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댁에 갔다가 밍군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배방 장례식장에 들렀다.

밍군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천천히 주변을 거닐었는데,

그야 말로 닭장 같은 건물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아파트인지 아파트형 공장인지, 혹은 아직 건설 중이라 마무리가 덜 된 것인지

멀리서는 도저히 짐작이 불가능한 정도였는데, 다가서니 <삼정 그린 코아>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인지, 아파트라면 대체 한층에 세대가 얼마나 있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외양에

핸드폰을 두드려 검색하니 <삼정 그린 코아 아파트>가 맞다.

도저히 요즘 짓는 모양새의 아파트는 아닌지라, 근처에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있으니 독신자 숙소나 기숙사 같은

개념의 건물일까 싶어 좀 더 알아보니, 98년 서민 아파트를 표방해서 <초원 주택>으로 시작했다가

IMF를 맞아 부도 후 10여년 방치되어 있다가 삼정건설에서 인수하여 작년에 준공을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결혼 전에 처가댁을 오가다가 어렴풋이 초원주택 간판을 본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아마 그때도 여기다 저렇게 지으면 누가? 라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보통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주변 구시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기 마련인데...

이미 10년이 훨씬 전에 시작되어서일지, 서민 아파트를 표방해서일지 그것이 주는 압도적인 존재감과는 별개로

오히려 디스토피아적인 분리가 느껴졌다. (물론 입주해서 살고 계신 분께는 죄송스런 말이지만...-.-)

공교롭게도 아파트 단지와 구시가 사이에 철도 공사 소유의 토지가 가로지르면서 (용도가 거의 없을 것 같은)

육교가 하나 놓였고, 덕분에 그 둘의 경계는 더욱 극명하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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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이모님께서 오셔서 모시고 갈 곳을 고민하다, 단양을 향했다.
개인적으로도 단양은 처음인데다가, 여기저기서 접한 도담삼봉에 기대를 걸었는데,
아래 사진에서도 보이겠지만, 생각보다는 사이즈가 아담했다.


꽁꽁 얼은 남한강에는 지난 크리스마스때 내린 눈이 물결, 아니 눈결을 만들고..



구인사, 천태종 총 본산이라더니, 서울, 제춘, 전주 등 주요도시에서 구인사를 오가는 버스가 있다.




 산 기슭을 오르면서 주욱 펼쳐지는 건물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조그만 불교 도시하나가 있는 셈인듯.
은행도, 우체국도 있다. 핸드폰이 불통인 것은 조용히 수행하라는 의미인듯 하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으니 일행이 있다면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기와지붕을 올리긴 했지만, 다분히 현대적인 세멘(!) 건물들인지라, 고즈넉한 사찰의 느낌은 덜하고,
웅장한 요새나, 산채의 느낌이 강한듯.




 전통적인 느낌의 사찰건축을 볼 수 있는 것은 가장 끝에 위치한 대조전이 유일할듯.
그 위세를 과시하는 것 처럼 번쩍번쩍하다.
연등으로 12지와 사천왕 등 여러 동물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디테일이 꽤 훌륭하다.

 


구인사에서 내려와, 단양시내의 돌집식당에서 마늘쌈정식(\10,000)과 더마나곤드레정식(\15,000) 을 시켜먹었는데,
둘의 차이는 마늘떡갈비와 더덕구이의 유무.. 한데, 양이 떡갈비나 더덕이나 양이 너무 적어서 오천원 어치를 하는지는 의문.

17찬이라던가, 꽤 많은 반찬이 나오는데, 절대 잔반이 남지 않을 정도의 양이라, 어른들은 다소 허탈하신듯했다.
개인적으로는 관광지라는 것과 가격을 생각하면 무난하게 식사할 곳이긴 한듯.


그리고 살짝 기대했던 도담삼봉.
삼봉선생 정도전.. 최근 <뿌리깊은 나무>를 즐겁게 본 덕에, 조선의 개국공신, <경국대전>을 완성해 법치주의의
기반을 닦은 사람....보다는 '밀본'의 수괴라는 느낌이 앞서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ㅠ_ㅠ


이렇게 도담삼봉만 잘라놓고 보면..볼만한데....



