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맞아 본가에 아이들을 부탁드리고

오랫만에 인사동을 한바퀴 돌았다.



언제나 가득찬 인파로 북적거리는 인사동.

한데, 막상 갤러리들은 많이 밀려났구나 싶다.

나름 큰손격인 갤러리들을 제외하고는 먹거리 팔거리들이 그 자리를 메꾼 것 같은 느낌.

인사아트센터도 가나인사아트센터가 되었던데, 너무 오래 인사동을 방문하지 않았었나보다.



4월 초는 의외로 전시로는 비수기인듯.

아트선재도, 국제갤러리도, 갤러리 현대도, 국립현대미술관(기업이후원하는 준상설(?) 전시 빼고)도 전시가 없었다.



그림에서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서였는지, 밀도 가득한 유화 물감 냄새가 무척 반가웠고(김숙진展, 가나인사아트센터),

그래서였는지 작품들을 보며 '필력'의 차이가 새삼 크게 느껴졌다.

아무리 컨셉으로 인정받는 현대 미술이라지만, 매체를 다루는 솜씨의 차이는 무시할 것이 못되는 듯.





금호미술관에서 오치균을 보고 "아! 예전 그 작가"를 외치며 반가워서 들어갔지만,

"어?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네"로 진한 아쉬움만 남았다.



레슬리 드 샤베즈(아라리오갤러리), 필리핀 작가를 본건 손에 꼽을 것 같은데,

작업도 정말 쎄고, 필력도 쎄다. 물감에 한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표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질 정도.



수많은 작가들과, 작업들이 나를 알아봐달라며 진열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냉정한 실력의 차이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차이로 누군가는 미술사에 남고 누군가는 그냥 그렇게 잊혀져간다.

그럼에도-아마 대부분은 알지 않을까? 잊혀질 것이라는걸- 그들이 에술에 매달리는 이유는 과연 뭘까?

 어떤 외연적인 함의 없이 순전히 내적인 동기에의해서, 그리는 그것, 창작하는 그 것에 의해서

작업이 지탱된다고 할때에, 과연 우리는 그 곳에서 무엇을 발견해야만 하는 것일까?



Posted by 냐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