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벌초를 하러 제주도에 다녀왔다. 여지껏 벌초는 아버지만의 일이었으나, 이제 결혼을 했기 때문에
벌초 및 문중벌초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주장. 일전에 두어번 벌초에 손을 도왔던 적이 있어서
 벌초 그 자체는 크게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 가장 두렵고 걱정스러웠던 것은 아버지와의 1박2일이었다.



 벌초 자체는 작은 아버지와 아버지가 미리 몇기를 해두신 덕분에, 그리고 내 마음의 각오가 대단했던 탓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끝났지만, 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 것은 "집착"에 가까운 아버지의 벌초에 대한 태도였다.

 손주가 할머니 무덤에 처음 찾아가는 거라며 어머니께 요청했던 제사음식(그래서 결국 제주도에 계신 이모님이 준비하셨다)이나,
 뒤에서 장비를 챙겨 따라가는 사람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무덤을 향해 My way를 외치시는 모습이나, 
 (덕분에 나는 진입로를 놓쳐 한참을 헤매야 했다)
  아버지의 고집으로 비포장로에 렌트카를 넣었다 범퍼를 긁고 속상해하는 나 따위는 전혀 안중에 없으신 모습 등등...




 결국 화가 났던 나는 장갑과 모자를 아버지가 보란듯이 내팽겨쳤고.... 그리고 아버지의 "뭐지?" 하는 무심한 표정.
 분노의 예초기질을 해대며 분을 삭이다 결국 머릿속에 남은 건 아버지의 무심한 표정과, 그에 대한 의문이었다.

 '왜?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를, 느끼지를 못하시는 걸까?'

 

 벌초를 마치고 읍내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시골집-할머니가 사셨던-에 돌아와 아버지께 말을 건냈다.

"아버지, 아까 제가 왜 화났는지 아세요?"

"자동차 범퍼... 긁어서..?"

"제가 그것 때문에 화난 건 아시지만, 제가 화난 걸 이해하진 못하시죠?"

".....?"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이후 약 한시간 여 동안 어머니와의 관계, 아버지의 성정 등으로 이어졌는데,
아버지는 쌓인 것이 꽤나 많으셨던듯, 모든 것이 마음에 안든다며 주변에 대한 원망과 울분에 가까운 하소연을 하셨다.
이야기를 들으며 사실상 가족관계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
또 고립과 함께 더욱 커져버린 고집, 그리고 조상에 대해 지켜야할 것들에 대한 아버지의 신념,
이 모든 것이 쉽게 변하진..아니 아마 절대 변하진 않을 것이라는 암담한 확신이 교차해갔다.
하지만 이도 마음에 안들고, 저도 마음에 안든다며 격하게 울분을 토하시는 아버지도,
아마 스스로 (그리고 아마 난생 처음으로) 그 감정들을 쏟아내며, 그 감정의 진위, 정당성(?)에 대해
곱씹어보셨을 듯 하다.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된 문중 벌초. 30여명의 사람들 중 절반 넘게는 환갑을 넘긴 어르신들일듯 하다.
예초기가 두 대씩 돌고, 손이 많으니(-라지만 거의 (비교적) 젊은 사람들만 일하는 분위기) 벌초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예초기가 들어가기 힘든 돌담 주변이나 비석 주변은 동네 할머니 두 분이 도맡아 하셨는데, 
건 벌초가 끝나고 드리는 의식에서는 철저하게 (본인 스스로) 소외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점심식사를 하며, 회원 약관을 놓고 격하게 토론이 있었는데, 요는 문중회의 회비 납부 요건을 30세 이상 남성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결혼을 해서 세대를 이룬 사람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였다. 그 어느쪽에도 여성이 문중회의 정식 회원이 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논리를 연장해보면, 딸은 결혼을 하면 남편쪽 사람이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독신인 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딸은 부모님의 무덤에 풀 벨 자격도 없다는 것일까. 얼마전 폐지된 호주제가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과연 문중회라는 것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혹은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함이 생겨났다.



