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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벌룬투어, 카파도키아, 데니즐리로.

 


 벌룬투어를 위해 새벽 5시 10분에 모닝콜을 한다는 호텔직원의 말에, 조금 일찍 준비할까 해서 5시 5분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건만, 정작 5시 30분에야 전화가 왔다. 5시 45분 픽업을 받아 투어 장소로 이동하는데, 여기저기서 벌룬이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슬슬 부풀고 있는 거대한 풍선들의 모습에 순간 원근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벌룬이 날아오를 장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빵과 차로 요기를 하고 있었고, 스텝들은 날아오를 채비에 풍선을 부풀리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벌룬 하나에 트레일러 차량 한대, 그리고 수명의 스텝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벌룬의 조종사 이름은 벨기에 출신의 "Geert". 다른 벌룬들이 하나 둘 떠오를 무렵, 드디어 우리의 벌룬이 바로 서고, 차례차례, 4등분 된 사각 바구니 각 구역마다 5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지상과 연결된 밧줄을 풀고, Geert가 밸브를 열어 가스를 태우자 말 그대로 '두둥실' 벌룬이 떠오른다! 미동도 없이 사뿐히 떠오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하나둘 연이어 떠오르는 벌룬들, 카파도키아의 아침 햇살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색색의 벌룬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초현실적'(혹은 유리창에 붙여놓은 병뚜껑?)이다. 

 

 

 

 

 Geert는 우리가 두루 경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벌룬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운전을 했다. 벌룬의 비행시간은 가스를 다 쓸때까지인데, 얼마나 오래 나느냐는 벌룬의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우스개소리로  "일본인은 2시간, 미국인은 1시간 반"이란다.ㅎ 떠오른 벌룬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무작정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탑승객들의 숙소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이었다. 즉, 숙소가 같은 지역 사람끼리 묶어서 탑승했다는 이야기.

 

 

 

 

 로즈 밸리로 다가서며, 바위를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벌룬을 가까이 접근시켜준다. 일부 벌룬들은 바구니가 암석에 가볍게 부딪히기도 하는 것 같았다. Geert의 말에 의하면 초보 조종사들이 종종 바위에 부딪치거나 엉뚱한 곳에 떨어져 발이 묶이기도 한다며, 엊그제도 한팀이 한나절 내내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는데..믿거나 말거나..


 

 

 벌룬이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오랜 세월 바람과 물에 갈라진 카파도키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벌룬은 서서히 위르깁을 향해 이동하고, 내려보니 포도농장들의 밭이랑 자국도 재미있는 패턴으로 나타난다. 아래선 트레일러들이 벌룬을 쫓느라 동으로 서로 달리기 시작했다. 몇몇 벌룬을 도로 위에 내리는 바람에 때아닌 교통정체(?)를 빛기도 했고, 또 몇몇 벌룬은 영 차량의 접근이 쉽지 않을 곳 같은 곳에 내리기도 했다.


 

 우리의 조종사 Geert는 능숙한 실력으로 위르깁 시내 근처의 공터에서, 트레일러 바로 위에 사뿐히 착륙 성공~!
간단한 샴페인 파티와 수료증(?) 수여 행사가 이어진다. 샴페인 준다고 넙죽 받아먹었다가, 도수가 꽤 되는듯...--; 두어시간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다.

 

 

 벌겋게 익은 얼굴로 숙소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지배인이 숙소가 마음에 들었냐고 묻길래 "엑설런트"를 외쳐줬다.
오늘 카파도키아 투어는 캐나다 노부부, 호주에서 온 할머니, 그리고 우리, 이렇게 다섯. 호주 할머니는 일반 호텔에 묶고 있었는데, 예약이 늦어 동굴 호텔에서 자지 못했다며, 나머지 일행들을 무척 부러워 했다.