주변을 함께 보면, 꽤나 아담한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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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일출 인파를 피해 1월 1일 아침, 양양으로 출발...
역시나 상행쪽으론 상당히 많은 차들이 밀려있었다... 하행은 한산..^^

속초쪽으로 넘어오면, 항상 하조대를 들르게 된다.
왠지 유명세를 덜탄 한산한 느낌 때문이랄까? 물론, 하조대도 유명하지만.











점심은 유명하다는 실로암메밀국수집에서...
개인적으론 고성의 백촌 막국수가 더 나은 것 같다.
동치미국물과 양념이 따로따로 노는 느낌...



숙소는 대명 쏠비치라오텔.
2인실 주중 프로모션으로 조식 포함 13만원 정도...
객실은 매우 깔끔했고, 가격으로 보면 어설픈 펜션보다는 훨씬 괜찮은 것 같다.
바다전망을 원했으나, 예약이 꽉차서 산전망으로...바다전망은 2만원정도 더 비싸다.
그리고 호텔 객실에서 어쩌다보니 신나게 만삭사진을..^^;




 



동해안쪽으로 맛집을 검색하면 횟집과 막국수집만 나온다.
회는 썩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아이 때문에 좀 거려지고,
막국수는 점심에 먹었으니 저녁하기는 그렇고..
결국 하조대 근처, 보이는 오리집에 들어가서 오리 불고기를 시켰다.



칫솔과 치약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주변검색했더니 900미터 전방 롯데마트가 있단다.
어? 속초나 강릉까지 가지 않는 한은 대형마트가 없을텐데.. 동네가 발전하다보니 대형마트가 입점했나..?
하하.. 이름만 롯데마트인 동네 점빵. 칫솔 가격이 호텔이랑 똑같다..3000원씩..ㅠ_ㅠ




대명쏠비치는 호텔인 라오텔과 콘도가 있는데, 이름 La Hotel에서 보이듯, 스페인 컨셉이다.
일단 전반적으로 신경쓴 흔적은 보이는데, 애초에 컨셉상 디테일들은 키취적인 느낌이 날  밖에...;
호텔 내부는 명백히 해비치를 롤모델로 삼은듯. 이름도 쏠비치 해비치..




조식뷔페..무난했음..



호텔 앞쪽으론 Private Beach 개념으로 해변이 있는데..
동해안 특성상 일몰 이후엔 군지역으로 출입이 불가능하므로..여름엔 아쉽겠다는 생각이...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기시문항.
거친 겨울바다의 파도는 방파제를 때려 흐릿한 물안개를 일으킨다.










휴휴암. 쉴휴쉴휴암자란다.
바다를 바라보는 지혜관음보살상.
한데, 사찰부지를 놓고 대기업과 마찰이 있나보다.
알박기도 아니고, 사찰한가운데에 철제펜스라니.
사찰측 입장을 들어보자면, 대체 왜 저런 잡음을 감수하며 땅을 고집하고 있는지 도통 모를 일.






점심은 속초의 민속옹심이막국수집에서.
식당 출입구는 건물 좌측 2층계단에 있다.
1층이 잠겨있길래 쉬는 줄 알았는데, 다른 손님들이 2층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아하!
가격대비로 보면 인심 후한 양(기본으로 수육을 내어준다!)과 무난한 맛.


 

 



돌아오는 길에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 삼양목장에 들렀다.
3년전에도 이곳에 들렀다고 생각했는데, 이곳보다 훨씬 작았던걸로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아마 다른 곳에 들렀었나보다.
겨울 목장의 주인공은 양이 아니라 눈이다.우리나라 어디서도 보기 힘들 것 같은 하얀 설원의 풍경.
비포장, 눈길주행의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만한 스펙타클.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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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회사가 반쯤(?) 쉬는날, 이런 저런 핑계로 미뤄둔 단풍 구경을 위해 곤지암리조트 수목원을 찾았다.
평일이라 나름 도로가 한산한 탓에 한시간여 남짓만에 도착. 수목원도 아직 덜 알려진 탓인지 매우 한산한 모습.
입장료 5,000원에 수목원 꼭대기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이 3,000원. 평소같으면 모노레일 따위 거들떠 보지도 않았겠지만,
밍군이 홀몸이 아닌 관계로 고민없이 구입. 오르고 나서야 알았지만, 수목원 중반에서 꼭대기까지는 가파르기가 거의 등산 수준.....
한데 내려오면서 보니 그 구간은 아직 한창 조성중이라 황량한 까닭에 지금 시점에선 굳이 올라올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모노레일 타고 올라가는 중..