문중 벌초를 마치고, 외할머니의 묘소를 찾았다.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 온 적이 없으니 약 10년만이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시립 공동묘지인지라, 깔끔하고 접근도 쉽다. 우리 집은 항상 이렇다. 외가는 세련되고, 친가는 투박하고..
멀리 제주시내가, 그리고 더 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아마 제주도에 경치 좋은 곳은 다 무덤이 차지하고 있을까 싶다.


 빌린차를 반납하기 까지 한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무작정 바닷가로 차를 달렸다. 멀리 노을이 지고, 멀리 무슨 테마 공원이라며
뻘짓거리로 만들어 놓은 목마형상의 등대도 보인다. 볼이 바람에 스치고, 아버지와의 1박2일이라는 마음의 짐도 조금은 덜어진 것 같다.
곱씹어 생각할수록 앞으로의  나날들에 쓴웃음이 지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한고비를 넘긴 후 찾아오는 평온함을 잠시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리고 아버지에게 짧은 문자 메세지 한 통이 왔다.


"수고했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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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기간.... 밍군이 Double Hearted 되는 바람에..
부모님만 모시고 태안반도 천리포 수목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수목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천리포 해수욕장.


입장료는 \7,000원 다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만, 요즘 수목원들 입장료가 다....
좋게 말하면 사람의 손이 덜 타보이는..
나쁘게 말하면 관리가 좀 허술해 보이는 수목원..


수목원 안에 숙박시설도 있다하니.. 묵으면서 천리포 해수욕장에서 노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싶다.


중간중간 꾸며놓은 정원..


수목원을 나와 간월암으로 향했다.
작년에 다녀온 것을 기억했더라면..아마 해미읍성이나 다른 곳을 택했을텐데...
별로 볼 것이 없는 곳인데다.. 물이 빠진 상황이라 더더욱 황량한 풍경.


부모님께서 사진 삼매경에 빠져 계신다..
내 카메라도 압수(?) 당하였음..



물이 차 있을 때는 앞에 보이는 나루터(?)에서
줄을 잡고 땟목을 움직여 건너는 곳.



기왓장을 흉내낸 양철 지붕에 낙서가 가득하다.


누구는 시주한 기왓장에 축원을 적고..
누구는 양철 기왓장에 낙서를 한가득.




아버지의 사진 삼매경.



바닥에 앉은 배들, 땟목들.

 

 

차창에다...


작년에는 할머니, 올해는 밍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멀리, 혹은 1박, 2박하여 휴가를 가보질 못했다.
내년에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 또 모르겠지만,
부모님 모시고 나들이가 아닌 여행을 떠나긴 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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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고1때?) 무척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 찾은 송추계곡.
그러나 계곡을 따라 빼곡히 늘어선 식당들에 도저히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발을 돌려
북한산 둘레길을 따르다 발길이 머문 곳.
장마뒤 폭염이 쏟아지던 여름 날, 반의 반나절의 짧지만 시원한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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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커피를 왜 마시는지에 대한 고찰.
문화의 소비, 용인할 수 있는 정도, 지불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
문화를 파는 사람들의 마인드. 소비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겉멋.
쏟아져 나온 사람들. 개성. 여자와 남자.
제품의 질. 문화의 질. 고급/저급문화. 환상. 사라짐. 덧없음. 생산성.
커피, 커피의 맛.


 지난 일요일, 손위 처남과 홍대에서 만났다.
<프리모바치오 바치>에서 쿠폰을 사용한 샐러드와 함께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고,
<커피 볶는 곰 다방>에서 쓰디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커피를 마셨다.
 
쓰디쓴 커피를 마시다가,
그리고 돌아오는 길 홍대를 천천히 거닐며,
홍대거리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사람들.
개성있는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의 가게들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내어걸린 물건이나 음식들의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고 한탄을 하다가
그렇다면은 이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이나 음식의 상품이 아니라
분위기라든가, 문화라든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불어 팔기에
그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더 붙인 가격일 것인데..
나는 과연 어디까지 그 무형의 가치에 대해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무형의 가치를 파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그 가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 것인지, 혹은 진정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것이 정말 무언가 특별한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나 또한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에 대해 굉장히 인색한 사람이라는 생각.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왜 원하는지에 대한 생각.


ps. 잘 쓰려고 했었는데 왜 두서없이 읊조린게 마음에 들까.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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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투숙객들은 조식 뷔페가 제공되지만, 야매(?) 투숙객인지라 테라스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해비치에서는 처음 맞이하는 아침 햇살.