 

 

 오늘의 첫 코스는 괴뢰메 오픈에어뮤지엄. 학교 다닐적 세계사 시간에 얼핏 들은 적 있는 중세 수도원 운동의 모태가 되는 곳이라 했다. 바위를 파내고 지은 동굴 교회들은 비잔틴 제국 시절부터 각각 수도원, 수녀원, 신학교 등으로 사용되었고, 오스만 제국 때까지도 기독교인들에 의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굴 교회의 입구와 내부가 좁고, 관광객들이 제법 몰린 관계로 줄을 서 인원을 나누어 입장시켰는데, 기다리며 지켜보니, 저 좁은 동굴에 어찌 저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사실 동굴 안은 조명이 좋지 못하고, 관광객들로 입구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가려 당시는 깨닫지 못했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화이트밸런스를 맞추다보니,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틴 프레스코화의 생생한 색상이  새삼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점심을 먹기 전 "버섯돌"마을 파샤바 마을을 들렀다. 나는 아무리 봐도 버섯 모양 같은데, 가이드는 계속 "동화속 굴뚝"이라고만 한다. 상대적으로 강한 용암층과, 연한 용암층의 풍화작용 차이에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카파도키아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기둥 하나에 굴뚝이 3개인 것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나.

 

 

 아바노스에서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고, 바로 붙어 있는 도자기 샵 쇼핑. 이곳 투어의 쇼핑은 동남아의 그것처럼 그렇게 강요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도자기 만드는 과정 시연과 자세한 설명 등이 있어 나름 볼만하다. 집안이 대를 이어 도자기를 만들며, 가문 별로 문양이 따로 있고, 히타이트문양은 국가적으로 지정된 공방에서만 만들수 있다는 등의 설명. 히타이트 문양이 그려진 고리 형태의 술병이 살짝 끌리긴 했지만, 손바닥 반만한 크기가 10만원이 넘는걸 보고 바로 포기. 캐나다 남편분은 술병이라는 말에 눈이 반짝 하시더니, 한참을 흥정해서 결국 제법 큰 사이즈의 술병과 술잔들을 구입했다.

 

 호주 할머니는 내가 도자기에 접근할때마다  "깨진다~ 깨진다~ 깨지면 카메라 맡기고 가야 할걸~" 하며 호들갑~

 

 

 도자기 흥정을 하느라 시간이 제법 흘러버렸다. 어제 투어도 그렇고, 오늘 투어도 그렇고, 오후 일정은 샵 들르는 것을 제외하면 다소 '날라리 일정'이다. 위르깁까지 돌아가면서, 경치가 좋은 곳 - 에센테페 파노라마, 우치히사르 등-에 들러 카파도키아의 경치를 바라보는 것.

 

 


 위르깁 터미널에 내리면서 가이드에게 데니즐리행 버스표를 받았다. 따로 돈을 내야 할 줄 알았는데, 이미 여행사 측에서 돈을 모두 지불한 모양. 위르깁에서 직행은 없고, 네브쉐히르까지 가서 갈아타야 하는데, 가이드는 6시 반까지 와서 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니, 정작 버스는 7시에 출발하는 바람에 터미널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아마도 늦을까봐 조바심에 일찍 오라고 했던 모양이다.

 

 

 기다리며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내일 일정이 힘들걸 생각하니, 새로운 식당을 개척하는 모험(?)을 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들렀던 키실리데르 피데에 들러 믹스드 케밥과 키말리 피자를 시켜 먹었다.

 


 

네브쉐히르에서 데니즐리행 버스가 저녁 8시에 출발. 데니즐리까지는 대략 10시간이 걸리니 새벽 6시에 도착한다는 결론. 여행 전에 알아봤을 때에는 7시 출발, 새벽 5시 도착이라, 파묵칼레까지의 퍼블릭 돌무쉬가 운행하는 7시까지 두시간 동안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6시 도착이면 다소 기다릴만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브쉐히르에서 출발하는 다른 버스는 좀더 신형에, 화장실까지 딸린 버스들도 있더만, 하필 우리가 탄 버스는 화장실도 없고, 의자도 좀 불편한 구형 버스다. 한국인 커플들도 서 넛 보인다. 내일을 위해 조금 일찍 잠을 청할까 했는데, 드라마에 뉴스에 10시무렵까지 계속 TV도 틀어주고, 조명도 켜있고, 차장도 이것저것 준다고 계속 돌아다니고 해서 원하는 만큼 잠을 이룰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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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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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조식을 먹기 전에 호텔 식당 옥상에 올라보니 맞은편 옥상에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하며 늘어져있다. 아마도 식당 부근이라 뭔가 콩고물을 노리고 모여드는 듯 했다. 식사는 빵과 각종 치즈, 계란 요리들, 잼들과 과일, 요거트 등등.. 특히 챠이가 씁쓸하지 않고 은근한 것이 참 괜찮았다.

