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일요일도 역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울사진축제 워크샵과 함께!
 
 오전강의는 윤우학 선생님의 <미술의 역사적 저변과 사상을 통해 살펴보는 현대미술>.
 '사상'이란 무엇일까? '현대'란 무엇일까?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서,
 고대/중세/근대를 관통하는 철학 사상과 미술의 변화를 살펴보는 강의였다.
 자연철학을 넘어 인간에 대한 주체적인 의문을 제시하고, 개념화를 주창한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를 넘어 영원성에 전착하여 이데아를 외친 플라톤,
 스승 플라톤을 넘어 이미 질료안에 이데아가 들어있음을 이야기 한 아리스토텔레스,
 유일한 일자에서 흘러넘쳐, 정신->혼->자연->물질로의 유출설을 주장한 플로티노스
 에수그리스도의 '믿음'을 거쳐..(요 대목에서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가 나와야 할 것 같았지만!)
 나+나를 외친 데카르트의 근대.....그리고 진선미의 칸트..현대.

 언제나 온몸을 던지시는 윤선생님의 강의에 정해진 시간이 30분이나 지났음에도, 모두들 즐겁고 진지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늦어진 강의로 후다닥 점심을 먹고 이어진 오후 강의는 민병직 선생님의 <사진을 넘어서>.
 민병직 선생님은 굉장히 말이 빠르셨는데, 살짝 딴생각을 하고 있자면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강의에 정신차리고 듣느라 진땀을^^;
 디지탈 이미지로 인해 가짜, 혹은 원본없는 카피가 진짜, 혹은 원본을 압도하는 오늘의 세계.
 시뮬라크르, 가상(virtual)과 실제(reality), 플라톤의 이데아의 닮음과 유사함에서, 푸코의 유사성과 상사성(차이가 중요)에  이르기까지.
 과거 미술이 재현을 넘어섰듯, 오늘날 사진도 재현을 넘어서고 있다는 이야기.
 큰 맥락으로 보자면, 지난번 최봉림 선생님의 강의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일듯 하다.
 다만 상당히 복합적인 맥락에서 파악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에 있지 않은, 혹은 현실과 닮을 필요가 없는' 디지털 이미지들이
 사실은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이미지를 위해 오늘도 무한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것. 이는 피에르 레비의 
 "가상은 실제의 잠재태"라던가, 보들리야르의 '보부르효과'등으로 파악될 수 있을 듯 한데..잘 모르겠다^^;
 다만, 이 '가상'의 문제에 대해서-아마 영화 매트릭스가 정점이 아니었을까?-정보의 차원으로 화제를 바꾸면
 너무도 많은 담론이 있어온 까닭에, 더이상 디지털 이미지의 가상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그자리에서 물어볼걸...왜 이제 생각이 나는거지!?)

 강의 내용으로 얻어지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선생님들이 던져주신 화두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한번씩 해본다는 것도
 이런 워크샵이 주는 깨알같은 재미가 아닐까...^^

 다음주에는
 강수미 선생님의 <발터 벤야민의 미학에서의 기술과 예술>
 이영준 선생님의 <왜 설계도는 있어도 설계사진은 없을까> 가 이어진다...
 근데..다음주는 친구 결혼식이라 못듣는다..ㅠ_ㅠ 아..이영준 선생님 팬인데..ㅠ_ㅠ
 
Posted by 냐궁
,

 

City_net Asia 2009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

20090930-20091122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2-3F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 City_net Asia 2009>展은 아시아 현대 미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아시아 미술의 미래와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 봄으로써, 현대 미술에서 아시아 미술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격년제 현대미술 프로젝트이다."

    전시 소개 글 중에서..

 

서울 시립미술관, 이스탄불 현대미술관, 동경 모리미술관, 복경 금일미술관이 각각

양날의 검, 새로운 대륙 이스탄불, 오프 센터, 퇴적작용이라는 타이틀로 섹션을 나누어

도시별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김종구, 최수앙, 이명호 등 유명세를 탄 작가들이 대거 출품하였는데,

각각의 작업이 지나치게 구획이 나누어져 있는 탓에, 너른 공간에 작품이 흩어져있는

느낌을 주는 데다, 과연 이 작업들이 기획의도에 적힌 대로 "한국 현대사회에 자리하는 정치,

문화적 이슈들을 날카롭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들었다.

