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킨들이 생긴 거, 국내에 번역되지 않는 SF소설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영어 책 읽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왕이면 휴고상이나 네뷸러 상을 받은

작품 위주로 알아보았다.

 

사실 <삼체>를 읽고 싶었지만, 국내 번역본이 있는 책들은 제외.

 

2022년 비교적 최근 휴고상을 수상한 Adrian Tchaikovsky의 Children of Time을 선택했다.

 

본 책으로 시작해서 Children of Ruin, Children of Memory 총 3권의 시리즈가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다음 책들을 읽고 싶은 생각이 딱히 들지는 않았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면, 광속에 가까운 우주 여행과 테라포밍이 가능해진

근 미래. Avrana kern 박사는 지구에서 수광년 떨어진 행성을 테라포밍하고

원숭이를 거주시켜 지적 생명체로 진화시키는 실험을 계획한다. 이는 언젠가

본격적으로 우주 식민지를 개척할때 해당 행성에 인류가 살 수 있는 기반시설을

다지고, 인류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것.

 하지만 과학기술에 반대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사보타주로 kern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인류는 대 전쟁을 겪어 쇠퇴한다. Kern박사는 구조를기다리며 동면에 들어가고,

Kern박사의 테라포밍 시스템의 일부는  살아남아 해당 행성의 거미를 지적 생명체로 진화시킨다.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된 지구에서는 방주선(Ark ship)이 출발하여 과거 조상들이

테라포밍을 기획했던 행성들로 이주 여행을 떠난다.

 지적 생명체로 발달하는 거미들의 과정과 이주 여행을 하며 야만화되어가는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두 문명의 충돌이 본 소설의 주된 내용.

 

 우선 거미가 주인공이다보니, 주인공들에 감정이입이 영 쉽지 않은 것이,

나는 여전히 내 종족을 벗어나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립적으로 둘을 

동등한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머릿속을 환기시킴에도 불구하고, 

둘의 갈등이 빚어질 때면, 어느새 인류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작가의 의도는 분명 거미의 승리에 있음을 너무도 잘 알면서도, 

어쩔수 없는 종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가 꽤 불편하게 다가왔다.

 

다음 편은 문어가 주인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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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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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Sci-fi 채널에서 시작해서 2022년 아마존에서 막을 내린 <The Expanse>

 SF 드라마들이 흥행이 쉽지 않은지 팬덤층이 제법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설책의 내용을 모두 담지 못하고 많은 여운을 남기며 시즌 5로 종료되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이후 진지한 분위기의 SF물로서는 드물게 수작이었던 터라

드라마에 담지 못한 원작의 분위기도 궁금하고, 뒷 이야기도 궁금해서 

영어원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20년 중반에 1권을 시작해서 2024년 2월에 마지막 9권을 다 읽었다.

권당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도 분량이고, 영어책 읽기가 수월치 않은점..

그리고 중간중간 못읽는 때도 많아서, 생각보다는 오래 걸렸다.

 

전반적인 설정은 꽤 사실적인 하드 SF이면서 주인공들은 먼치킨급으로 활약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인데, 전반적인 서사에서 그 균형점을 잘 잡은 것 같다.

6권부터 올드스쿨이 된 주요 등장인물들을 한명 두명씩 보내며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

 

원시분자와 게이트를 파괴하려는 어둠의 힘(!)의 관계에 대해서는 끝까지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아서, 우주적스케일의 사건들이 마법/환타지 같은 느낌도 있지만,

어차피 당시의 인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어설픈 설명보다는 인류의 지적 수준으로는 이해 불가한 것으로

두는 것도 괜찮은 설정이었던 것 같다.

 

 Hive 마인드를 외계 생명체 라던가, 같은 원리로 사람들의 의식을 모아서-전체주의의-

게이트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항한다는 설정..그리고 그것을 거부하는 제임스 홀든의

'자기애'적 선택은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부분이긴 한 것 같다..