 

 투어 차량이 오기 전에 지배인에게 벌룬 투어를 신청했다. 가격은 1인 150유로, 300TL. 깍아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깍쟁이 한국인이 되기 싫어서 바로 OK. 둘이서 600TL….전체 여행 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예상에 없던 지출이었지만, 언제 다시 카파도키아에 들를까 하는 생각에, (잃어버린 캐리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신청을 했다.
 투어 차량이 호텔에 도착하고, 호텔에 있던 두커플의 신혼부부와 함께 투어를 하게 되었다. 셋다 신혼인데다가, 이국에서 동행하게 된 반가운 한국 사람들인지라, 금방 친해져 수다를 떨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두 커플 모두 카파도키아로 오는 여정이 녹녹치 않았던듯 하다. 한쪽은 카이세리 공항에서 짐을 찾고도, 검문에 걸려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픽업차량이 그냥 가버려 공항에서 1시간 반여를 기다려야 했고, 또 한쪽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항공편으로 짐이 오지 않는 바람에 다음날 짐을 받을 때까지 반팔차림으로 덜덜 떨어야 했다고…… 터키항공 수하물 배송사고가 엔간히 자주 일어나는 일인 모양이다.

 투어 가이드는 샤프하게 생긴 29세의 남자였는데, 느릿느릿한 영어 발음에, 일행들이 환호를 질렀다. 어제 투어의 여자 가이드분 발음이 워낙에 빨라서 그야말로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고 멀뚱멀뚱 구경한 탓이란다.
 오르테히사르를 둘러보고, 로즈밸리로 향했다. 가이드가 “로즈밸리에서 챠우신 마을까지 트래킹 할까요.. 둘러보고 차로 이동할까요?”라고 묻는데, 모두 앞선 의욕으로 “걸어가요!”라고 대답했다. 가이드는 짧은 한숨을 쉬고 가게에 들러 조그만 생수를 사온다--;

 

 길 양쪽으로 포도밭이 펼쳐지는데, 흔히 보는 포도나무의 형태가 아니라, 건조한 기후에 적응이 쉬운 넝쿨형태의 포도나무들이었다. 중간중간 밭을 가는 현지인들과 마주쳤는데, 서로 웃으면서 간단한 목례와 함께 “메르하바”를 외쳐줬다. 트랙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과 쟁기를 이용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로즈 혹은 레드밸리라는 명칭은 계곡의 붉은색/흰색 줄무늬들 덕분에 생긴 것인데, 여러 차례 화산이 분출하면서, 온도가 높은 용암은 흰색, 낮은 온도의 용암은 붉은색이나 어두운 색으로 굳어지면서 이와 같은 줄무늬를 만든 것이라 한다. 용암과 바람, 물이 오랜시간 만들어 낸 별 세상의 풍경이다.

 

 

 한시간 남짓 걸어 챠우신 마을에 도착했다. 석회 바위를 파내고 생활하던 카파도키아 전통주거 형태인데, 7-80년전까지 그리스계 기독교도들이 거주하다가, 주민 교환 정책에 의해 빈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마을 입구의 공동묘지와 함께, 메마른 황량한 풍경들이 왠지 서부영화에서 총잡들이 휘파람을 불며 나타나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버려진 황량한 마을이지만, 건물 곳곳에 보이는 정성스레 쌓아 올린 벽돌들이나, 테라스를 내고 조각한 모양들을 보자면, 이곳도 누군가의 사랑스런 집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휴식도 취하고 마을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다. 메뉴는 고기(닭고기, 쇠고기) 볶음밥과, 양고기 라비올리(조그만 만두를 소스에 비벼먹는 것). 일동은 모두 고기 볶음밥을 외쳤지만, 나는 용감하게 라비올리를 시켰다. 메인 메뉴 전에 샐러드와 스프가 나왔는데, 샐러드의 채소는 약간 쌉싸름한 맛이 도는 풀(?) 종류이고, 스프는 터키 전통의 묽은 요거트 스프이다.

 

 일행들은 모두 한숟가락 뜨고는 돌처럼 굳어버렸고, 냐궁이는 꿋꿋하게 바닥까지 긁었다—v 주인장이 메인메뉴를 들고 나타났는데, 하나도 줄지 않은 샐러드와 스프를 보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프러블럼 인 스프? 프러블럼 인 스프?”를 묻는다.

