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 기간중 한국으로의 마지막 방문.

가는 길부터 비행기가 캔슬되어 당혹스러움을 선사한 에어인디아는,

오는 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시간 연착을 선사해주었다.

에어인디아 기내 모니터는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워낙 빈번하지만,

모니터를 잘 어르고 달래어 The Whale을 시청했다.

영자막도 없어서 절반정도만 알아듣긴 했지만, 내용을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지금까지 보면 큰 이야기를 주로 그렸던 것 같은데,

욕망에 의해 파멸하는 인간상(레퀴엠포 드림, 블랙스완)

영생 혹은 영원으로의 회귀(파운틴)

혹은 종교 (노아, 마더)

이번영화에서는 소소한(?) 가족애를 다루면서 어깨에 힘좀 뺀 느낌이다.

 

주인공이 작문 교수라서 문학적인 부분들도 있는듯 해서,

내가 영문학을 좀 알았더라면 주옥 같은 대사들도 있을 것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참 좋았는데, 가족을 다룬 영화를 볼때마다,

항상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다.

영화에서는 (특히 죽음을 앞두고) 가족간의 모든 갈등이 봉합되는 것 처럼 그려지지만,

실제도 정말 그러할까? 배우들의 열연과 별개로 그 감정선들은 따라가기 조금 어려웠던 이유.

 

The Covenant.

전쟁영화에 가이리치 감독의 이름이 올라있어 궁금한 마음에 시청.

아프간 전쟁 중에 현지 통역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리얼리티는 많이 떨어져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미군이고 탈레반이고 백발백중 헤드샷에, 피아 식별이 안되는 상황에서 AC-130으로 근접 화력지원이라니...)

그래도 최근 가이리치 영화들에 비하면 스타일을 빼고 드라마를 넣은 변화를 보여준 영화.

 

결론 : 두 감독들의 두 감독답지 않은 영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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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

앞서 돌아간 주재원들이 종종 반쯤 장난으로 하던 이야기가 있었다.

 

"1년차때는 뭘 몰라서 어리버리 지나고,

2-3년차 열심히 뭘 좀 해보려고 하다가..

4년차가 되니 화가 자주나"

 

농담인줄 알았는데, 4년차가 되자 거짓말 처럼 화를 자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제 있었던 단편적인 사건이지만, 이곳의 현실을 보여주는 해프닝 하나..

 

사무실의 벽시계가 2주일전부터 멎어있었다.

그런것 별로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냥 두었는데,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시설 관리부서에 배터리를 갈러 왔다.

(#1 : 시계 배터리까지 시설 관리에서 따로 사람이 와서 갈아야 하는지..?)

 

이때가 아침 9시 정도였는데, 한동안 배터리를 넣고 빼고 사부작대더니,

이윽고 시계를 통째로 들고 사라졌다가 점심이 지나 오후 1시 반이 되더니 사다리를 들고 나타났다.

벽에 못이 헐겁다고 생각했는지 고칠 모양..

(#2 : 대체 사다리를 들고 다시 나타날때까지 4시간이 넘게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다리에 올라가 벽(콘크리트)의 못을 고무망치로 통통 치기 시작하는데,

칼블럭도 없이 그냥 콘크리트에 못을 치니 제대로 못이 박힐리가 없다,

벽은 계속 부서지고, 파편은 주변에 날리고..

내가 어이가 없엇 뒤에서 배꼽을 잡고 웃으니 뒤를 돌아보더니 째려본다.

(#3 : 작업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쓰지 않는다.)

 

 

한참을 씨름하더니 어떻게 해결이 되었는지, 시계를 걸고, 망치와 사다리를 챙겨 사라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콘크리트 조각들이 널려있다.

(#4 : 작업후 뒷정리는 자신의 몫이 아니다. 물론 청소하는 사람들이 하긴 하겟지만...)

 

 

 

대체 어떻게 작업을 해놓았나 궁금해서 시계를 들어보니..

맙소사..기존 구멍은 커질대로 커져서 내버려두었고, 옆에 새로 못을 박아놨는데,

나무에나 쓰는 스크류를 박아놓았으니, 제대로 고정이 되어 있을리가 없다.

손으로 만지니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흔들흔들 한다.

(#5 : 겉으로만 해결이 된것처럼 보이면 은폐/엄폐,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않음)

 

 

 

어이가 없어 이 과정을 쭉 지켜보고 있던 직원을 불러 물었다.