성산항에서 우도가는 배. 차도 사람도  빽빽하다.



우도에 내리면 입구에서 자전거, ATV, 스쿠터, 골프카트까지 대여가 가능하다.
예전엔 마을버스 이외에는 교통수단이 없었는데.... 덕분에 마을버스가 횡 한듯.
두시간 대여에 2.5만원하는 ATV를 빌렸다.








우도 안의 또 다른 섬 비양도.

 

 

 

여기서 이러고 널부러져 있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비양도에서 노닥거리고 있으니 전화가 온다. ATV 대여해준 곳에서. 15분 남았으니 빨리 오라고.




그래서 나머지 섬 반바퀴는 보는둥 마는 둥. 오빠 달려!
우도를 간단히 둘러보기에도 두시간은 너무 짧다. 다음번엔 며칠 눌러 앉아있어야지.








제주 흑돼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성산포의 떠오르는 신흥강자라는 월래향을 들렀다.
역시 가격대는 100g에 7000원 수준. 1인분 1.5만원.
목살에 가까웠던 어제의 목포고을에 비하면 삼겹살에 더 가깝긴 한데...
비쥬얼이 좀 약하다. 내가 눈만 너무 높아져버린 탓인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비자림을 들렀다.
어렸을 때에는 해가 들지않을 정도의 울창한 숲이 무섭고, 정말 크게 느껴졌었는데...
3키로 남짓되는 탐방로도 정말 길게만 느껴졌었는데...내가 너무 커버린걸까. 의외로 짧게 느껴지는 한바퀴.
그래도 폐부를 찌르는 진한 나무 냄새는 여전히 좋다.


 

 



 매번 여행을 다녀오고 아쉬운 것은, 무슨 욕심을 그리 부려 항상 초치기를 해야 했던가..이다.
다음번엔 좀 더 지긋한 여행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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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불안한 마음으로 창밖을 보니 온통 하얀 세상이다.
내리는 비에 축축한 것인지, 자욱한 안개에 축축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짙은 안개.



두모악 갤러리 입구에서 정문 표지판을 보지 못하고 옆 골목길로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참을 들어갔다.
점점 심해지는 진흙길과 깊어져가는 녹음을 보고 아 이길이 아닌가벼..



두모악 갤러리 입구, 친절히 맞이해주는 나무 인형.



김영갑 선생이 살아생전 폐교를 인수해서 만든 작업실이 이제는 고인을 기리는 갤러리로 활용중.
걸려진 사진도 좋지만, 갤러리 앞 정원을 나름 세심하게 꾸며놓았다.




해안도로를 따라 서귀포로.



전복 덮밥. 마가린과 간장을 넣어 비벼먹는 신선하고도 느끼한 그맛.
어릴적엔 마가린+계란+간장이면 한그릇 뚝딱이었는데.




쇠소깍 가는길 어느 집 담장을 가득 덮은 용월, 밍군께서 요즘 다육식물에 푹 빠져있는 탓에 지나치지 않고 한 컷.




요새 한참 떠오르는 관광코스 쇠소깍. 효돈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로 투명 카약 체험이 인기.



투명 카약이라니 신기하긴 한데..솔직히 밑을 내려다 볼 일은 별로 없다. 그냥 옆으로 봐도 잘 보인다..물고기들이랑 바위랑..


 

외돌개에서 시작하는 올레길 7코스.
올레길이라고 해서 편안한 동네 길인줄 알았는데, 제법 긴 하이킹 코스다.
해안가를 따라 언덕들도 오르내려야 하고, 주상절리 암석들이 널린 해변도 지나야 하고...
보이는 풍경들이 참 좋긴 한데... 중간에 빠져나올 곳이 드물다는 것이 문제.
결국 두시간 여를 걸어서 법환포구에 와서야 큰길가로 나와 택시를 타고 차를 주차해 놓은 외돌개로 돌아왔다.