 

 고기 볶음밥은 살짝 짠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다들 잘 먹었고, 양고기 만두 라비올리는 양고기 만두위에 얹혀진 뜨뜻한 요플레 소스 였는데, 솔직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이색적이라는 생각에 역시 바닥을 비웠다—v 옆에서 바라보던 일행들이 “개방적 입맛”이라고 별명을 붙여줬다—v

 식사후 카이마클르 지하도시를 방문했다. 아마도 히타이트 때부터 기원해서, 로마의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차츰 확장시킨 피난처로, 일상적으로 사람이 생활하는 곳은 아니고, 위급할 때에 숨기 위한 장소였다고 한다. 부엌으로 사용하던 곳에는 불을 사용했던 그을음들이 남아 있어 당시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때 즈음 해서,  가이드가 다소 성의 없다는 생각이 굳어졌는데, 5년전에 왔을 때에는 로즈 밸리 트래킹도 좀 더 계곡에 접근했었고, 지하도시도 좀 더 깊은 곳까지 소개해 줬었기 때문이었다.

 

 

 터키석 공방을 둘러보고(어지간하면 밍군 귀걸이라도 하나 해볼까 싶었는데 너무 비싸다! 좀 이쁘다 싶은 건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니..), 피죤 밸리가 보이는 언덕을 향했다. 계곡에는 사람들이 파놓은 비둘기 집이 있었는데, 비둘이의 배설물을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기독교에서 비둘기는 성령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란다. 개인적으로는 건너편의 비둘기집 보다는 노점에서 만들어 놓은 ‘이블 아이’가 가득 매달린 나무가 인상적이었다.ㅎ

 

 

 투어를 마치고 일행들은 각각 카이세리 공항과, 파묵칼레를 가기 위해 위르깁 터미날에 내리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지배인에게 캐리어를 물으니, 이미 호텔방에 갖다 놨단다. 있다! 할렐루야!!! 지배인에게 “땡큐, 땡큐”를 외치며 세찬 악수를 하고 방으로 달려갔다. 캐리어 커버가 군데군데 뜯어지고, 캐리어 손잡이가 살짝 휘기도 하고, 몰골이 엉망이긴 했지만, 내용물은 무사하다! 아~ 산뜻한 속옷의 기쁨이여

 

 

 아주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위해 위르깁 시내로 향했다. 호텔서 도보 10분 정도…… 위르깁 시내는 한바퀴 도는데 걸어서 2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다. 고급스러워보이는 식당들도 몇 군데 보였지만, 손님들이 없는 듯 했고, 가이드 북에 첫번째로 나온 아부쉬 레스토랑은 아마도 없어진듯 했다. 벌룬투어를 신청하는 덕에 예산이 부족해져서, ATM 들러 500TL을 찾고 역시 가이드 북에서 찾은 키르데실레 피데 식당을 찾았다.

 


 가이드 북에는 사진 메뉴가 있어 고르기 편하다..라고 해놨던데, 사진은 있는데, 항아리 케밥들 같은 경우는 항아리 뚜껑을 덮어놓은 사진들이라 사실 있으나 없으나 였다--; 항아리 케밥(14TL)과 키말리 피데(7TL), 콜라(2TL), 스프라이트(2TL)을 시켰다. 항아리 케밥은 향신료를 우려낸 국물에 소고기 덩어리 들이 들어가 있었고, 맛은 짭짤하면서 살짝 장조림 같기도 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키말리 피데가 대박이었는데, 계란 후라이(원래는 없는데 Mix 버전이라 얹혀진 것)가 얹어진 엽기적인 모습이었지만 꽤나 맛있었다.

 

 

 

 식당 벽과 테이블 유리 밑에는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냅킨에 남긴 메시지들이 적혀 있었는데, 우리도 끄적끄적 하나 적구 나왔다. 비행기에서 수하물을 엉뚱한 데 보냈다 하더라도 걱정 말라고……^^  그리고 식당 괜찮다는 이야기도..

 

 

 저녁을 먹고, 아까 한 커플이 알려준 동네서 가장 저렴하다는 마트(위르깁 터미날에 있다)에 가서 간단히 물과 주전부리를 샀다. 유제품 코너를 둘러보던 중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을 만났는데, 바로 작은 페인트 통 수준으로 파는 요거트!! 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세상! 아마도 (대?)가족단위를 위한 요거트 제품인듯 했다. 또 하나 재미있던 건 대농에서 나오는 액티비아가 이 곳에서 팔리고 있던 것. 한국 식품회사가 터키에, 그것도 유제품으로 진출했다니 신기하게 느껴졌다.