 

"참..어이가 없구먼, 이거 어떻게 생각하니?"

"네? 시계가 삐뚫게 걸려있나요?"

"아니아니, 이거 바닥에 파편 좀 봐바..."

"아.. 작업을 하고 치우지 않고 갔군요? 청소부가 치울거에요."

"아니아니, 이 시계 뒤를 보라고.."

"아..못이 왼편으로 옮겨져서, 시계 위치가 센터에 맞지 않군요?"

"..... 됐다..그만하자."

(#6 : 인도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것....)

 

 직원 1000명정도 되는 작지 않은 회사라, 작업을 하고 간 시설과 직원도 평균 이상의 수준은 되는 친구일 것이고,

엔지니어링을 하는 우리 직원도 이런 작업에 대해 이해가 아주 없진 않을터인데, 이런 것들이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것을 보면, 과연 인도의 전반적인 수준이 올라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드는 요즘이다.

Posted by 냐궁
,

부녀가 서로 전쟁중이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빠는 회사에서, 딸래미는 학교에서.

이번 학기 들어 지속적으로 갈등이 있었고,

경미한 신체적 접촉이 있어 서로 사과도 하고 마무리 되는가 싶었으나,

역시 그 감정의 골이 그렇게 쉽게 해결될 리는 없을터,

오늘 저녁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야 말았다.

 

이 모든 일이 Zoom과 4학년 여자아이들(7명)의 밴드에서 시작되고 진행이 되고 있는데,

처음에 밴드 이름을 놓고 티격태격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밴드의 얼굴마담격인 

A양과 J양이 우리 딸래미한테 집중적으로 시비를 거는 상황이 되고 있다.

우리 딸래미도 한성격하는지라 오가는 말이 고왔을리는 없고,

2:1 상황에다 영어도 부족한 딸은 스스로를 지킬 방법으로 

그런 일이 있을때마다 학교선생님한테 꼬박꼬박 보고를 하는 중이다.

그러니 고자질을 당한 A양과 J양 입장에서는 우리 딸을 보는 시선이 고울리가 없고,

악순환의 반복.

 

이번주 들어서는 없는 일을 만들어서까지 시비를 걸고 있는데,

밴드의 유튜브 채널에 딸래미가 개인 동영상을 올렸다고 시비를 걸지 않나..

(정작 그 동영상을 본 사람은 A양밖에 없고, 딸래미는 공동계정 아이디/비밀번호를 몰라서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음. 더우기 노트북에 갖고 있는 동영상도 없음...)

J양이 A양에게 한말, "너가 부잣집 딸래미라고 모두를 거느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마"을

유나가 A양한테 했다고 따지기도 하고, 

오늘 벌어진 일이 압권이었는데(이 글을 쓰는 직접적인 계기가 됨)

오늘은 A양과 J양이 유나에게 Zoom 콜을 걸어서

"너네 아빠가 A양 부모에게 연락 해서 항의를 해서 J양이 큰 곤경에 처했다. 다 니 잘못이야"

라고 해서 옆에서 듣고(상대방은 보이지 않았겠지만) 있던 나도 아연 실색하게 만들었다.

왜냐면 나는 A양 부모에게 연락한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

 

학교에도 몇 번 이야기 하긴 했었는데, 나도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이맘때쯤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식이라서 학기도 얼마 남지 않아서

가급적 누구를 탓하는 발언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상황이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은 지나간 것 같다는 판단.

학교에도 오늘 상황을 알리고, 더이상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A양과 J양이

유나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듯하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딸래미를 

"그러면 정말 너가 무슨 잘못을 한 것 같잖니, 가서 당당하게 아무 잘못 없음을 보여주렴"

하고 달래고, 학교에 가면 또 다가와서 티격태격 할 것이 뻔해서 

태블릿에 녹음어플을 깔아주고, 그들이 다가오면 아래와 같이 말하라고 알려주었다.

"나 너희랑 할말 없고, 정 할말이 있으면 나 녹음할거야. 그래도 하겠다면 해"

워낙에 없는 말을 지어내서 자꾸 했다고 하니 이렇게라도 할 밖에...

 

왠지 내일(일요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그러게 내가 "모든 트러블은 줌 챗에서 시작된다"고 했지..쩝.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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