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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5 헝거 (Hunger, 2008)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 극장, 종로 극장가의 몰락, 멀티플렉스의 번성과 함께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서울시에서 인수하여 서울아트시네마, 실버상영관으로 운영하고 있나보다. 벌써 9주년이라 하여 기념 영화제가 열렸다.
어렵사리 구해놓기는 했으나, 도저히 리스닝이 되지 않아 보지 못하고 있던 스티브 맥퀸의 <Hunger>를 상영한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영화는 IRA의 일원인 보비 샌즈의 옥중 단식 투쟁을 다루고 있는데, 
 배경음악까지 자제해가며 펼치는 긴 호흡의 영상,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만큼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반드시 객관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건조하고, 중립적인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화면 하나하나, 그리고 음향까지도 대단히 함축적인 의미와
상징들을 보여주는데, 메마른 분위기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며 관객에게 강렬한 느낌을 던져준다.

 표면적으론 IRA-북아일랜드와 영국의 정치적인 갈등과, 투쟁을 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남자의 '신념'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자그마치 30분에 가까운 대화신으로 담아낸
주인공과 목사의 대화에서 그 의도를 드러낸다. 신념, 투쟁, 그리고 죽음의 선택의 문제는, 결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신념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비 샌즈는 대화중에  자신의 선택을 확신하게 된다.

 이후 영화는 분위기를 바꾸어 다소 (앞서에 비하면) 서정적으로  단식투쟁과 주인공의 내면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긴 단식으로 살과, 근육과, 신체의 기관들이 사그라들기 시작하고, 청력을 잃어 친구의 대화가 '웅웅'대는 소리로
들리게 되는 그 순간은, 이미 주인공의 투쟁이 외적 요인에 대한 것들을 넘어 내적인 투쟁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묵묵히 주인공의 투쟁을 바라보는 가족들과, 그런 가족들을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주인공.
과연 그는 그 순간에 자신의 신념과 투쟁, 죽음의 선택에 대해 어떠한 고뇌를 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러한 신념에 대한 믿음으로 일말의 고뇌조차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흘러내린 한줄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희열, 안도, 후회..아니면 이 모두였을까.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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