 

 호텔로 돌아와 내일, 그리고 그 다음 일정을 체크해보니 살짝 걱정이 앞선다.
 새벽에 벌룬투어 – 종일 카파도키아 투어 – 데니즐리행 야간버스 – 다음날 – 파묵칼레 – 그리고 터키에서의 최종 목적지인 울루데니즈까지. 꼬박 이틀 논스톱 여행이 될 예정이다. 즐거운 신혼여행이 지옥 극기훈련이 되지나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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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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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에 일어나서 서두른다고 했는데, 결국 블루모스크 광장으로 나온 시각은 10분 늦은 8시 40분. 오늘 투어를 맡아주실 분은 “김지희”가이드님. 한데, 투어 인원이 딸랑 우리 둘뿐이다. 이때부터 우리 머릿속은 “투어를 빨리 끝내고 성소피아로?”라는 생각으로 핑핑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히포드롬 설명을 듣는 내내 이야기를 할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넌지시 말을 꺼냈다.
 
 “탁심광장은 빼도 좋으니까요..^^ 아야 소피아를 보면 어떨까요? 어제 보고 싶었는데 휴관이라서...”
 
 “아 그래요?, 어차피 공항 픽업 때문에 4시까지 여기로 와야 하니까..  그리고 돌마바흐체는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점심을 거르고, 바로 이쪽으로 와서 아야 소피아를 보면 되겠네요. 밥 한끼 보다는 하나라도 더 보는게 중요하죠?^^ 게다가 이번에 이스탄불이 세계 문화수도로 선정되면서, 아야소피아가 10년만에 보수를 위한 작업대를 아래로 내리면서, 돔의 가장자리의 네 천사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기도 해요. ”
 걱정과는 다르게 SO COOL 하게 일정까지 지도해주는 가이드님! 성소피아를 보고 이스탄불을 뜰 수 있겠구나!

 

 

히포드롬과 블루모스크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역시 가이드북에 의지해서 어리버리 다니는 것 보다, 확실한 설명을 들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어제는 히포드롬을 지나치면서도 “왠 오벨리스크?”, “지도에는 기둥이 세개 있다는데 두개 밖에 없네?” 하면서 뻔히 눈 앞에 보이는 기둥도 못보고 지나쳤는데, 이집트에서 갖고 온 것, 승전기념으로 무기 녹여 만든 것, 황동으로 씌워 있었으나, 십자군+베네치아 세력들에게 약탈당한 것 등, 하나하나 깃들어 있는 역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역사와 더불어 술탄아흐멧자미의 타일 하나가 200만원을 호가한다는 아주 세속적인(?) 사실까지^^

 

트램을 타고 에미눼니에 내려서 보스포러스해협 크루즈에 탑승(편도 15TL)했다. 해협에 인접해있는 아시아 지구 등의 건물들... 고급 별장들, 호텔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항해. 갑판위에는 구경하며 사진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 세계에서 3번째로 길(었?)다는 보스포러스 대교나, 고급 별장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호멧2세가 흑해에서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배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루멜리 히사르. 아마도 당시 콘스탄티노플을 향하던 배들에게, 해안쪽으로 보이는 하얀 성탑은 술탄에 대한 공포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예니퀘이 선착장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돌마바흐체로....
 돌마바흐체는 오스만 투르크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궁전으로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했고, 내부는 그 이상으로 화려하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자유 관람이 가능했는데, 관광객들의 훼손이 심하여, 시간에 맞춰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고, 사진 촬영도 금지란다. 5년전에 왔을 때 한번 둘러보는 건데, 그때 그냥 지나쳤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입구에서 맞이하는 시계탑부터 터키,혹은 동양의 향기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서양식 궁전이다.  20여분을 기다려 영어 투어를 따라 입장. 바닥이 상한다고, 신발에 비닐을 덧씌워서 입장시킨다. 손잡이 하나하나까지 온통 수입산인 화려한 내부, 영국 여왕이 선물했다는 4톤짜리 샹들리에, 등등....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창문밖으로 보이는 보스포러스해협의 전망이었다. 기가막힌 풍경을 보고 궁전을 지은 것인지, 궁전을 지어 기가막힌 풍경이 된 것인지...