(그것과 별개로 인간의 인지..의 힘을 과대평가한 것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너가 보았기 때문에 죽었다 라는식의 오류와 가깝긴 하다)

 

 

주의 아래는 강스포...!

더보기

그나저나 영생을 얻은 에이모스가 승자....

 

나의 인도에서의 4년을 채워준 익스팬스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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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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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트릭트9> 이라는 신선한(?) 작품 덕에, 브루스윌리스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관심밖으로 밀려난 <써로게이트>. 금요일 저녁 6시 30분 타임, 영통 메가박스에서 가장 큰 M관 상영중이었지만, 나를 포함 딱 2명이서 영화를 관람했다. 이렇게 극장을 전세 냈던 적은 5년전 <에일리언 2020, Pitch Black (빈 디젤이 본격적으로 액션 배우로 나선 영화)>을 조조로 4명이서 관람했던 이후로 가장 적은 숫자.

 

 

 영화는 인간에 의해 조종되긴 하지만, 인간을 대체할만큼 인간과 유사한 생김새를 가진 로봇, "써로게이트"-영어로는 대리, 대행자, 라는  뜻이다-가 실용화된 근 미래를 그리고 있다. 사람이 집에 누워서 기계를 뒤집어 쓰고 생각만 하면, 로봇이 실제 사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사람처럼 아프지도 않고, 외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혹은 원한다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적인 능력도 가능하니, 너도 나도 "써로게이트"로 자신을 대신할 "대리인"을 원할 것은 자명한 사실. 이로 해서 전 세계의 99%의 사람들이 "써로게이트"를 이용하고, 덕분에 범죄도, 차별도, 사고도 사라진 유토피아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방구석에서 기계를 뒤집어 쓰고 로봇 조종이나 하는 인간미 없는 세상을 유토피아라 할 수 있을까?"

 

 나를 대신하는 "가상의 나"에 대한 이야기는 <다크시티>, <엑시스턴즈>, <13층>, <너바나>...그리고 결정적으로 <매트릭스>까지 여러 영화에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면에서는 다소 진부한 것도 사실이지만, "써로게이트"들의 매끈한 고무피부, 약간 어색한 움직임, 써로게이트 충전소, 써로게이트들 사이를 맨몸으로 지날때의 현기증의 표현 등등 영화의 디테일은 진부한 소재를 넘어 눈을 즐겁게 해주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의 줄거리나, 주인공들의 행동보다도, 영화의 설정들에 대한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을 떠다녔는데, 큰 줄기는 "내가 원하는 나를 이루어줄 수 있는 <가상의 나>가 생긴다면, 정말 범죄도, 차별도 사라지는 멋진 사회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영화에서는 써로게이트들의 모니터링과 통제 등에 따른 인권침해를 보여주긴 하지만, 써로게이트 자체는 살과 살이 닿는 인간적인 측면-영화에서는 구체적으로 부부관계-의 약점을 제외하면 무척 긍정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영화에서와는 다른 "디스토피아"가 떠오르는데, 두어가지만 짚어보려한다.

 

1. 빈부의 격차, 그리고 차별은 써로게이트로 해서 심해질 것이다.

 써로게이트는 상품이다.(영화에서는 VSI라는 회사의 제품이다.) 즉, 부유한 사람은 비싸고 좋은 모델을 살터이고, 가난한 이들을 어쩌면 구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가격의 제품이 될 수도 있다. 혹은 구입하더라도, 비싸고 좋은 모델과 확실히 구별 될 것은 자명한 사실. 그리고 비싸고 좋은 능력의 써로게이트로 해서 처리하는 일의 양이나,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수준이 달라진다면, 저급 모델을 사용하는 가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점점 가난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사람을 판단하는 모든 척도는 "얼마나 좋은 써로게이트"를 가졌느냐가 될 것이다.

 

2. 범죄는 증가할 것이다.