중턱 부분까지는 지그재그로 편히 오르내릴 수 있는 탐방로도 만들어 두었고, 인공폭포나, 아기자기한 조형물, 휴식 공간등등
신경쓴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명색이 수목원인데, 보행로가 온통 아스팔트, 보도블럭인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싶다. 밍군은 유모차 밀고 올라오려면 이게 낫지 않겠냐고도 했지만...












쉬며쉬며 내리막길을 한시간여 남짓 내려오기만 했음에도 밍군이 많이 힘들어 해서,
집으로 갈까 근처 영은미술관을 갈까 고민하다가 영은미술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KBS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에서 보고 건물이나 주변 조경이 괜찮은듯 해서 내심 벼르고 있던 곳.


연혁을 보니 92년 경안미술관으로 오픈해서 02년 영은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미술관 본동 1/2층 그리고 지하에 전시관이 있고, 위층에는 경안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다.
건물 뒷편으로 언덕이 연결되어 있어 올라갔다가 우연히 흰 수염이 성성하신 강형구 작가를 마주쳐서 순간 흠칫.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데, 오른쪽으로 이어진 언덕쪽에는 역시 작가들이 입주한 공예동과 연구동 건물, 도자기를 굽는 가마까지 있어서
아마 오픈 당시에는 시설이나 규모면에서 손꼽히지 않았을까 싶다.



방송에 나왔던 미술관은 깨끗하고, 넓고, 밝았던 것 같은데.. 화면을 보고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건물이 오래된 까닭도 있겠고, 여타 국립미술관이나 대형 갤러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지원도 많진 않을테니...
벽을 마감한 나무들이 뒤틀려 들뜨기 시작하고 있었고, 바닥 상태도 좋다고는 하기 어려운 수준...
전시실의 좌대나 벽면에 난 거뭇한 스크래치 자국들은 역시 관리의 문제인가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입구에 걸린 작품들이나, 로비를 차지하고 있는 아트샵은 조금 눈에 덜 띄는 곳으로 옮겨도 좋지 않았을까?



1층 전시는 한중작가 교류전. 중국 작가 중 두어명이 필력 및 물감 덩어리를 강조한 것이 꽤나 강하게 다가온 덕분에
중국 작가들은 대체로 이런 성향인가? 라는 고민을....


미술관 앞에 조성된 잔디밭 및 공원은 - 매번 이리 한적하다라면, 따스한 봄날 아이들 데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아이는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어른들은 가벼이 담소를 나누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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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기간.... 밍군이 Double Hearted 되는 바람에..
부모님만 모시고 태안반도 천리포 수목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수목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천리포 해수욕장.


입장료는 \7,000원 다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만, 요즘 수목원들 입장료가 다....
좋게 말하면 사람의 손이 덜 타보이는..
나쁘게 말하면 관리가 좀 허술해 보이는 수목원..


수목원 안에 숙박시설도 있다하니.. 묵으면서 천리포 해수욕장에서 노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싶다.


중간중간 꾸며놓은 정원..


수목원을 나와 간월암으로 향했다.
작년에 다녀온 것을 기억했더라면..아마 해미읍성이나 다른 곳을 택했을텐데...
별로 볼 것이 없는 곳인데다.. 물이 빠진 상황이라 더더욱 황량한 풍경.


부모님께서 사진 삼매경에 빠져 계신다..
내 카메라도 압수(?) 당하였음..



물이 차 있을 때는 앞에 보이는 나루터(?)에서
줄을 잡고 땟목을 움직여 건너는 곳.



기왓장을 흉내낸 양철 지붕에 낙서가 가득하다.


누구는 시주한 기왓장에 축원을 적고..
누구는 양철 기왓장에 낙서를 한가득.




아버지의 사진 삼매경.



바닥에 앉은 배들, 땟목들.

 

 

차창에다...