 




 


<나도 해녀가 될 수 있다!> 왠지 7-80년대 영화 간판을 보는 느낌의 광고

 

 

아마 이전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포구였을 터인데, 올레길 덕분에 나름 성업중인 법환포구.






저녁메뉴는 제주도 흑돼지. <목포고을>
스테이크 수준의 삽겹살이 등장. 솔직히 절반은 목살, 나머지 절반이 삼겹살로 봐야 할듯.
확실히 목살이 이리 두툼히 썰어먹는 맛이 있긴 하다.
100g에 7000원 수준이니, 무게 대비는 그렇게 비싼편은 아닌데...
문제는 기본 750g부터 판매. 즉 5만2천원부터 시작이니, 맛과 별개로 서운한 가격인건 사실.
제주도 흑돼지는 집에서도 종종 불러먹는데, 비계부분의 쫀득쫀득한 느낌이 별미이긴 한데...
사실 그것만으로 가격만큼의 차별화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내가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도..)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만한...제주도 흑돼지는 <정말 끝내줘!>라는 킬러 아이템 개발이 필요할지도.







나름 특급 호텔인데, 잠만 자고 가는게 너무 아쉬워서 시간을 내서 호텔을 거닐어 보기로 했다.
낮에 걷혔던 안개가 저녁이 되니 다시 자욱하다. 해변에 위치해서 항시 이런 것인지, 이 무렵이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때인것인지.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안개 때문에 항공기가 결항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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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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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아침. 

 아침으로 먹으려던 샌드위치는 집에 두고 나와버리고, 
 손톱깍기 만한 작은 주머니칼 덕분에 검색대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등의 소란을 피워가며 제주도에 도착했다.
 이른 장마와 남부지방 폭우 예고에 걱정했건만, 다행히 맑은 날씨.
 다만, 황금빛 물결을 예상했던 보리밭에는 이미 추수가 끝나 누런 밑둥만 남아있었다.



 
제주도가 시골인지라 뻔질나게 드나들었건만, 고기국수가 유명하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삼대국수집에서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아침으로.
특별난 맛은 아닌데, 면이 꽤 독특하다. 쫄면과 우동면의 중간쯤이랄까. 적당히 차진 느낌이 입안에서 재미있다.




 이번 여행의 내 주요 목표중 하나. 비오토피아에서 이타미 준의 건물들을 보는 것.
일반에 공개되는 곳을 아니라서 걱정했는데, 입구에서 사바사바 한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
sk에서 인수하면서 리조트 사업도 구상중이라니 좀 지나면 일반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 미술관. 특별히 미술 품이 있거나 한 곳은 아니고, 물 그 자체를 작품으로 한 장소.
겉으로는 물 저장탱크 정도로 보이는 조그만 공간이지만, 꺽어진 입구를 지나 들어서면 외부와 단절된 '물'의 공간이 드러난다.
정확히는 '물'의 소리가 지배하는 공간. 배수구로 천천히 떨어지는 물의 쪼로로 소리가 사각형 공간의 네 귀(퉁이)를 스피커 삼아
상하좌우에서 울려나오는데, 마치 머리 위에서 물이 흐르는듯한 착각이 일게 한다.
....한데, 물을 흐르게 하는 펌프의 모터소리도 함께 들리는게 다소 아쉽긴했다.



 




비오토피아는 좀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빌라촌, 별장촌쯤 된다. 평당 분양가가 1500으로 제주도 최고가라고...
재일교포 사업가 김흥수씨가 조성했다가 최근에 sk가 인수했다.
핀크스라는 이름의 단지안에 골프장, 포도호텔(호텔 이름이 포도), 비오토피아 등이 구성되어 있고,
핀크스 골프장은 세계100대 골프장에 속해있는 국내 유일 골프장이란다.
돌아단니다보니, 직원들이 잔디도 깍고 나무도 자르고 정원도 봐주고 계속 관리는 하던데...
단지내의 무성한 수풀들은 자연주의(?) 컨셉인 것인지, 제주도의 무성한 식생탓인지 알쏭달쏭하다.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바람 미술관에 닿았다.
가을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때이면, 나무틈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며 높고, 가는 소리들을 내며 스쳐지나갈 터인데,
오늘은 바람이 가라앉은지라, 바람의 정취를 느끼기엔 다소 무리였다.