 

돌마바흐체 궁전을 나오니 2시 반이 살짝 넘었다. 공항 픽업이 4시이니, 1시간 정도는 성소피아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가이드분은 자기 투어 내용이 아니라 경비처리가 되질 않아 성소피아를 함께 갈 수는 없고, 대신 이동하는 중에 성소피아에 대한 여러 설명을 해주었다. 블루모스크가 성소피아보다 돔을 크게 하려 하였으나, 결국 실패한 것에서부터, 최초의 내진설계, 완성까지 5년밖에 걸리지 않아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라는 것, 등등...

 

성소피아 성당 입구에서 가이드분과 작별을 하고 입장. 성모, 예수, 요셉, 천사 등이 그려진 모자이크화와, 아랍어로 씌여진 둥근 원판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떨어지는 한줄기 빛줄기. 높은 둥근 돔에 반사되어 퍼지는 나즈막한 웅성거림. 부분부분 벗겨진 회칠, 드러난 모자이크들, 커다란 전체에서부터, 하나하나의 디테일-이슬람의 흔적들까지도 경이롭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공항 시간 때문에 한시간 밖에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Celal Sultan 호텔로 돌아왔다. 앞서 나이드신 벨보이는 팁을 준다 해도 물리치셨는데, 이번 젊은 벨보이는 계속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팁을 좀 바라는 눈치이다. 팁으로 1TL을 주고, 공항까지 픽업한 운전수에게는 5TL을 팁으로 주었다. 생각보다 넙죽넙죽 잘 받아간다.--;
 공항에서 토스트를 하나 시켜 놓고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며 밍군은 갑자기 역사에 대한 학구열이 불타올라 가이드북을 놓고 필기까지 해가며 열공이다. 이래서 현장 학습이 중요한건가..^^;

 

멀어지는 이스탄불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은 카파도키아-카이세리 공항.
 거의 간이건물을 연상케 하는 공항이라 당황스러웠는데, 연간 수십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신축중이니 양해해달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조치인가보다. 아마도 성지 순례를 하는 한국 분들도 제법 보이는 듯 하고... 기다려 짐을 찾는데... 모두들 짐을 찾아가는데, 어라.. 컨베이어는 멈췄는데, 우리 캐리어는 나오지 않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우리 짐은?”,

 “밖에서 호텔까지 픽업해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가버리면 어쩌지?”,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거의 100km라던데?”.......


 공항직원이 오더니 이름이랑, 항공편이랑 이것저것 묻더니, 옆건물에 가서 분실수속 하란다--;


 건물을 나서니 픽업운전수가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다가온다. 이미 다른 픽업 손님들의 이야기로 이미 짐을 잃어버린 것을 아는 듯 했다.  별일 아니라는 듯 수속하는 곳에서 이것 저것 묻고 호텔 주소를 적고 하더니 뭐라뭐라 하는데, 짐이 내일 아침에 온다는 것 같기도 하고, 짐을 찾으면 내일 아침에 가져다 준다는 것 같기도 하고….“내 짐을 찾았데요?” 라고 물어봤어야 하는데...당황한데다가 영어가 짧아서 묻지를 못했다..--;(나중에 알았지만, 짐을 찾아서 내일 아침에 가져다 준다는 이야기였다.)


 마음이 착찹하긴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긍정적인 마인드로(옷 없으면 사면 되고! 돈 없으면 카드 긁으면 되고--;) 나머지 일정을 즐기자고 속으로 되뇌이며 픽업 차량에 몸을 실었다. 밤하늘에 오리온자리는 쏟아질 것 처럼 빛나기만 하두만...ㅠ_ㅠ

 

 숙소는 Yunak Evleri (동네서는 그냥 유낙 호텔로 통하는듯 했다.) 위르깁에 위치한 동굴호텔, 쁘띠 호텔이었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깔끔했고, 느리긴 하지만 인터넷도 무료, 음악 감상실에서 CD를 갖고 와서 객실에서 틀며 무드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특이한 동굴호텔을 즐길 여유도 없이, 당장 내일 갈아입을 속옷도 없다는 생각에 영 찝찝하다. 라디에이터가 있었지만, 동굴 호텔이다보니 벽에서 살짝 냉기가 흐르는 듯도 해서, 화장실에 있던 전기 라디에이터를 침대 옆에 옮겨놓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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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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