작년에는 할머니, 올해는 밍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멀리, 혹은 1박, 2박하여 휴가를 가보질 못했다.
내년에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 또 모르겠지만,
부모님 모시고 나들이가 아닌 여행을 떠나긴 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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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고1때?) 무척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 찾은 송추계곡.
그러나 계곡을 따라 빼곡히 늘어선 식당들에 도저히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발을 돌려
북한산 둘레길을 따르다 발길이 머문 곳.
장마뒤 폭염이 쏟아지던 여름 날, 반의 반나절의 짧지만 시원한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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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투숙객들은 조식 뷔페가 제공되지만, 야매(?) 투숙객인지라 테라스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해비치에서는 처음 맞이하는 아침 햇살.



성산항에서 우도가는 배. 차도 사람도  빽빽하다.



우도에 내리면 입구에서 자전거, ATV, 스쿠터, 골프카트까지 대여가 가능하다.
예전엔 마을버스 이외에는 교통수단이 없었는데.... 덕분에 마을버스가 횡 한듯.
두시간 대여에 2.5만원하는 ATV를 빌렸다.








우도 안의 또 다른 섬 비양도.

 

 

 

여기서 이러고 널부러져 있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비양도에서 노닥거리고 있으니 전화가 온다. ATV 대여해준 곳에서. 15분 남았으니 빨리 오라고.




그래서 나머지 섬 반바퀴는 보는둥 마는 둥. 오빠 달려!
우도를 간단히 둘러보기에도 두시간은 너무 짧다. 다음번엔 며칠 눌러 앉아있어야지.








제주 흑돼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성산포의 떠오르는 신흥강자라는 월래향을 들렀다.
역시 가격대는 100g에 7000원 수준. 1인분 1.5만원.
목살에 가까웠던 어제의 목포고을에 비하면 삼겹살에 더 가깝긴 한데...
비쥬얼이 좀 약하다. 내가 눈만 너무 높아져버린 탓인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비자림을 들렀다.
어렸을 때에는 해가 들지않을 정도의 울창한 숲이 무섭고, 정말 크게 느껴졌었는데...
3키로 남짓되는 탐방로도 정말 길게만 느껴졌었는데...내가 너무 커버린걸까. 의외로 짧게 느껴지는 한바퀴.
그래도 폐부를 찌르는 진한 나무 냄새는 여전히 좋다.


 

 



 매번 여행을 다녀오고 아쉬운 것은, 무슨 욕심을 그리 부려 항상 초치기를 해야 했던가..이다.
다음번엔 좀 더 지긋한 여행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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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불안한 마음으로 창밖을 보니 온통 하얀 세상이다.
내리는 비에 축축한 것인지, 자욱한 안개에 축축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짙은 안개.



두모악 갤러리 입구에서 정문 표지판을 보지 못하고 옆 골목길로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참을 들어갔다.
점점 심해지는 진흙길과 깊어져가는 녹음을 보고 아 이길이 아닌가벼..



두모악 갤러리 입구, 친절히 맞이해주는 나무 인형.



김영갑 선생이 살아생전 폐교를 인수해서 만든 작업실이 이제는 고인을 기리는 갤러리로 활용중.
걸려진 사진도 좋지만, 갤러리 앞 정원을 나름 세심하게 꾸며놓았다.




해안도로를 따라 서귀포로.



전복 덮밥. 마가린과 간장을 넣어 비벼먹는 신선하고도 느끼한 그맛.
어릴적엔 마가린+계란+간장이면 한그릇 뚝딱이었는데.




쇠소깍 가는길 어느 집 담장을 가득 덮은 용월, 밍군께서 요즘 다육식물에 푹 빠져있는 탓에 지나치지 않고 한 컷.




요새 한참 떠오르는 관광코스 쇠소깍. 효돈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로 투명 카약 체험이 인기.



투명 카약이라니 신기하긴 한데..솔직히 밑을 내려다 볼 일은 별로 없다. 그냥 옆으로 봐도 잘 보인다..물고기들이랑 바위랑..


 

외돌개에서 시작하는 올레길 7코스.
올레길이라고 해서 편안한 동네 길인줄 알았는데, 제법 긴 하이킹 코스다.
해안가를 따라 언덕들도 오르내려야 하고, 주상절리 암석들이 널린 해변도 지나야 하고...
보이는 풍경들이 참 좋긴 한데... 중간에 빠져나올 곳이 드물다는 것이 문제.
결국 두시간 여를 걸어서 법환포구에 와서야 큰길가로 나와 택시를 타고 차를 주차해 놓은 외돌개로 돌아왔다.





