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영화.

 

마침 책꽂이에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이 보이고,

넷플릭스에 이안 감독의 <이성과 감성, 1995>가 보이길래,

소설을 읽고, 영화를 감상하였다.

 

우선 원제 <Sense and Sensibility>에서 Sense가 통상적으로 쓰이는 "지각"이 아니라

"이성"으로 번역된 것이 의아하여 찾아보니, "S"ense and "S"ensibility 로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처럼 제목에 묘를 더했다는 의견도 있고,

당대에는 문학적으로 "Sense"를 이성(Common Sense의 맥락에서의)의 문맥에서

많이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쪽이든, 영문학자들이 고민해서 내놓은 번역일테니 그렇다 치고..

 

소설과 영화의 비교는 조금 이따가 하도록 하고,

우선 소설을 읽으면서 책에 등자하는 시대적 윤리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들었다.

소설은 한마디로 하면 영국 중산층(젠트리..니 사실상 귀족) 자매의 결혼 대작전인데,

지적이며 사려깊은 언니인 "엘리너"와 감정적이고 열정적인 동생 "메리앤" 둘을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여기서 문제는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남자들인데, 하나같이 문제투성이인 남자들이다.

엘리너와 맺어지는 에드워드는 사정이야 어쨌든 양다리를 걸쳐 두 아녀자를 희롱하는 인물이고,

메리앤과 썸을 태웠던 존 윌러비는 바람둥이에 난봉꾼이며,

결국 메리앤과 이 되는 브랜든 대령은 품성으로는 더할나위 없는 인물이나, 

한때 사랑했던 여인의 사생아를 거두어 키우는 비밀을 품고 있다.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 남자들, 특히 에드워드와 윌러비에게 면죄부를 주는 과정인데,

에드워드는 양다리중 한명이었던 루시가 빈털털이가 된 에드워드를 버리는 속물적인 선택을 통하면서

자동으로 엘리너를 사랑할 수 있는 면죄부를 받게 되었고,

윌러비는 메리앤한테는 진심이었는데, 부득이한 현실때문에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었다는 식.

 

"통속적인 관념을 피하고자 하는 통속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정도의 결코 통속소설 치고는 꽤 지적이고

 다층적인 심리묘사가 넘쳐나는 책의 맥락으로 볼때, 단순히 젊은날의 실수나, 상대방의 배신, 혹은 순수했던 감정

따위로 위 남자들의 과오가 덮여질리 만무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지 않았을까 싶은데,

굳이 저 남자들에게 형식적으로라도 핑계거리를 주어야했던 까닭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사실 아연실색했던 장면은 윌러비의 고백을 전해 듣고 매리엔이 마음의 짐을 더는 - 윌러비를 용서하는- 장면.

물론 그런 고백 따위로 윌러비의 잘못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엘리너의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이런 점에서 볼때 확실히 엘리너는 작가의 분신인 느낌이 강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소설 같으면 엘리너와 브랜든 대령이 맺어지는 전개가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했다.

 

이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감독이 대만 출신의 이안감독인지라, 과연 서양의 고전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크게 모험하지 않는 방향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에드워드에게 면죄부를 주는 설정도 여전하고,

다만 윌러비가 내사랑은 메리앤 뿐이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삭제되었다.

아무리 원작에 있다지만, 아닌밤중에 찾아와 진심을 고백하고, 매리엔이 안도하고,

그리고 브랜든 대령과 결혼하는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화면에 옮기기는 매우 힘들었을듯.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충실히 묘사되고 있는

에드워드가 루시와 헤어졌다는 이야기에 기뻐 어쩔줄 모르는 엘리너...

만약 옆에 있었다면 한마디 속삭여 주고 싶은 한마디.

 

"이봐 엘리너, 당신은 좀 더 가치있는 사람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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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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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10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냐궁 2020.11.16 2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용적으로는 통속소설이라...
      문학적으로 내용이 큰 의미를 갖기보다는...
      인물들의 다층적이고 세밀한 심리 묘사를 보면, 굉장히 지적인 부분이 있고(여기서 이 소설의 독자층은 결코 서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됨...),
      1인칭 같으면서도 3인칭 같은 시점...
      (분명 엘리너 입장에서 전개가 되는거 같으면서도 전지적 작가 시점임....)
      등, 아마 형식적인 측면에서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2. 밍군 2020.11.19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악의 무리들의 활극 앞에 무기력한 노인(?)의 모습을 열연했던 토미 리 존스가

 

노인비하(?)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탓일까?

