에 급급할 뿐이다.

 물론 따지고 보자면, 그 수많은 협동작업들이 결국 '척 클로즈'의 이름-브랜드-으로 미술 시장에 선보이게 되는, 고귀한 예술가, 예술성을 획득해야만 그 가치를 부여받는 시장원리를 탓해야겠지만, (결국 척클로즈 본인도 이같은 혐의에서는 자유롭지 못한것이다!) 나름 예술계를 선도할만한 위치에 있는 큰 미술관에서, 원래 전시의 기획의도를 무시하고, "오오!! 위대한 예술가 척 클로즈!!"라고 찬양하며 신화 만들기에 몰두하는 것은,(성공적인 전시의 흥행을 위해서였다고 할지라도)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메조틴트 펄프 페이퍼 멀티플 스핏바이트에칭
리덕션 리놀륨 실크스크린 일본식 목판화
유럽식 목판화 스크리블 에칭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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