 




 


<나도 해녀가 될 수 있다!> 왠지 7-80년대 영화 간판을 보는 느낌의 광고

 

 

아마 이전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포구였을 터인데, 올레길 덕분에 나름 성업중인 법환포구.






저녁메뉴는 제주도 흑돼지. <목포고을>
스테이크 수준의 삽겹살이 등장. 솔직히 절반은 목살, 나머지 절반이 삼겹살로 봐야 할듯.
확실히 목살이 이리 두툼히 썰어먹는 맛이 있긴 하다.
100g에 7000원 수준이니, 무게 대비는 그렇게 비싼편은 아닌데...
문제는 기본 750g부터 판매. 즉 5만2천원부터 시작이니, 맛과 별개로 서운한 가격인건 사실.
제주도 흑돼지는 집에서도 종종 불러먹는데, 비계부분의 쫀득쫀득한 느낌이 별미이긴 한데...
사실 그것만으로 가격만큼의 차별화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내가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도..)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만한...제주도 흑돼지는 <정말 끝내줘!>라는 킬러 아이템 개발이 필요할지도.







나름 특급 호텔인데, 잠만 자고 가는게 너무 아쉬워서 시간을 내서 호텔을 거닐어 보기로 했다.
낮에 걷혔던 안개가 저녁이 되니 다시 자욱하다. 해변에 위치해서 항시 이런 것인지, 이 무렵이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때인것인지.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안개 때문에 항공기가 결항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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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아침. 

 아침으로 먹으려던 샌드위치는 집에 두고 나와버리고, 
 손톱깍기 만한 작은 주머니칼 덕분에 검색대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등의 소란을 피워가며 제주도에 도착했다.
 이른 장마와 남부지방 폭우 예고에 걱정했건만, 다행히 맑은 날씨.
 다만, 황금빛 물결을 예상했던 보리밭에는 이미 추수가 끝나 누런 밑둥만 남아있었다.



 
제주도가 시골인지라 뻔질나게 드나들었건만, 고기국수가 유명하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삼대국수집에서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아침으로.
특별난 맛은 아닌데, 면이 꽤 독특하다. 쫄면과 우동면의 중간쯤이랄까. 적당히 차진 느낌이 입안에서 재미있다.




 이번 여행의 내 주요 목표중 하나. 비오토피아에서 이타미 준의 건물들을 보는 것.
일반에 공개되는 곳을 아니라서 걱정했는데, 입구에서 사바사바 한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
sk에서 인수하면서 리조트 사업도 구상중이라니 좀 지나면 일반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 미술관. 특별히 미술 품이 있거나 한 곳은 아니고, 물 그 자체를 작품으로 한 장소.
겉으로는 물 저장탱크 정도로 보이는 조그만 공간이지만, 꺽어진 입구를 지나 들어서면 외부와 단절된 '물'의 공간이 드러난다.
정확히는 '물'의 소리가 지배하는 공간. 배수구로 천천히 떨어지는 물의 쪼로로 소리가 사각형 공간의 네 귀(퉁이)를 스피커 삼아
상하좌우에서 울려나오는데, 마치 머리 위에서 물이 흐르는듯한 착각이 일게 한다.
....한데, 물을 흐르게 하는 펌프의 모터소리도 함께 들리는게 다소 아쉽긴했다.



 




비오토피아는 좀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빌라촌, 별장촌쯤 된다. 평당 분양가가 1500으로 제주도 최고가라고...
재일교포 사업가 김흥수씨가 조성했다가 최근에 sk가 인수했다.
핀크스라는 이름의 단지안에 골프장, 포도호텔(호텔 이름이 포도), 비오토피아 등이 구성되어 있고,
핀크스 골프장은 세계100대 골프장에 속해있는 국내 유일 골프장이란다.
돌아단니다보니, 직원들이 잔디도 깍고 나무도 자르고 정원도 봐주고 계속 관리는 하던데...
단지내의 무성한 수풀들은 자연주의(?) 컨셉인 것인지, 제주도의 무성한 식생탓인지 알쏭달쏭하다.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바람 미술관에 닿았다.
가을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때이면, 나무틈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며 높고, 가는 소리들을 내며 스쳐지나갈 터인데,
오늘은 바람이 가라앉은지라, 바람의 정취를 느끼기엔 다소 무리였다.