 




 그리고 돌 미술관.
 코르텐 강판으로 벌겋게 녹이 슨 건물에 들어서면 천정과 측면의 조그만 채광창이 밝히는 어두운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를 기다려 주위를 둘러보면, 매끈한 대리석의 바닥과 벽을 발견할 수 있다. 천장의 동그란 채광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매끈한 대리석 표면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주변을 밝힌다.
 남쪽으로 난 창으로는 손과 산을 형상화한 조각작품이 보이는데, 맑은 날이면 산방산과 겹쳐 보인다고 한다.
 건물 뒤를 통과해 두손 미술관으로 향하다보면, 돌미술관 밑으로 난 창과 돌, 반대쪽 창, 그리고 조각품이 일직선상에 놓이는데,
 이 또한 관람자의 시선을 고려한 건축가의 의도인듯하다.







 

 



 

 두손 미술관. 소녀의 두 손을 모은 모습이라는데..음..
 현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관리를 맡아 운영하고 있고 황규태 작가의 <인생은 즐거워>展이 열리고 있었다.
 







소화전도 신경써 주시는 센스.




언제 다시 들를까 싶어 단지 내에 조성된 생태 공원도 한바퀴.




나오면서 입구의 방주교회. 역시 이타미 준의 작업이고, 방주를 형상화한 모습이란다.
입주자 중 한 사람인 어느 사장님의 의뢰를 받아 만들었다는데, 기도드릴 곳이 없으면, 혹은 멀어 가기 힘들면, 우리 집 옆에 우지끈 뚝딱
만들어 버리는 저 높은 곳의 세상. 암튼 이타미 준은 좋았겠다. 원하는 대로 다 펼쳐보일 수 있었으니.




무인 까페 오월의 꽃. 마음대로 마시고, 금액 역시 마음대로 지불하면 된다.
주인장이 뜻이 있어 낙향 하며 만든 곳이라는데, 저녁시간엔 주인장의 작은 콘서트도 볼 수 있다고.
주인장이 하나하나 손대어 만든 듯한 하얀 건물의 외관과, 결코 고급스럽진 않지만, 나름 앤틱풍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녹차 두잔과 과자 조금 집어 먹고 기분이다~ 하며 만원을 넣고 왔는데,
돌아오며 조금 과하게 넣었나, 살짝 후회가 되기도.
(왜냐면 잠시 후에 들른 오설록에서 아이스크림+롤케익이 \9,000이라서....)





오설록 녹차다원. 동양에서 손에 꼽는 규모라던데.. 지금까지 보성 녹차밭이 가장 큰 줄 알고 있던 내게는 다소 의외였던 사실.



 




 

숙소인 해비치 호텔. 추첨제로 운영되는 회사 휴양소인데, 다행히 당첨!
제주도에서 손에 꼽는 호텔 중 하나인데,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거의 잠만 자게 되어서 좀 아쉽게 되었다.
뷰도 바다쪽 전망이 보이는 좋은 위치. 아이리스 마지막편쯤 나와서 더 유명세를 탄다지 아마..








저녀식사는 근처의 한아름 식당에서 두루치기.
원래 유명한 식당은 아니었는데, 올레길을 지나던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근근히 알려진 로컬식당이다.
분위기 역시 전형적인 동네 식당. 우리가 밥을 먹는 그때에도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가족들과 친척들 한팀이
형님, 동생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식사 중이었다.


 


제주도 여행 첫날은 여기까지.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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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가게 되면 십중팔구 찍게 되는 사진들..
사진과 별개로 우리는 참 잘 놀았다는게 아이러니.

