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참여, 사회 공헌, 환원, 등등...예술, 사진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적당한 표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의미의 경쟁>에 실린 논문 제목을 따올 수 밖에 없었다.
어떠한 미적 활동이든지 간에, 어느정도는 활동의 주체를 둘러싼 환경과 영향을 맺기 마련이지만, 사진은 찍히는 대상에 의존하는 측면이 큰 만큼, 더더욱 사회와의 관계맺음에 대해 민감하게 되는 것 같다.
지난 일요일 ASYAAF 2009 1부 행사를 둘러보면서, 재개발 및 노인을 소재로 한 사진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이 작업들이 개당 수십만원씩에 팔렸을 때, 저 재개발 지역의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노인들에게는 과연 어떠한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사실 이 질문은 나를 향하는 질문이었다. 재개발 지역을 소재로 '나이브'한 작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내게로 향한 질문이었다.
상왕십리 재개발 현장
나 스스로는 예술의 사회참여와 실천을 떠들고 있지만, 정작 내 작업은 누구나 기원해주는 따위의 나이브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나 개인을 넘어서는 어떠한 사회적인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다고 용산 참사 관련된 집회나 시위에 나설만큼 열정적으로 알아보고 행동하지도 않으면서.
각설하고, 그래서 이번 달력 제작이 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좋은 의미가 되지 않겠나 싶다. 위에 모인 <저명한>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공통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더불어 내가 조금이나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달력 두어개 구입하고서, <난 할만큼 했어>라며 스스로 뿌듯해하기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날카롭게 생각하고, 다듬고, 내가 실천할 수 있도록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할 일이다. 사실 이런 글을 적는 일 조차 빈수레가 요란한듯 해서 부끄럽기만 할 따름이다. 묵묵히, 나아갈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