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을 이기고자 발버둥치는

 가상의 미군 장성 글렌 맥마흔의 노력을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

 빵형 브래드피트의 연기 변신이 볼만하고, 

 현대전에서 단순한 병력간의 교전이나 작전 수행이 아니라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름 특별한 영화.

 

 (사실 글랜 맥마흔은 실제 아프간 해방전을

 이끌었던 스탠리 매크리스털을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과장된 글렌 맥마흔의 연기를 보면, 분명 블랙코미디가 맞기는 한데,

 또 주인공의 고뇌를 함께 그리고 있어서.. 이게 마냥 웃어야 할지 공감해야 할지

 피아식별이 확실하지 않아 영화적인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편.

 

 다만 이 영화를 두고 글을 좀 펼쳐볼까 하는 이유는,

 글렌 맥마흔 같은 리더가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글렌 맥마흔은 군인집안에서 태어나, 사관학교, 레인져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이라크전을 성공전으로 수행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장성임에도 매일 아침 십수키로를 뛰고,

 하루에 4시간 취침하고, 병사들과 같은 수준의 숙소에서 머물며, 자기 전에는 경영서를 읽는

 경력으로 보나, 자기 관리로 보나, 평판으로 보나 나무랄 것이 없고,

 이번 아프가니스탄만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다면 경력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을 앞두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이같은 리더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업무를 준비한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던(=너그들도 열심히 해라!) 부회장님도 있었고,

 매일 아침 6시 출근은 물론이고, 자기 개발을 위해 주말이면 도서관에서 살던 팀장님도 있었고,

 실무자들보다 더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실무를 꿰고 계시던 부사장님도 있었다.

 이들이 이룬 업적을 폄하하거나, 내가 그들보다 낫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왜 이들이 내 기억속에 "그리 좋지 못한 리더"로 남아있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왜 실패했는지,

 주인공 글렌 맥마흔은 그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는지, 이 영화는

 한 기자의 입을 빌어 이야기 한다.

 

 "장군님의 좋은사람이라는 건 알겠어요, 의도의 선량함을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의심하는건, (당신이 정말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자아 의식이 의심스럽다는거에요"

 

 "이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사람과 다른 점은, 현실을 외면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광기라고 부른다."

 

리더는 선지자나, 예언자가 아니다. 물론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엘런머스크처럼 비젼을 열어가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매우 한정적인(그리고 운과 재능이 겸비한) 경우일뿐이다.

극 중 맥마흔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한 자신의 야망을 이렇게 역설한다.

 

 "완벽한 군사력과 작전 능력만으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우리 이상(ideal)의 완벽한 힘과 능력으로만 승리할 수 있어"

 

 도대체 "이상(ideal)"이란 무엇인가? 정치인이 나서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외치면

 살기 좋은 나라가 만들어 지는가? 기업인이 나서서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외치면

 세계 1등 제품이 만들어 지는가? 자신의 역량(이것은 단순히 리더 개인이 얼마나 뛰어난가와는 다른 문제이다.)과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고 외치는 것은 그저 이룰수 없는 꿈이거나,

 단순히 구호성 외침으로 끝날 뿐인 것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리더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은 "의도의 선함"이 결과의 선함을 보장한다고 믿거나,

 혹은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비난을 피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목적하는 선함의 구현을 위한

 과정에서 수단의 정당성의 결여를 (흔히 "창조적인"이라는 미명하에)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글렌맥마흔은 병사 3만을 추가로 받아 이들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점령지역 사지로 몰아넣었고,

 결국에는 자신이 벌인 작전의 끝을보지도 못한채 쫓겨나야했다. (실제로는 본인이 이 전쟁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스캔들을 만들어 해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음.)

  

 우리 주변에도 흔히 현실인식이 결여된 허울 좋은 이상을 위해 구성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리더들을 본다.

 본인들이 성실하고 뛰어나기 때문에 구성원들도 모두 그러하리라 믿고 구성원들에게 자신처럼 일할 것을 강요하며,

 자신과 같은 이상을 가지기를 바란다. 심지어는 적군조차 자신의 이상에 동조할것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극중 아프간에서 우리의 임무가 무엇인지,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모르겠다는 병사의 질문에 글렌은 이렇게 답한다.

 

 "그럼 자네는 자신부터 이해시켜야겠군"

 

 그리고, 이들의 이상을 한꺼풀 벗겨보면, 사실은 그 이면에 "성공 혹은 명예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음을 본다.

 물론 사람의 욕망이 단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진짜 인류에, 혹은 구성원 집단에 기여하기 위한 선함인지,

 아니면 단순히 개인의 출세를 위한 야욕인지, 혹은 둘다이지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겠지만,

 이것을 분리하지 않으면, 아니 최소한 분리하려는 노력이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기 쉽다.

 즉, 욕망에 눈이 어두워지는 것이다.