-어디에서나 동물들을 사라지고 있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자신들 스스로의 소멸에 대한 살아 있는 경계표가 되고 있다.
(중략)...동물원은 어쩔 수 없이 실망시키는 것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동물원의 공적인 존재 목적은 관람객들에게 동물을 구경하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원에 처음 들어선 사람이 그곳에서 동물다운 동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란 어디에도 없다. 고작해야 깜빡이며 스치듯 외면해 버리는 동물들의 시선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그것들은 곁눈질로 쳐다본다. 그것들은 맹목적으로 먼 허공을 바라본다. 그 어떤 것도 그것들의 주의에서 더 이상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뭔가와 만나는 것에 면역이 되어 있는 것이다.-
존 버거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 中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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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인화사이트에서 하는 포토북 이벤트에 응모한다고
신혼여행 사진 정리도 겸사.. 근 일주일간 포토북 편집에 매달렸다.

상품은 똑딱이 디카, 메모리 카드 등등.. 소소한 물건들..

썩 좋지 않은 인화사이트 자체 프로그램으로 포토북을 편집하느라 들어간
공력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지경...

문득 내가 왜 이렇게 매달리고 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경품 그 자체보다도 게임에서 이기겠다는 승부욕,
그리고 남들보다 낫다고 각하는 편집실력의 과시 때문에 매달리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정작 이벤트 당락 여부는 포토북의 편집 퀄리티와 상관없이,
추천수로 이루어지는 까닭에..오늘 주변분들을 좀 귀찮게 해드렸다.

마감 직전에 거의 15표 차이로 3등이었는데...

눈을 의심케 하는 추천수의 증가(!어떻게 된 일인지는 지금도 미스테리)로

결국 1등에 당첨......   좋기도 하고..또 뭔가 맥이 빠지기도 하고...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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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기전 걸어서 펜션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고사포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8시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각인데도,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어제 저녁 밥상보다 찬이 좀 늘었다.
냐궁표 북어국과 두부과자 토핑의 웰빙 토마토카레--v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적벽강, 채석강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서.




적벽강. 멀리 보이는 절벽이 엎드린 사자의 옆모습이라는데..흠.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를 내놓았다.
다소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편이라.. 자전거로 운행하기가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해안도로 조성을 신경쓴 티가 나서 꽤 감탄하고 있었는데,
해안도로를 쭉 따라가다보니, 최근에 리뉴얼한 대명리조트/호텔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특별히 피서철도 아닌데도, 주차장에 차들이 넘쳐나고 있더랬다.
하기사, 숙소 알아볼때 살펴봤더니, 이미 6월 말까지 주말은 예약이 꽉 차 있었으니...


변산반도의 자랑, 직소폭포를 오르는 길.
탐방소에서 2.2km라는데, 대략 1km정도는 길을 잘 닦아 놓은 구간이고,
나머지 1km정도가 살짝 등산코스.





직소폭포 자체보다 더 좋았던 곳 .직소보.
산길을 올라 모퉁이를 돌면 눈앞에 너른 호수가 펼쳐지는데,
물가를 따라 걷노라면 사뭇 이국적인(로키 산맥 등의..? 가본적은 없지만.-.-)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직소 폭포. 여기서 4km남짓 더 가면 내소사로 이어진다.
직소폭포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대금을 불었다.
산속에서 대금 소리가 그렇게 멀리까지 들리는 줄은 처음 알았다.
모퉁이를 돌아서 돌아서 한참을 내려올때까지 대금 소리는 청아하게 귓가를 스쳐 지났다.



차를 몰아 산 반대쪽으로, 내소사를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은 꽃을 볼 수 있던 곳. 산수유, 매화, 목련, 벚꽃까지.
그래서인지 사람이 꽤나 많았다.




지나는 커플의 도움을 받아 둘이서 한장 :)
물론 우리도 그 커플을 찍어주고.


돌아오는 길엔 새만금 방조제를 들렀다.
어느 분 덕분에 토목공사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인지라,
보이는 풍경에 감탄을 해야 할지 걱정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자갈을 토하고 엎어진 작은 배.... 왠지 새만금 사업의 불길한 운명을 예고하는지도-.-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공주 <예가>에 들러 먹은 석갈비 정식
어차피 막히는 길 천천히 가자는 심산이었는데, 공주에서 서울까지 자그마치 4시간이나 걸렸다.
집에 도착하는 12시가 다 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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