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파묵칼레, 울루데니즈로...

 

 매일 회사버스에서 새우잠을 청하는지라, 버스에서 자는 건 어느정도 익숙해져있다고 생각했는데, 긴장을 해서일지 거의 매시간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한데, 데니즐리를 약 1시간을 남겨두고서부터는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져버렸다. 차장한테 이야기 해서 길가에 세워달라고 할까말까를 수십번 고민하며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ㅠ_ㅠ 정말 그때는 졸음이고 피곤이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고, 오로지 빨리 도착해서 화장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새벽 5시 45분, 데니즐리에 도착했다! 바람과 같은 속도로 짐을 꺼내서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 세르비스 버스를 가장한 호객꾼이 머라머라 했지만, 들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화장실을 들러 나오니 호객꾼이 기다리고 있다가 말을 붙인다.

 

 "나 버스회사에서 나온 직원인데, 파묵칼레까지 저 세르비스를 타면 된다. 너 때문에 기다리고 있잖냐, 얼른 타라, 저거 안타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

 

 "세르비스 없는걸로 안다, 너 호텔이나, 여행사 직원이지?, 바른대로 말해라 어차피 호텔에서 쉴 생각 하고 있으니까..그리고 파묵칼레까지 7시에 첫차가 있으니까 1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너 한국 사람이냐? 나 한국도 다녀왔다. 봐라 저 버스에 한국 사람들도 탔다. 그리고 사정이 달라져서 3시간 기다려야 차를 파묵칼레가는 차를 탈 수 있다."

 

 "나 여기 처음 아니거든? 바른대로 말하라니깐?"

 

 밍군 체력도 걱정되고 해서 따라가서 호텔에 묶고 쉴까말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앞서 탔던 한국분 커플이 차에서 내린다.

 

 "한국 분들 내리는데? ^^"

 

 "내 참, 알아서 해라, 너네 안태워도 난 상관 없다. 왜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못믿냐?"

 

 밍군도 생각보다 버스에서 잘 잤다고 하고, 뻔히 보이는데 거짓말 하는 모냥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터미널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1시간 기다리기로 했다.

 

 

 5년전에 왔을 때도 그렇고, 유독 파묵칼레에서 여행관련되서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지난번 역시 호객꾼에 의해 호텔로 끌려(?) 갔었고, 1박 하지 않고, 오후에 셀축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오늘은 차편이 끝났다는 호텔 주인장의 말에 속아 1박을 해야 했었다. 물론, 다음날 가보니 차편은 매시간 꼬박꼬박 있었다.
 
 터미널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3.5T), 2:30분 출발 페티예행 버스표를 구입했다(1인 20TL). 아침식사 후 사람이 가득 찬 돌무쉬를 타고 파묵칼레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INFOMATION을 가장한 여행사에서 버스 티켓을 끊었냐고 말을 건낸다. 이미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고 하니 실망한 눈치--; 가는 길에 또 다른 여행사 직원을 만났는데.. 역시 버스 티켓을 끊었냐고 물어오곤, 이미 끊었다니 실망한 눈치로 돌아섰다..--; 이동네 왜이래 정말..;

 

 파묵칼레 매표소 조금 전에 아까 터미널에서 호객했던 놈들이 있다. 우리를 보더니

 

 "I Hate Korean, 걸어서 저기까지 갈려면 무지 멀다~!"

 

이러고 앉았는데, 그냥 뒤로 손을 흔들어 줬다.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I Like Turkey People" 이렇게 대답해 줄걸 하는 생각이 든다. "Except You!"를 붙여서.--+

 


입장권을 끊고, 신발을 벗고 하얀 석회층을 밟는다. 이야기를 들어 예상하고 있었지만, 온천수가 석회층을 내려오느라 식어서 물은 차갑다..ㅠ_ㅠ

 

 

 

오르다보니 아침 햇살에 물이 따뜻해진 곳도 있고, 온천수가 덜 식어 따뜻한 곳도 있다. 차다 따뜻하다를 반복하며 석회봉을 올랐다.

 

 


 

 

석회봉에 올라 따뜻한 온천수에 족욕도 하고, 발도장도 찍고, 한가로운 아침의 파묵칼레를 맞이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일본, 한국에서 온 단체 여행객들이 제법 모여 있었다.

 

 

 천천히 고대부터 온천도시로 번성했다던, 그러나 몇 번에 걸친 지진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는 히에라 폴리스 유적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때 번성했던 옛 도시 터에는 양귀비와 엉겅퀴, 들꽃들이 무성하기만 하다.
둘러보다보니, 아침에 터미널에서 호객꾼에 낚였던 분들이 모두 영어 가이드를 따라 가이드 투어 중이시다..--;

 

 

 

 해서 오르면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다. 확실히 아랫쪽이긴 한가보다. 천천히 걷는데도 슬슬 땀이 흐르고, 결국 외투를 벗어 팔에 걸쳤다. 석회봉을 걸어 내려갈까, 정문쪽으로 가서 택시를 탈까 하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결정. 파묵칼레 마을까지 30TL을 부르는데, 좀 비싼듯 했지만 관광지니까 그냥 OK. 내려가면서 계속 데니즐리까지 50TL에 해주겠다고 하는데, "아저씨 됐어요~"를 외치고 돌무쉬로 갈아탔다.


