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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8 20110916 <현대미술과 오브제>, 국립현대미술관 세미나.


추석 연휴를 어쩌다보니 한주 쫙 쉬게 되어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현대미술과 오므제> 세미나를 다녀왔다.
사전신청 60명이라는데.. 모인 사람은 얼추 100명가까이 되어보이는 듯. 아마 유료회원(연회비 \10,000)은 따로 할당이 되어있나보다.

아래와 같이 4분이 발표를 하셨다.

<미술과 사물의 얄팍한 경계 : 마르셀 뒤샹의 <샘>과 그 복제품들>, 우정아
<클래스 올덴버그의 오브제 : 일상물건에서 오브제로, 오브제에서 (정치적) 모뉴먼트로의 변화>, 정연심
<사물의 조건 : 조합틀과 중립>, 유진상
<不-在의 오브제 : 현대 미술에서 사물과 비물질성>, 강수미

이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우정아 교수님이 발표하신 마르셀 뒤샹에 대한 것이었는데, <샘>의 발표와 전시 거부를 이슈화하기
위해 벌인 일종의 자작극(R Mutt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자신이 발행하는 <The Blind man>誌에 투고하는 등의)
에 대해서는 일찌기 알려진 바대로인데, 이후 (<샘>은 망실되고 십수년여동안 <샘>은 기억속에서 지워졌다) <샘>의 복제에
대한 뒤샹의 대단한 집착은 이번 발표를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간단히 정리를 하자면 1938년 뒤샹의 휴대용 포트폴리오인 <가방 속의 상자>를 위해 <샘>의 미니어쳐를 1958년까지
4차례에 걸쳐 복제를 한데 이어, 1950년에 벼룩시장에서 구한 변기에 "R. Mutt 1917" 서명을 함으로서 또 하나가 복제되었고,
1961년 스웨덴의 울프 린드의 요청으로 또 하나가 복제(철저히 수공업적으로)되었으며, 또 동시에 스톡홀름 식당에서
발견된 변기에 서명을 함으로서 또 하나가 복제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최초에 뒤샹이 스티글리츠에게 의뢰해서 찍은 <샘>의 사진이 이후 복제되는 <샘>의 인덱스가 되었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최초의 원본이라고 할 수 없는(대량생산품이기에) 원본이 사라지고, 원본 없는 복제품들이 뒤샹의 서명을 통해
원본의 지위를 획득하는(시뮬라크르) 흥미진진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뒤샹은 분명 "의식적"으로 서명을 통해 복제품들을 생산해낸 것이겠지만, 이 모든 상황 (<샘>의 망실 이후부터 재조명 받기까지의
30여년 가까운 시간)을 예측하고 이용한 치밀한 기획자였던 것인지, 아니면 그때그때 순발력있게 대응한 기지의 달인인 것인지,
어느모로보나 본인이 원했던 "전부를 알 수 없기에 후대에 계속 파악되어야만 하는" 작업을 남긴 것은 분명해보인다.


올덴버그에 대한 발표는 작가론에 가까운 것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고,
유진상 교수님의 프랑스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바깥>과 <중립>이라는 철학적 개념, 담론은,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프랑스에서는 정말 미국이나 영국 등지와는 다른 철학적 논의들을 통해 예술이 존재하고 있는건지...;
그리고 강수미 선생님의 강연은 아주 미약하게라도 물질 없이 예술작품이 시각화할 수 없기 때문에,
비물질화를 추구하는 작업 역시도 물질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라는 요지였는데, 기본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이를테면 개념미술이라든가에 대해선 좀 더 복잡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아서..soso...


 현대미술에서 오브제가 갖는 의의에 대해서 사전에 살짝 들춰보고 갔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내용들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 의외였다. 예를들면, 1960년대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과 미니멀리즘, 플럭서스,
그리고 개념미술, 팝아트 등으로 이어지는 미술사적 배경이라던가, 보들리야르의 <사물의 체계>에서 말하는
사물의 기호가치와 소비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이러한 이야기들 - 특히 포스트모던에 대한-은 아무래도 제도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다룰 수 밖에 없기에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일반 청중들을 놓고 이야기 하기에는 아무래도 불편하다거나,
혹은 이러한 미술사적 맥락의 논의는 이미 다뤄질만큼 다뤄져서 진부하게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의시간. 의외로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유료회원이신듯!)이 많았는데,
내가 한 질문을 포함해서 대체로 "현대미술 난해해요, 어려워요, 어떻게 봐야해요?"라는 이야기.
세미나 명칭은 "학술 세미나"였는데, 솔직히 학술은 폼이었던 듯 하다. 주관한 쪽도 교육팀인듯 하고.
우정아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소설책을 읽을라고 해도 글을 알고, 배경이 되는 사회를 알고 봐야 하듯이,
미술을 보려고 해도 기본적인 문법과, 그 배경을 알아야 한다는 데에는 100% 동의한다.
하지만 그래도 예전(한 100년전쯤?)에 비하면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것 또한 사실인듯.
유진상 교수님께서는 프랑스의 독특한 예술적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는데,
<바깥>과 <중립>에 대한 발표 내용도 그렇고, 특유의 <살롱>, <까페>문화가 다양한 청자를 형성하고,
그 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또 다양한 예술활동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프랑스 <바깥>에 있는 우리는
대체 프랑스 예술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질의중 인상깊었던 것은 강수미 선생님의 답변 중 "어떤 철학적 배경이 예술을 탄생시킨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대부분은 뛰어난 예술작품이 나오면 그것을 위해 철학이 뒤따라갑니다. 누구의 담론에 맞출지, 누가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자유롭게 감상을 작업을 하세요"(대충 이런 요지였던듯). 희망을 주는 이야기 :)

중간에 정연심 선생님이 "국립현대미술관 건물 별루에요" 했더니 학예사 한분이 발끈 하셔서 "첫인상은 그렇지만
계속 들여다보면 좋아요!" 라고 하셨는데.. 뭐 그리 대응하실 필요 있었나 싶다..:p 어차피 기무사터에 새로 지을건데.
전반적으로 학예사분들이 좀 방어적이라는 느낌이...예술계에 있어도 공무원은 어쩔 수 없는 공무원인건가..
거기에 나도 발끈(?) 해서 미술관 명칭을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 <Museum of Modern Art>로 바꾼다는
소문에 대해서 좀 물어보고 싶었는데, 의외로 질의시간이 길어져서 물어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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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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