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의 Shoeaholic "Dream Girls"
20090104-20090123
갤러리 토포하우스



 네오룩에서 현재 진행중인 전시를 뒤적거리다 눈에 확 들어온 '하이힐' 그림들.
여성성, 소비, 욕망 등의 선정적인(?) 키워드를 달고 있으니, 냐궁이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기에,
필름도 현상 맡길 겸, 갤러리도 돌아볼 겸 잠시 인사동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100호, 혹은 그 이상의 커다란 캔버스에 가득찬 하이힐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니쉬등의 처리 없이 붓질과 매트한 느낌, 색상 조합만으로 하이힐의 반짝이는 느낌을 낸 것을 보면,
작가의 필력이 범상치 않음은 느껴지는데...(표면이 무척 균일해서 처음엔 에어브러쉬로 작업한게 아닐까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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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스테이트 먼트와 그림을 번갈아 보며 스테이트먼트에서 강조한 '여성성'과 '욕망'에 대해 느껴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남자인 내게 '하이힐'을 보고 어떤 성정 상징이나 욕망을 느끼기는 무리인듯 했다.
아마 여성이라면 최소한 '가지고 싶다'정도는 느끼지 않았을까..


작업을 주욱 둘러보며 느낀 것은, 작가의 전략적인 모습이 무척 돋보이는 작업이라는 것.
스테이트먼트에 밝히고 있듯, 순수 예술과 광고 사이의 줄타기를 시도함으로써,
어설프게 순수 혹은 상업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뒀고,
'하이힐'이라는 (아마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소재를 등장시킴으로서,
(혹은 남자라면 백화점에서 가격표를 보고 신발이 뭐이리 비싼가 하고 한번쯤 당황했을만한..)
관객 혹은 사회로의 열려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림의 장르가 '오브제'로서 누군가의 집에 부담없이 걸만한 내용과 형식을 취하고 있고,
 실제로 금강제화의 후원을 받아 몇몇 작품들은 핸드백에 프린트되어 각 매장에 홍보될 예정이라니,
 작가의 기민한 전략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다만 이왕 금강제화가 아닌 구찌라든가의 좀 더 고급
 브랜드였다면, '소유욕'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보는 이를 자극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듯 순수와 상업 사이에서 양자를 모두 취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음에도,
개인적으로 보다 상업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까닭은,
작가가 '하이힐'로 드러내고자 하는 '여성성', '욕망', '소비'의 현상들이
그것들이 '왜?', '누구에 의해서?'라는 질문에는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굳이 '상업성'이나 줄타기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예술가도 먹고 살아야지. 땅파서 돈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결국 현대 예술과 자본의 굴레에서는,
 균형잡힌 줄타기라는 것은 명성과 부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중요한 수단이니 말이다.
다만, 이 '드림걸스'의 줄타기는 다소 소심해 보인다. 다음 작업에서는 후원사를 당혹스럽게 하더라도
좀 더 과감한 줄타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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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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