 




 그리고 돌 미술관.
 코르텐 강판으로 벌겋게 녹이 슨 건물에 들어서면 천정과 측면의 조그만 채광창이 밝히는 어두운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를 기다려 주위를 둘러보면, 매끈한 대리석의 바닥과 벽을 발견할 수 있다. 천장의 동그란 채광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매끈한 대리석 표면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주변을 밝힌다.
 남쪽으로 난 창으로는 손과 산을 형상화한 조각작품이 보이는데, 맑은 날이면 산방산과 겹쳐 보인다고 한다.
 건물 뒤를 통과해 두손 미술관으로 향하다보면, 돌미술관 밑으로 난 창과 돌, 반대쪽 창, 그리고 조각품이 일직선상에 놓이는데,
 이 또한 관람자의 시선을 고려한 건축가의 의도인듯하다.







 

 



 

 두손 미술관. 소녀의 두 손을 모은 모습이라는데..음..
 현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관리를 맡아 운영하고 있고 황규태 작가의 <인생은 즐거워>展이 열리고 있었다.
 







소화전도 신경써 주시는 센스.




언제 다시 들를까 싶어 단지 내에 조성된 생태 공원도 한바퀴.




나오면서 입구의 방주교회. 역시 이타미 준의 작업이고, 방주를 형상화한 모습이란다.
입주자 중 한 사람인 어느 사장님의 의뢰를 받아 만들었다는데, 기도드릴 곳이 없으면, 혹은 멀어 가기 힘들면, 우리 집 옆에 우지끈 뚝딱
만들어 버리는 저 높은 곳의 세상. 암튼 이타미 준은 좋았겠다. 원하는 대로 다 펼쳐보일 수 있었으니.




무인 까페 오월의 꽃. 마음대로 마시고, 금액 역시 마음대로 지불하면 된다.
주인장이 뜻이 있어 낙향 하며 만든 곳이라는데, 저녁시간엔 주인장의 작은 콘서트도 볼 수 있다고.
주인장이 하나하나 손대어 만든 듯한 하얀 건물의 외관과, 결코 고급스럽진 않지만, 나름 앤틱풍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녹차 두잔과 과자 조금 집어 먹고 기분이다~ 하며 만원을 넣고 왔는데,
돌아오며 조금 과하게 넣었나, 살짝 후회가 되기도.
(왜냐면 잠시 후에 들른 오설록에서 아이스크림+롤케익이 \9,000이라서....)





오설록 녹차다원. 동양에서 손에 꼽는 규모라던데.. 지금까지 보성 녹차밭이 가장 큰 줄 알고 있던 내게는 다소 의외였던 사실.



 




 

숙소인 해비치 호텔. 추첨제로 운영되는 회사 휴양소인데, 다행히 당첨!
제주도에서 손에 꼽는 호텔 중 하나인데,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거의 잠만 자게 되어서 좀 아쉽게 되었다.
뷰도 바다쪽 전망이 보이는 좋은 위치. 아이리스 마지막편쯤 나와서 더 유명세를 탄다지 아마..








저녀식사는 근처의 한아름 식당에서 두루치기.
원래 유명한 식당은 아니었는데, 올레길을 지나던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근근히 알려진 로컬식당이다.
분위기 역시 전형적인 동네 식당. 우리가 밥을 먹는 그때에도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가족들과 친척들 한팀이
형님, 동생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식사 중이었다.


 


제주도 여행 첫날은 여기까지.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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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가게 되면 십중팔구 찍게 되는 사진들..
사진과 별개로 우리는 참 잘 놀았다는게 아이러니.

-어디에서나 동물들을 사라지고 있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자신들 스스로의 소멸에 대한 살아 있는 경계표가 되고 있다.
(중략)...동물원은 어쩔 수 없이 실망시키는 것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동물원의 공적인 존재 목적은 관람객들에게 동물을 구경하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원에 처음 들어선 사람이 그곳에서 동물다운 동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란 어디에도 없다. 고작해야 깜빡이며 스치듯 외면해 버리는 동물들의 시선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그것들은 곁눈질로 쳐다본다. 그것들은 맹목적으로 먼 허공을 바라본다. 그 어떤 것도 그것들의 주의에서 더 이상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뭔가와 만나는 것에 면역이 되어 있는 것이다.-
존 버거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 中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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