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부터, 바로 지난 10월 10일까지, 회사에서 아이디어 공모전이 있었다.

예선을 거쳐 실물을 만들고, 시연 준비 등을 하느라 한달여를 추석연휴도 반납하고, 주말에도 작업하면서 정신없이 보냈다.

사실 시작부터 결과까지 무척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는데,

되면 좋고 안되면 말지 식으로 응모해서 본선(11팀)까지 진출한 것 부터 하위권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최종 2위에 입상한 것 등이 그렇다.

내 아이디어가 주축이 되다보니 본의 아니게 조장이 되어 팀원들을 리드하는 입장에 있었는데, 여러가지로 참 배운 것도 많고, 생각해볼 것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 또 기억이 희미해질까 해서 더 늦기 전에 여기에 적어보려고 한다.

 

1. 동상이몽.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 혹은 관심의 정도가 모두 같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의 경우는 내 아이디어가 주축이 되고 조장까지 맡다보니 솔직히 이야기 하면 회사 업무를 제쳐두고 이 일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원들의 경우에는 회사일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입장.

 나 역시 그것을 알기 때문에 뭐라 타박할 수는 없고, 일은 진행이 되어야겠고,  프로젝트 진행 내내 거의 앓느니 죽지하는 심정이었다.

 

2. 연공서열

 사실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모인 팀이었기 때문에 드러나는 수직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일을 진행하면서 확실히 '나이'라는 수직적인 관계가 작용함을 여실히 느꼈다.

 인원구성을 나이로 따지면 내가 두번째로 많았고, 내 위로 한 명, 내 아래로 다섯 명이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조원들은 앞서 기술한 이유로 각자 참여도와 열정의 우선순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나의 요청에 비교적 수월하게 움직여준 반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 명의 경우는, 사실상 컨트롤이 불가능 했다.

 사실 나이로 찍어누르는 것에 대해서 매우 싫어하는 편인데 (그래서 난 모든 팀원들에게 경어체를 쓴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이에 의한 수직적 관계가 형성됨을 느꼈다.

 

3. 참자.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내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 이유들 때문에 속으로 열불이 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단 한 번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아마 내 속내를 드러냈으면 이유가 어쨌건 간에 감정의 문제로 번졌을테고, 십중팔구 팀이 깨어졌으리라 생각한다.

 내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갔지만, 어쨌거나 프로젝트가 끝날때까지 참아낸 본인이 대견스럽다.--;

 

4. 믿자.

 초중반까지는 거의 3명 정도에 의해 일이 진행되었고, 마지막 시연 준비를 하면서 팀원 7명의 역량이 집중되었다.

 역량이 집중되면서 팀원 각각의 강점인 부분들이 드러났고, 각자 역할을 맡아 충실히 해준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중간중간 못미더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믿어준 덕에 일이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도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믿고 맡기고, 결과에 대해 충분히 감수해야만 한다.

 사공이 많을 때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을 아끼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굳이 내가 악역을 자처하지 않아도

 좌충우돌하며 일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5. 결과는 하늘에..

 준비 기간은 5개월, 순위가 결정되는 시연과 발표는 단 10분.

 우리 팀이 2위를 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고, 나 스스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우리보다 좀 더 역량을 집중했다고 생각되는 다른 팀들에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노력과, 성과/결과는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 법.

 아마 어느 날에는 나 역시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실력자는 너무나 많다.

 

 6.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

  아니다. 이번엔 운이 너무나 좋았다.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들이 결코 의도한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누굴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일을 위해서 공과를 살펴봐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매일 죽는 소리를 하면서도 일에 대한 것들이 전혀 개선이 안되는 것이 아마도

  "결과가 좋으니 과정도 좋았다"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   결과와 과정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다음번에도 이렇게 속을 까맣게 태워가면서 일을 진행하라면 당장에 집어치우고 말 거다.

 

 

 

 

 

뉴스에도 났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119&aid=0001991050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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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워녕 2013.11.22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오랜만에 들어와 봤더니 재밌는 아이템인데요?^^
    보면서 깔깔 웃었다는.ㅋㅋㅋ
    아이디어 짱 좋네요.ㅎ 실용화만 되면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을것 같아요.
    근데 화면에 나온 분 중 낑낑거리는 분 제가 아는분인가요? 되게 익숙한 얼굴인데...;;;
    오라버니처럼 기계 잘다루는 분들 보면 완존 부럽다는....ㅋ

    아..근데 컴퓨터 어릴때부터 하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첫째가 1학년이고 방과후 컴퓨터 수업이 있는데, 자꾸만 하고 싶어하더라구요. 나중에 하라고 미루고 있는데,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 조금씩 배우고, 뭐, 노는거겠죠. 게임도 시켜주고, 타이핑도 하고...근데 과연 어릴때부터 하는게 좋은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아서요. 그렇다고 컴퓨터를 세부적으로 알려주는것 같지는 않고, 프로그램 익히는 정도랄까?
    고학년되도 금방 할 수 있을것 같은데, 오라버니의 생각은 어떠세요?
    아들들에게 필요한 좋은 교육이 어떤건지 정말 고민되네요.

    글구 컴그라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ㅎ
    오라버니야 가끔 이렇게 사진도 올리고 계시니 대충 감이 잡히지만^^

    • 냐궁 2013.11.26 1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동규가 벌써 1학년!? 세월 정말 빠르고나!
      어차피 컴퓨터는 도구라서 잘 다룰 수 있게 된다라고 하면, 나쁠 건 없는데.. 또 역시 도구이기 때문에 필요할때 익히면 되는 문제이기도 해서... 역시 고민스럽지.

      아무래도 요새 이슈인 게임중독이라던가, 인터넷 중독이 문제겠지? 나도 4학년때던가..주말에 게임 시켜주는 것 때문에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도 했었고..--;

      워드나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을 익히고, 스스로 무언가 만들어서 결과물을 보는 것도 교육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고..( 요새는 그런걸 이용한 발표수업도 많다하니..) 한데, 만약 우리애한테 시켜야 한다고 하면, 그리고 그 시간에 다른걸 할 수 있는 기회비용의 문제라고 하면, 난 아마 몸으로 하는 다른 것을 선택할 것 같음..^^ (컴퓨터 정도는 필요하면 내가 가르쳐 주면 되지..라는 자신감도 있고..)

  2. 워녕 2013.11.26 2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생각과 비슷하시네요.ㅎ키워보니 남자라는 성별 무시 못하겠어요. 인형의 집을 폭풍우가 쳐서 쓰러뜨리고 노는걸보며 엄청난 차이를 느꼈다는;;;^^;

  3. 동생 2014.01.17 1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오빠 대단하오... 글도 참 잘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