 
 터미널에서 간단히 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네브쉐히르에서 올때처럼 큰 버스이겠거니 했는데, 다소 작은 버스였다. 여기서 4시간 거리인 비교적 짧은(?) 이동이라서 작은 버스들이 다니나 싶었다.
 
 터키는 버스들이 좋다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막상 버스를 타고보니, 4시간 이동하기가 새벽의 10시간 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최악이었던 것은 앞, 뒤 좌석 공간. 터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작은 체구도 아니건만, 하필 또 배정받은 좌석이 그 버스에서도 가장 좁은 좌석이었다. 옆자리들은 나름 널럴해보이더만..왜 이런 좌석을..ㅠ-ㅠ

 

 

 게다가 차가 정말 힘이 없다. 터키가 은근히 고원인데다가, 데니즐리에서 페티예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제법 많았다. 고개도 몇백미터도 아니고, 1500, 1600m짜리 고개들..ㅡㅡ; 한데 차가 힘이 없으니, 악셀을 끝까지 밟아도 3-40km/h로 빌빌빌빌하며 올라가고, 기사분은 아예 그냥 턱 괴고 운전하신다. 급기야는 힘이 모자르자 에어컨을 끄고 승하차문을 모두 열고 달리는 상황이 발생--; (내가 사진찍으니까 흘끗 보시더니 다시 차 문을 닫아버렸다--;)

 


 

 내려줄 손님이나 화물이 있으면(여기도 고속버스 택배들을 제법 이용하는듯) 마을에 들르고, 차는 느리고..고개는 많고..이러다보니 4시간에 페티예까지 갈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저 앞에 산이 보이면, 저길 또 넘어야 하나 내가 다 걱정이 됐다--; 그리고 페티예는 분명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데, 이렇게 산만 보이니..대체 바다는 언제 나오는것인지....

 


 

 4시간 반 남짓 걸려 결국 페티예에 도착! 페티예에 도착해서도 도대체 바다는 보이질 않는다--; 대체 여기가 어디가 바닷가라는건지..;; 나중에 알았지만 이동네 지형이 상당히 독특(?)하다. 바닷가 주변으로 천미터가 넘는 산들이 솟아 있는 것.(내일 패러글라이딩 사진에서 알 수 있음)

 

 

 우리 숙소는 페티예에서 30분 정도 돌무쉬를 타고 가야 하는 울루데니즈의 리키아 월드 리조트.

 

돌무쉬를 탈까 어찌할까 역주변을 서성이고 있으니, 택시가 다가와서 울루데니즈까지 30TL을 부른다. 4시간 동안 좁은 좌석에서 부대끼며 진을 뺀 덕분에 두말 않고 택시에 탑승했다. 한데, 리키아 월드로 가자니 40TL을 부른다--; 다소 황당해서 깍아달라고 했더니 가보면 안단다--; 그러면서 묻는 말

 

"얼마나 있다가나요? 한주?"

 

"이틀요-.-"

 

 고개를 하나 넘고 울루데니즈 표시판이 보이고..울루데니즈도 보이고...헉..ㅡㅡ; 울루데니즈입구서부터 리키아 월드까지 택시로 10분남짓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와 밍군은 벙 쪄서..."망했다. 차없으면 나올 수도 없겠어..".

 

 게다가 입구에서의 철저한(?) 방문자 확인, 깔끔하게 차려입은 리조트 직원, 고급스러워보이는 시설들..ㅡㅡ;

 

 "아..이거 왠지 비싸보여..ㅠ_ㅠ" 

 

 체크인 하면서 직원이 묻는 말

 

"몇일 계실건가요? 한 주?"

 

 "..... 이틀요..--;"

 

아마도 이동네는 가족단위로 와서 한주 이상씩은 있다가는 동네인가보다..;;

 

 분위기에 완전히 주눅이 들어서 카메라는 꺼낼 생각도 못하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숙박료에 포함이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 따로 돈 받지 않을까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를 했다.  어제 새벽부터 쭈욱 이동하고, 피곤하고, 좁은 좌석에서 부대끼고, 고개 넘으면서 마음 졸이고..울루데니즈에서 호텔까지의 거리에 좌절하고, 호텔에 주눅들은 덕분에 씻고 침대에 엎어지자마자 그대로 골아떯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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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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