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돌아간 주재원들이 종종 반쯤 장난으로 하던 이야기가 있었다.

 

"1년차때는 뭘 몰라서 어리버리 지나고,

2-3년차 열심히 뭘 좀 해보려고 하다가..

4년차가 되니 화가 자주나"

 

농담인줄 알았는데, 4년차가 되자 거짓말 처럼 화를 자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제 있었던 단편적인 사건이지만, 이곳의 현실을 보여주는 해프닝 하나..

 

사무실의 벽시계가 2주일전부터 멎어있었다.

그런것 별로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냥 두었는데,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시설 관리부서에 배터리를 갈러 왔다.

(#1 : 시계 배터리까지 시설 관리에서 따로 사람이 와서 갈아야 하는지..?)

 

이때가 아침 9시 정도였는데, 한동안 배터리를 넣고 빼고 사부작대더니,

이윽고 시계를 통째로 들고 사라졌다가 점심이 지나 오후 1시 반이 되더니 사다리를 들고 나타났다.

벽에 못이 헐겁다고 생각했는지 고칠 모양..

(#2 : 대체 사다리를 들고 다시 나타날때까지 4시간이 넘게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다리에 올라가 벽(콘크리트)의 못을 고무망치로 통통 치기 시작하는데,

칼블럭도 없이 그냥 콘크리트에 못을 치니 제대로 못이 박힐리가 없다,

벽은 계속 부서지고, 파편은 주변에 날리고..

내가 어이가 없엇 뒤에서 배꼽을 잡고 웃으니 뒤를 돌아보더니 째려본다.

(#3 : 작업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쓰지 않는다.)

 

 

한참을 씨름하더니 어떻게 해결이 되었는지, 시계를 걸고, 망치와 사다리를 챙겨 사라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콘크리트 조각들이 널려있다.

(#4 : 작업후 뒷정리는 자신의 몫이 아니다. 물론 청소하는 사람들이 하긴 하겟지만...)

 

 

 

대체 어떻게 작업을 해놓았나 궁금해서 시계를 들어보니..

맙소사..기존 구멍은 커질대로 커져서 내버려두었고, 옆에 새로 못을 박아놨는데,

나무에나 쓰는 스크류를 박아놓았으니, 제대로 고정이 되어 있을리가 없다.

손으로 만지니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흔들흔들 한다.

(#5 : 겉으로만 해결이 된것처럼 보이면 은폐/엄폐,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않음)

 

 

 

어이가 없어 이 과정을 쭉 지켜보고 있던 직원을 불러 물었다.

 

"참..어이가 없구먼, 이거 어떻게 생각하니?"

"네? 시계가 삐뚫게 걸려있나요?"

"아니아니, 이거 바닥에 파편 좀 봐바..."

"아.. 작업을 하고 치우지 않고 갔군요? 청소부가 치울거에요."

"아니아니, 이 시계 뒤를 보라고.."

"아..못이 왼편으로 옮겨져서, 시계 위치가 센터에 맞지 않군요?"

"..... 됐다..그만하자."

(#6 : 인도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것....)

 

 직원 1000명정도 되는 작지 않은 회사라, 작업을 하고 간 시설과 직원도 평균 이상의 수준은 되는 친구일 것이고,

엔지니어링을 하는 우리 직원도 이런 작업에 대해 이해가 아주 없진 않을터인데, 이런 것들이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것을 보면, 과연 인도의 전반적인 수준이 올라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드는 요즘이다.

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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