 

노익장을 발휘해서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를 만들었다.

 

서부의 극심한 역병과 기근, 그리고 가정 폭력으로 정신이 나가버린 3명의 마을 아낙들.

 

그리고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아이오와까지 장도에 오른 여장부 커디(힐러리 스웽크)

 

그리고 커디덕에 목숨을 구하고 이들을 아이오와까지 운송할 부랑자 브릭(토미리 존스)

 

영화는 3명의 아낙의 비참한 삶의 모습, 그리고 남편/아버지들의 만행을 비추며

 

이들의 정신 이상이 단순한 역병이나 기근이 아닌

 

남성들의 폭력에 의한 것이라는 암시하는 동시에

 

커디와의 여행에서 이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하지만 커디가 자신의 순수한 도덕관에 스스로 무너져 극단적인 선택을한 그 순간부터

 

영화는 이 척박한 서부에서 여자가 설 곳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브릭이 커디에게 일말의 죄의식과 의무감을 느끼는가 싶었지만, 

 

결국 커디가 남긴 돈이 탕진되는 순간, 다시 원래의 탕아로 돌아가는 결말.

 

그렇지 결국 사람 고쳐 못쓴다고 했던가.

 

 

 

시종일관 클리셰를 비틀면서 언뜻 여성주의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관찰자이면서 이들을 구원(?)해내는 남성중심 서사로의 귀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어도,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덧1. 처음에 다소 찌질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토미 리 존스가 극중 어느 순간부터는 

 

목소리부터 진지함이 깔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역시 주연이라....

 

 

덧2.  힐러리스웽크가 퇴장하는 순간.. 왠지 모를 토미 리 존스의 주연 욕심인가 하느 느낌이 들어

 

쓴웃음이 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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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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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장기로 불치병을 치유하고 생명 연장이 가능해진 시대.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인공장기가 워낙 비싸다는 것.

 

물론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월 단위로 장기를 리스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임대료가 밀리면 Repo men이 찾아간다. 장기를 "회수" 하러.

 

 

인공장기 대여와 회수라는 나름 참신한 소재.

 

쥬드로, 포레스트 휘테커, 리브 슈바이버..(잘생기신 분이 왜 이런 역으로...) 캐스팅 좋고..

 

경쾌한 음악 선곡도 나쁘지 않고,

 

무거운 이야기를 적당히 가볍게 풀어나가는 위트도 좋고,

 

올드보이를 오마주한 난장 신이나,

 

아마 감독이 작정하고 넣었을 - 스캐너-러브신도 더할나위 없이 좋았고,

 

한번 더 비틀어주신 반전도 나쁘지 않았는데...

 

다 모아놓고 보니 살짝 아쉽다.....한 5% 정도?

 

로튼토마토 지수가 22점인데.. 이정도까지 갈 영화는 아닌듯한데, 

 

영화의 경쾌함에 비해 다소 유혈낭자한 점-개인적으론 좋았다-

 

무거운 주제의식에 비해 다소 전개가 산만한 점..이 원인이지 싶다.

 

 

극중 신입 Repo man을 담당 국장이 교육하는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야, 장기를 회수해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거지"

 

언뜻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우리는 이미 주변에 정교한 어휘로 포장된 착취 또는 통제, 그리고 나아가서 회수 시스템을 본다.

 

예를들면..이것은 단순한 공정 합리화 활동이 아닌 고객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일입니다...식의...

 

아마 가까운 미래엔 단순히 생리적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 장기뿐만 아니라,

 

신체적 기능을 확장하는 인공 장기, 신체 기관들도 장려되지 않을까?

 

"인공-확장형 신체 기관의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그로 인한 생산성 향상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도 여러분의 몫입니다."

 

....물론 그 부작용도 여러분의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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