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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9 눈 뜬 자들의 도시 4
  2. 2007.11.20 포르토벨로의 마녀 2

17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 임시 공휴일이지만, 출근을 해야 하는지라
아침 일찍 6시가 되자마자 투표소를 찾았다. 그 시간 즈음 가면 내가 1등일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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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건만, 벌써 3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가서 나오는 순간까지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책이 있었으니...

이제 소개할 주제 사라마구의 "눈 뜬 자들의 도시" 이다.

전작인 "눈 먼 자들의 도시" 부터 소개하는 것이 순서는 맞겠지만,
시국이 대선 시즌인지라, 권력에 대한 통렬한 우화인 이 책부터 소개를....

"선거날, 모두가 백지표를 던진다면?"

 사전에 서로간의 아무런 합의 없이, 어떠한 선동이나 음해도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백지표를 던진다면.. 과연 정치인들은, 권력은
어떻게 해야만 할까...

너무나도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설정이다.
무효표도 기권표도 아니고, 새하얀 백지표가 가득한 투표결과를 받아든
정치인의 백지표처럼 새하얀 얼굴을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가!

위정자들은, 정부는, 이 사태를 반국가적인 상황으로 규정하고, 도시를 버리고, 고립시키지만
도시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마치 그들이 떠나길 기다렸다는듯,
평소와 다름없이, 그리고 어떠한 합의도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시민들, 그리고 도시.
약올라하는 위정자들, 그리고 음모를 꾸미는 위정자들.


어릴적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국민', '주권', '의무', '권리'........
오늘도 여기저기서 '투표는 신성한 권리', '투표하지 않은 자는 나중에 왈가왈부하지 말라',
'의무를 다하고 주장하자', 등등 투표를 독려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한데, 언제부터서인가 과연 '국민', '주권' 등등의 것들이 우리가 배웠던 것처럼 '당연'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음모론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결국 권력을 쥔 사람들이
말장난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 통제사회니, 훈육사회니 하는 것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 걸까.
이 해답을 찾기 위해 재미도 지지리도 없는, 하지만 이 분야에 정통하다던 네그리의 '제국'을
읽었지만,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새롭게 쓴(아니 제대로 쓴?) 역사서일 뿐,
내게 어찌 행동하라고는 이야기 하지 못한다는 것.(그런면에서 영풍문고 세계사 책장에
'제국'이 꽂혀있는건 정말 정확한 분류였다.)

한데, 내노라하는 석학이 썼다는 인문서도 제시하지 못했던 '행동 강령'을,
어찌보면 '소설 나부랭이(라고 하기엔 그 무게는 너무 크지만)'가 내게 제시해주었다.
'자발적인' 시민 행동 - '국가(정부)'가 필요 없다라고 보여주는 것 - 그 어떤 선동도 없이.

물론 매우 이상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적어도 하나의 해답을
제시해주었다는 것이, 너무도 너무도 감사한 책. 땡큐 사라마구!

그래서 백지표를 던졌습니다.

그래서 백지표를 던졌습니다.



ps. 기호 0번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호0번 - 뽑을 사람 없음. 모두 물러나라.
Posted by 냐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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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등..
숱한 베스트셀러로 화제를 뿌리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신간.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남들이 좋다면 일단 부정하고 보는 삐딱한 심성의
소유자인 냐궁이기에.. 선뜻 코엘료의 책을 고르지는 못했지만,
3만원 이상 구입 만원 적립이라는 적립금의 유혹에 넘어가 '밑지면 말지..' 하는 심정으로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골랐다.

"과연 얼마나 굉장하길래 사람들이 열광하는걸까?"
라는 부정적인 의심을 두고 읽기 시작한 책은 크게 두가지로 결론이 나는데...

case 1: '역시 그냥 그렇군...'

case 2: '읽다보니 굉장한걸!? 와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는 전자의 경우였다.

서평이나, 책 소개에는 신의 여성성이라던가, 여성이여 깨어나라 라든가...
상당히 급진(?)적인 단어들이 가득이었는데....
이쪽동네와 그네동네의 문화의 차이일런지..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잡아내기가 워낙에 애매한데다,
그 결론이 그렇게 급진적이거나,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녹취록 형식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객관성 + 긴장감을 조성해서
초반 몰입에 도움을 주긴 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결국 작가 할소리는 다 하고 있는거로군...'이라는 생각과 함께..)
맥을 천천히 놓는 바람에 그냥 뒤의 사건과 결말이 궁금할 뿐,
과정의 의미나, 개연성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책의 주제나,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여기저기 씌여있듯, '여성' 혹은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아테나..라는
'먼치킨'류 캐릭터가 감당하기에는 왠지 나이브한게 아닌가 싶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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