 

이를테면 이병호는 이전 작업들로 볼때 직접적인 시대 현실을 주제로 한다기 보다는

물질의 변화, 혹은 순환을 통해 삶을 고찰한다는 측면이 강하고,

최수앙의 경우도 구체적인 시대 상황보다는 다소 개괄적인 측면에서 사회로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명호의 경우는 가장 생뚱 맞은데, 애초에 미학적인 관점에서 시작된 작업인 까닭에,

어떻게 해도 한국현대사회의 이슈들과는 관련을 짓기가 어려워보인다.

 

백번 양보를 해서, 한국의 현대사회라는 것이 이젠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있으며,

과거의 치열했던 외적인 이슈들은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사실 절대 인정할 수 없지만!)

이제는 개인화된 내적 이슈 혹은 보편적인 문제들이 예술작품의 주제로서 드러나고 있다는 전제하에

작업이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작업들이 그런 문제의식을 관객에게 전달하기에

충분한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창원의 녹차 그림에서, 김종구의 철가루 그림에서

관객은 대체 어떤 문제의식을 떠올릴 수 있을까?)

 

결국 서울시립미술관측에서 내놓은 작업들은 한국현대사회의 이슈들을 다룬다기보다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질적인(유명세!?)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서울 섹션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정윤석의 설치 작업

<Video Kill the Radio Star>에서 그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게다가 코미디프로 라디오 스타때문에 더더욱)

익숙한 음악 Video Kill the Raido Star의 뮤직비디오인 정윤석의 작업은,

미국을 상징하는 만화 캐릭터들, 코카콜라 상표, 미국 영화의 전형적인 이미지들,

레이건 대통령의 사진, 베트남전, 냉전시대의 사진 등을 교차시켜 보여주는데,

중간에 잠깐씩 흘러가는 88올림픽 마스게임 영상들이 있긴 하지만,

내용에서나, 형식면에서나 전세계 누가 보아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전형이라 할만 하다.

 

쉬넬 오즈멘&amp;엘칸 오즈겐 &lt;테이트 모던으로 가는 길&gt;

할레 텐걀 &lt;횡단면&gt;

 

한편 이스탄불 섹션이 오히려 서울의 주제인 시대정신에 부합할만한 작업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일단 절반정도의 작업들이 영상물인데다가, 섹션 어디서나 보이도록 크게 전시된 쟈난 세놀의

<마침내 당신이 내안에...>라는 설치 덕분에 비엔날레같은 분위기마저 들게했다.

 

쉐넬 오즈멘&엘칸 오즈겐의 <테이트모던으로 가는 길>은 돈키호테를 패러디한 영상으로,

터키의 현대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고, 귤슨 카라무스타파의 <내면으로부터의 인식>은

어린시절의 가정 안에서의 기억과, 집 밖, 광장에서의 사건의 영상들을 재구성하고

교차시키면서, 개인에 비춰진 역사적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할레 텐걀의 <횡단면>은 이스탄불에서의 삶을 독백하는 영상인데, 화자의 가족이

이스탄불에 이주해오게된 역사, 그리고 과거 오스만 시대에 이스탄불의 이주 역사,

그리고 오늘날 이스탄불에 모여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스탄불의 시작에서

오늘까지를 관통하는 '어떤 것'을 건드리고 있었다.

 

비록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현실과 역사,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지만,

비 서구권에서라면 어느곳이든 상당부분 공유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이 곳 서울의 관람객인 내게 있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앞서 서울 섹션의 주제의식과 작품 선정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타카히로 이와사키&lt;혼돈으로부터벗어나&gt;

타카히로 이와사키&lt;혼돈으로부터벗어나&gt;

 

도쿄 섹션은 브로셔에 소개된 대로, 확산, 증식, 축적 등의 방식의 작업들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일본작가들의 작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찌보면 정형화 되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만큼

일본적인 시각요소-판화(우키요에)적인 평면성, 장식성, 그리고 오늘날의 망가(만화)까지-를

꾸준히 현대미술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로서는 부러운 부분이 아닐수 없다.

 

 

중국, 베이징은 큼직큼직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었는데, 사진작업, 혹은 사진의 모사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전검열이 여전히 존재하는 나라로서,

대외에 공개되는 중국의 미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크기 때문에,

솔직히 베이징 섹션에 큰 관심을 갖고 보지는 않았다.

(아리랑 꽃씨展 글 참조)

 

 

아시아를 주제로 한 교류전의 성격을 띈 만큼, 각 지역의 특수성을 살펴보고, 또 그 안에서 아시아라는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전시의 기획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스탄불 섹션은 4개의 섹션 중 가장 빛을 발했다고 본다.

 또 같은 맥락에서, 서울 측은 지나치게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함으로서, 보여지는 측면의

 화려함은 이루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Posted by 냐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