 모든이들이 써로게이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살인은 줄어들지도 모르지만,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범죄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르고, 몽둥이로 내리쳐도, 부서지는 것은 상대방의 로봇일 뿐, 몇푼 물어주고 말자며, 상대방의 써로게이트를 파괴하는 행위가 빈번히 일어날 것이다. 또한, 오늘날 익명의 공간-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공격성을 볼 때, 써로게이트 뒤에서도 역시 유사한 공격적인 성향이 증가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

 

3. 강력한 감시와 통제 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영화에서도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써로게이트의 모든 영상과 기능을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다면, 그 감시와 통제는 오늘날의 CCTV니, 핸드폰감청이니 하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할 것이다. 아마 써로게이트로 보내지는 영상이나 소리를 컨트롤 해서 사용자에게 무의식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조차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적다보니 영화보다 개인적인 "썰"이 길었다. 이제는 컴퓨터, 핸드폰, 각종 모바일 기기등이 없는 삶을 하루도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불과 20-30년전에는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상이다. 어린시절 공상과학소설 속의 멋진 광경들을 보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흥분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된 오늘, 과연 나는 그것들로 인해서 행복한 것일까. 그리고 20년, 30년이지나, 써로게이트의 세상이 다가 왔을 때, 과연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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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01> SF라는 소리에 솔깃해서 네이버 평점을 보니 5점대... 뭔가 심각하구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SF니까..봤다. 감독 "마르크 카로"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델리카트슨 사람들>이 있다. 응? 두 영화는 장-피에르 주네 감독으로 알고 있는데..?

연출하시다가 독립하셨나? 한데, 찾아보니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델리카트슨 사람들> 모두

감독에 장-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의 이름이 공동으로 올라있다. 알아보니, 마르크 카로는

만화 및 애니메이터로 활동했었고, 영화에서는 주로 미적인 부분을 담당했고, 장-피에르 주네는

내러티브에 치중하는 분업체제로 공동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마르크 카로가 홀로 감독에 나섰을 때에는, 내러티브에서 뭔가 부족할 거라는

예상이 가능한데... 예상대로, 영화는 정말 재미가 없다..ㅡㅡ; 우주선이라는 제한된 공간(+아마도 예산부족

으로 스케일을 키울 수 없었으리라...)에서 분위기는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대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빈약한 이야기를 난해한 영상들로 채워넣다보니, 꾸벅꾸벅 졸기에 딱 알맞다. 게다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줄거리에서나, 후반부 영상에서나 대니보일 감독의 <선샤인>과 겹치는 이미지가 많다.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를 왜 굳이 블로그에까지 소개를 하느냐..하면...

사실, 보면서 10여년전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입학 후 컴퓨터 그래픽에 흥미를 갖고,

최고의 3D 영상을 만들어 보겠어 라던 때가 있었다. 당시는 3D 컴퓨터 그래픽이 일반화되지 않던 때라,

모니터 안에서 가상의 세계를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요새는 그래픽 영상들이 일반화 되면서 3D그래픽은 말 그대로 3D 업종으로 분류가 되는듯..)

이런 저런, 현실적인 벽을 구실삼은 이유들로 해서 3D 그래픽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 들었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1인 단편 영화를 완성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스토리를 짜놓았는데,

<단테01>을 보며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스토리를 떠올렸다.

 

 스토리의 이름은 <S.E.E.D>...Search for Earth...어쩌구의 약자였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실 당시 나우누리 SF동호회의 단편 소설 <십자호의 최후>나, 폴 앤더슨의 <타우제로>(책을 구해서

 보고 싶은데, 보지는 못했고, 우주선의 추진 원리등을 참조..)를 참조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스토리이다.

 

<단테01>을 보면서 십자형태의 우주선, 테라포밍, 빡빡머리 죄수, 살신성인(?)등 여러부분에서 이미지가

겹치고 있는데.....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우연이라기엔 비슷한 생각들을 해내고, 그리고 그것을

영상을 옮길 의지까지 닮았다는 점이 무척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나의 의지(?)가..마르크 카로의

그것만큼 대단하지 못하다는게 문제이지만..^^;

(위의 <단테01>의 이미지와  아래 동영상을 비교해보길..)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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