 

 "아프간 전쟁은 장군의 이력의 정점에 있고, 장군님의 야망을 이해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장군님의 개인의 야망이 망상이 되지 않고, 납득하지 못할 비용(댓가)이 들지 않도록

  검증하는게 (기자로서)제가 할 일입니다."

 

 

 인도에 오기 전 주재원 수업을 들으며, 좋지 않은 인사말의 예라며 배웠던 문장이 있다.

 

 "I'm here to Lead, not to be led."

 (나는 여기 지휘하러 왔지, 지도를 받으러 온게 아닙니다.)

 

 어쨌거나, 이곳의 현실은 나를 리더로 인식하고 있고,

 나를 걱정반, 기대반으로 바라보는 60여명의 시선과,

 "위대한 이상"을 위해 충성하라는 회사 리더들의 요구가 있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이들을 어디로 데리고 갈 것이며,

 이들은 무엇을 느낄것이며, 내 위의 리더들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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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잘나가는 배우들의 재능낭비 시리즈...

 

▶불렛헤드(Bullet Head, 2017)

 

애드리언 브로디, 존 말코비치, 안토니오 반데라스....

배우 이름들만 들어도 뭔가 기대를 하게 하는데....

어쩌다 창고에 갇힌 도둑들이 각자 자기 인생이야기를 한다는 옴니버스적인 컨셉은 알겠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개연성이 전혀 없고, 결국 동물을 사랑합시다로..마무리..

 

▶브라이트(Bright, 2017)

 

윌스미스, 조엘 에저턴, 누미 라파스...

인간과 엘프와 오크가 공존한다는 컨셉과 그들의 계급관계를 놓고

미국 사회를 풍자하는 요소가 강한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누미 라파스 누님은..영어가 부자연스러워서 거의 대사가 없는걸까...

역시 데이비드 에이어의 10% 부족함이 느껴지는...

 

▶리젼(Legion, 2010)

 

폴베타니, 데니스 퀘이드...

 

폴 베타니를 처음 영화에서 본 건 도그빌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의 톰 역할...

선해보이고 약간 샌님 같은 이미지 때문인지 도그빌이나, 마스터앤 코맨더(2003), 뷰티풀마인드(2001) 에서

항상 학자 내지는 유약한 모습의 조연으로 등장했었는데, 그런 본인의 모습에 대한 컴플렉스때문인지..

주연급이 된 이후로는 항상 쎈 역할을 선호하는 느낌이다...

동명의 국내 만화 프리스트를 모티브로 한 프리스트(2011)에서도 그렇고, 이번 리젼도..같은 맥락에 있는 작품...

데니스 퀘이드의 연기는 나름 좋았는데.. 그러나저러나 영화가 망작이라...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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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짤막하게 영화 소감부터..

 

▶사보타지 

멕시코와 연결되면 영화가 쓸데없이 잔인해지는 경향이...

데이비드 아이어 감독은.. 제법 큰 영화들을 따오는 것 같은데..

<Fury>가 가장 괜찮았던 것 같고, 항상 5~10%정도 아쉬운 것 같다...

 

▶세이프 하우스

 덴젤워싱턴과 라이언 레이놀즈, 두 배우의 이름을 보고 선택.

 라이언 레이놀즈가 썩 영화 보는 눈이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역시나..

 덴젤워싱턴은 결국 츤데레라 카더라....

 

 ▶웰컴 투 더 펀치

 역시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크암스트롱의 이름을 보고...

 군무를 연상시키는 첫장면의 은행털이(?)로 시선을 확 잡더니..

 딱 거기까지...

 

 

 범죄/액션영화들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

 물론, 주인공이 남자인 탓도 있지만, 영화속의 여성들은 (심지어 경찰임에도) 대부분 희생자로서

 혹은 벌어지는 압도적인 사건들 속에서 무기력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

 

 <사보타지>의 캐롤라인 형사는 압도적인 사건과 스케일에 무기력한 모습+관찰자적 시선으로 나타나고,

 (이는 시카리오에서의 케이트(에밀리 블런트)도 마찬가지)

 <세이프 하우스>의 CIA 부장인 캐서린도 남정네들의 음모에 어이없게 희생되고,

 <웰컴 투 더 펀치>의 호크스 경위도 죽어서 주인공을 돕는 신세가....

 

 범죄/액션 영화들이 아무래도 마초적인 성격이 강해서 그럴 수도 있겠고,

 또 그런 영화의 소비층이 대체로 남성들이니 다분히 소비자의 취향일수도 있겠다.

 역으로 사보타지나 시카리오처럼 이 영화의 폭력과 박력은 "여자는 감당할 수 없어!" 라고

 얼마나 설득력있게 묘사하느냐가 이 장르들의 작품성을 담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으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남성들의 상대적 강인함을 나타내기 위한 도구적 역할이라는

 범죄 영화 속의 여성의 클리섀를 살짝 비틀어 본다면

 꽤 재미있는 시도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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