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북에 세월호 관련 처음이자 마지막 코멘트를 하겠다고 글을 적었건만,

사안이 점점 확대되는 양상인지라 좀 더 하고픈 말이 있어 블로그에 끄적여본다.

세월호를 둘러싸고 점점 사회적, 정치적 움직임들이 거세지고 있다.

곳곳에서 의혹 및 진상 규명, 그리고 정부,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른바 6.4 선거 정권 심판론으로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가치 있는 행동이며 의로움이 기반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를 둘러싼 이같은 움직임을 보면 왠지 마음이 한편이 불편해지곤 한다.

사실 구체적인 이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굉장히 직관적인 불편함인데,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그 이유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았는다.


해경과 언딘의 유착 의혹, 다이빙벨 거부, 대통령의 거취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사실 한가지 가정에 기초해 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한명이라도 구해냈을텐데,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죽였다.'

이같은 가정은 굉장히 강력한 것이다. 굉장히 불경스러운 문장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다음 가정을 살펴보자.

'그렇지 않았더라면 시체 한구라도 빨리 건져냈을텐데, 시체 인양이 늦었다.(혹은 유실되었다.)'

가정의 위력이 상당히 반감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결과론(살렸냐 or 못살렸냐)을 두고 논쟁을 한다면 결국 사고 직후 생존자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로

논의의 초점이 옮아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생존을 입증하려는 입장에서는 기를 쓰고 생존의 증거를 찾으려 할 것이고,

이 논의에서 벗어나고 싶은 입장에서는 반대로 생존하지 못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싸움이 된다.

이것은 어느쪽이든 간에 매우 힘든 혹은 영원히 불가능할 증명일지도 모르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게다가 이후 논의는 계속 가정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를테면 생존자가 있었고, 해경이 그때와 같이 행동하지 않고 어떠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언딘이 아닌 다른 업체가 와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구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그리고 그렇다라고 하면 최대 몇명이나 구조될수가 있었는지, 어디까지가 최선인가를 정량화해야만하는데,

이는 지금처럼 당장 누군가를 심판하고 잘못을 묻는 일로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사건이 어느정도 수습된

이후에 모든 상황과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해서 관련자들의 공/과를  찾아내고 결과적으로 재난에 대비하는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긴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고서 지금의 결과론적 가정에 의한 주장은 현재로서는

"현 대통령이 아니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인가?", "정말 해경/언딘이 고의적으로 살인을 했는가?" 따위의

자극적이고 결론도 나지 않는 무의미한 소모적인 논쟁만 가져올 뿐이라는 점이다.


(이런 가정에서 현재 유의미한 것은 "이명박 정권에서 선령 규정을 20년에서 30년으로 풀지 않았더라면, 세월호가 취역할 수

없었을테니,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도 인것 같다. 또 물론 지금부터 이렇게 들쑤셔놔야 사태 수습 이후 잊지 않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따지고 재난 대비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결과론적 입장이 가지는 또하나의 맹점은

과연 현재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흔들어 놓거나,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유가족의 애통함을 돕고 구조작업을 돕는데에 '결과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


또한 사건이 점점 수단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페북에 적었던 것이라 짧게 하겠다.)

이는 결국 위에서 언급한 결과론적 해석에 기대고 있는데, 인과관계 자체가 전술한 바와 같이 간단하지 않은 데다가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희생을 수단화 하고, 마치 그 목적이 달성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 처럼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같은 측면에서 말빨 좀 세우는 진보 논객들(유시민, 진중권 등..)이 오히려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점은

아마도 비슷한 느낌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청해진 해운과 유병언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어떻게 보면 굉장히 결과론적인 행태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에 세월호 사건이 없었다라고 한다면, 유병언 회장은 현재의 지위와 부를 그대로 누릴 수 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단화하고, 결과론으로 책임을 묻는 또다른 극단이 결국 유병언 일가의 비리를 터는 것이 되어버린 것.

분명 정의로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 씁쓸함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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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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